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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미술&디자인
작가들의 작은 변화 혹은 진화: 헤르난 바스, 백현진
고대영 칼럼니스트  |  kodae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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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06  17: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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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고대영] 헤르난 바스와 백현진 사이엔 이렇다할 공통점이 없다. 회화를 다룬다는 점, 2년 전 플라토 미술관 전시에서 작품으로 만났다는 점 정도. 이랬던 두 작가가 비슷한 기간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작품을 전시 중이다. 헤르난 바스는 영국에서, 백현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말이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두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보이는 모습은 전과 다른 느낌이다. 작가의 가치관이나 시각에 변화가 있다는 뜻이 아닌, 어쩌면 작품에 대한 작가의 발전 혹은 진화라고 볼 수 있겠다. 먼저 헤르난이다.

헤르난 바스의 새로운 전시 캠브리지 생활(Cambridge Living)이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가 약 2주 남은 시점에서 작가의 새로운 작품들이 기존의 것들과 사뭇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어 가져와봤다. 작품은 작가가 2016년 캠브리지에서 생활할 당시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 suicide Sunday ©Hernan Bas, 2017


헤르난 바스의 이전 작품들은 행동 반경이 좁거나 시선이 불분명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작품 속 인물이 무언가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도 그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활동성을 느끼게 해주지는 않았다. 마치 “나 쉬고 있으니 둘러보고 가라”는 느낌마저 들었으니. 그러나 이번 전시는 사뭇 다르다. 인물들의 제스처가 커졌고 눈빛이 방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작품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아니나 그럼에도 기존의 헤르난을 알고 있다면 금세 알아차릴 정도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Night Climbers of Cambridge’ 시리즈다. 야간에 학교 건물을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들은 헤르난 특유의 정적인 어둠을 그려냄과 동시에 방향성을 가진다. ‘suicide Sunday’ 역시 마찬가지다. 다수가 등장하는 작품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이처럼 각자가 스토리를 가진 경우는 적었던 헤르난이다. 작품 속 일곱 명의 학생들은 헤르난 답지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꽤나 구체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 Charon of the River Cam(Slain Swans) ©Hernan Bas, 2017 (좌)
▲ Night Climbers of Cambridge ©Hernan Bas, 2017

 

 

 

 

 

 

 

 

 

 

 

 

물론 그가 기존에 가진 그만의 정체성은 그대로다. 언급했던 정적이고 어두운 분위기, 그 속에 박제된 듯한 인물 등 헤르난 바스만의 색깔도 여전히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백현진, 2017

작가 백현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 후보 자격으로 현재 서울관에서 전시를 진행 중이다. 네 명의 후보 중 한 명이 최종 선정되는 이번 전시에서 백현진은 하나의 공간을 역할극을 통해 채워 나가는 능력을 보여줬다.

사실 백현진의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함을 가지고 있다. 일전에 플라토에서의 전시를 기록하면서도 한 번 언급한 적 있지만 백현진의 작품은 그래서 좋다. 보는 사람들에게 작품의 의미를 맡기는 백현진이다. 그러니 우린 그의 작품을 보면서 굳이 작가의 의도를 수수께끼 풀 듯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난해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공통점을 찾게 되고 각자의 현실을 발견하게 해주는 그의 작품이다.

그러한 백현진의 이번 전시 공간은 테마가 분명하다. 공간 한 쪽에 쓰인 글귀만 봐도 확실하다. ‘무제’ 시리즈를 주로 즐기던 본인으로서는 작가의 친절한 설명이 낯설게도 느껴졌다. 그간 트인 공간에서의 자유분방한 추상을 그려냈던 백현진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처럼 제한된 공간을 제공하니 그 안에서 자신 스스로가 역할을 만들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냈다.

   
▲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백현진, 2017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작가는 그 안에서 공간을 꾸미길 원하는 의뢰인이 되기도 하고 의뢰를 받은 실행자의 역할도 함께 한다. 그러면서 우리 현실에서 가장 씁쓸하고 피하기 어려운 것들을 나열하기 시작한다. 내가 겪지 않으면 내 옆이 겪을 이야기들. 작가 백현진은 그렇게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가 미술관 측의 선견지명에 따른 결과일지 아니면 작가 자신의 능력일지, 아마 모두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는 그대로였다. 작가 인터뷰에서의 그는 순간의 감정과 환경이 붓질을 움직인다는 것엔 변함 없어 보였다. 여기에 스스로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공간 설정을 지휘하는 모습이 더해지면서 백현진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헤르난 바스가 그림 자체에서 변화를 주었다면 백현진은 공간 속에서 변화를 보였다. 도구의 차이일 뿐 이 둘은 기존의 색채에 또 하나의 경우를 추가했다. 그리고 이는 작가로서 새로운 기회를 가진 셈이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대중에게도 한 걸음 다가간 듯한 두 작가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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