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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고전영화 들춰보기-<전함 포템킨>
최정원 칼럼니스트  |  hanaire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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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3  13: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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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yright 2015. 네이버 영화

 [디아티스트 매거진=최정원] 얼마 전 ‘땅콩 회항’으로 나라 안팎이 참 시끄러웠는데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갑질이 문제였죠. ‘땅콩 회항’은 힘을 가진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사례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가진 이들이 횡포를 부리는 일들은 빈번했습니다. 하지만 힘없는 사람들이 권력의 횡포에 참다못해 들고 일어나는 사례 또한 많았습니다. 마침 여기에 딱 맞는 영화가 생각나는군요. 바로 <전함 포템킨>입니다.

 

   
▲ Copyright 2015. 다음 영화

 사실 <전함 포템킨>의 내용은 뻔합니다. 지배층의 억압에 대한 피지배층의 반란을 다루었죠. 영화의 배경은 제정 러시아 시대로, 1905년 6월 14일 전함 포템킨의 수병들이 지배층의 착취와 박해에 항의하며 반란을 일으킵니다. 구더기가 들끓는 고기를 주는 것에도 참았던 수병들은 선장의 말에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수병들 중 일부가 총살당할 위기에 처하자,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며 지배층에 맞서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함 포템킨>은 이야기 구성이 잘 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반란이라는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야기 전개는 예측 가능한 수준에 그치고, 인물 간의 갈등이나 캐릭터의 개성은 연출에 비해 평범합니다. 하지만 <전함 포템킨>이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작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바로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인 ‘오데사의 계단’ 때문입니다. 이 장면으로 <전함 포템킨>의 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은 불과 27살의 나이로 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습니다. 약 6분 간 이어지는 러시아 군대가 오데사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장면은 지금까지 <전함 포템킨>을 지탱하는 생명력입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이 명감독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그가 영화 언어를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야기 매체이지만, 다른 이야기 매체들과 명백히 다른 점은 이야기를 시각적 요소, 즉 이미지로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잘 모르시겠다구요? 글씨 없는 그림책이나 바디 랭귀지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글씨가 없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쓰는 말이 달라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끼리도 바디 랭귀지로 어느 정도 말이 통하죠. 인물의 행동이나 표정만으로도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무성 영화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 Copyright 2015. 다음 영화

 시각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감으로, 가슴으로 느끼는 언어입니다. 시각 언어는 말이나 문자가 전달할 수 없는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전함 포템킨>은 시각 언어로 대사 하나 없이 학살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오데사의 시민들이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계단에서 전함 포템킨의 수병들을 환영하던 도중,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도착한 러시아 군이 갑자기 들이닥치며 오데사의 시민들에게 위기가 닥칩니다. 놀란 시민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하고, 러시아 군은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 시작합니다. 평화롭던 오데사는 삽시간에 생지옥이 되어 버립니다.

 

   
▲ Copyright 2015. 다음 영화

 오데사의 계단은 그야말로 비극의 현장이 됩니다. 시종일관 강렬한 타악기의 리듬, 현악기와 금관악기의 높고 날카로운 소리가 관객을 압도하는 가운데, 총에 맞아 쓰러지는 시민들과 살기 위해 다급하게 달아나는 시민들, 이들을 따라가며 학살하는 군대의 모습이 교차됩니다. 오데사의 계단 장면에서 비극을 고조시키는 장면은 달아나던 아이와 어머니가 살해당하는 장면입니다. 어머니와 아이가 도망치던 중, 총에 맞은 아이가 계단에서 피를 흘리며 넘어지고 맙니다. 아이는 어머니를 찾으며 비명을 지릅니다. 아이가 도망치는 사람들에게 짓밟히며 피투성이가 되는 장면과, 아이의 손을 놓쳤다는 사실도 모른 채 도망치던 어머니가 뒤늦게 이를 보고 경악하는 장면이 여러 번 교차되면서 시각적 충격을 배가시킵니다.

 

   
▲ Copyright 2015. 위키백과

 이와 비슷한 장면은 한 번 더 반복됩니다. 바로 계단에서 아기가 탄 유모차가 구르는 장면으로, ‘오데사의 계단’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입니다. 갓난아기를 태운 아이의 어머니는 계단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 결국 군대에게 총살당하여 쓰러지고 맙니다. 쓰러지는 어머니에게 밀려 계단 위에 있던 유모차가 굴러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계단을 내려가며 도망치는 시민들, 계단에 즐비한 시신들, 구르는 유모차를 보고 놀라 소리치는 시민들, 유모차를 향해 채찍을 내려치는 군인의 클로즈업된 얼굴, 뒤집어지기 직전의 유모차를 찍은 장면들이 점차 빠르게 교차편집 되며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안경이 깨져 피투성이가 된 여인의 울부짖는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끝맺는 장면 역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입니다.

 

   
▲ Copyright 2015. 다음 영화

 <전함 포템킨>은 영화 학도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이며, 고전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보기를 추천 드리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시각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요즘 상영되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지닌 문제점은 시각 언어를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대부분의 감독들이 시각 언어가 가진 힘을 무시하고 단지 부차적인 요소로만 여기는 것이죠. 소설이나 시가 글씨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처럼, 영화 역시 시각 언어를 통해 내용을 전달하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전함 포템킨>은 시각 언어가 가진 힘을 십분 발휘한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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