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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그 남자, 그리고 그 여자"인간은 누구나 슬픔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해."
민소영 칼럼니스트  |  msy6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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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4  17: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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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diewire.com

[디아티스트매거진=민소영]  ‘엘리노어 릭비.’ 1966년 비틀즈 앨범 ‘Revolver’에 수록된 노래 ‘Eleanor Rigby’는 외로움을 여실히 표현한 시적인 가사와 실험적인 멜로디로 앨범 발매 당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명곡이다. 네드 벤슨 감독 역시 “저 외로운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요”라는 부분의 노래 가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그 슬픔을 견뎌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그는 ‘사랑하지만 외로운’ 두 남녀를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바로 그 남자의 시선과 그 여자의 시선, 그리고 그들의 시선 – 총 3편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한 영화 내에서 서로 다른 시선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경우는 있었으나, 아예 3편을 다른 연기와 다른 연출로 편집하여 재구성하는 시도는 신선하다.

   
▲ ⓒcinapse.com

 총 3편으로 제작된 이야기는 그 남자만의 슬픔, 그 여자만의 아픔, 그리고 그 두 가지 시선이 합쳐지면서 이 사랑이 어떠한 형태인지에 대한 완결을 마주하게 한다. 인간은 항상 그래왔듯 외로우며 동시에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이다. 감독의 의도대로 필자는 <그 남자>를 선감상하였다. ‘단 하나뿐인 심장으로 열렬히 사랑하는’ 엘리노어 릭비(제시카 차스테인)와 함께라면 지나가는 풍경조차 아름답게 느끼던 코너 러들로(제임스 맥어보이). 7년이 지나 그들은 부부가 되어있었지만, 사랑이 식어버린 둘 사이에 갈등하는 코너의 시선을 보여준다. 본 의도를 숨긴 채 마음 아픈 말을 뱉던 그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라져버리고 만다. 전화번호를 없애고 아예 잠적한 그녀를 길에서 마주친 그가 말없이 따라가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그녀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녀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무릅쓰고 강의실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단순히 배경인 것 같은 강의실임에도 그 강의 내용이 그들의 내면과 매우 인상적으로 결합된다.

“소유 하고 싶은 욕망과 이해하기 어려운 신념. 정신은 왜 머리에 있는가?”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이기적인 본성과 본질에서 벗어나 이타적이게 만드는가?”

 그녀가 없이는 삶이 불완전한 코너는 계속해서 방황하고, 이 상황에서 아버지(시아란 힌즈)와의 반복되는 대화를 통해 둘의 유사점을 발견함으로써 결말을 유추해나갈 수 있게 된다. 대부분 영화들 속 아버지의 등장은 남자 주인공의 미래 암시적 효과를 위함이다. 코너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늙어가는 자신을 비아냥거리듯 대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인간은 누구나 슬픔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해. 이런 슬픔에는 처방전이 없어.”라고 말한다.

   
▲ ⓒtumblr.com

 코너의 아버지의 말처럼 코너만이 이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 여자>를 통해 바라본 엘리노어의 아픔은 연인과 멀어져 고통스러운 코너의 심정과는 달랐다. <그 남자>를 보면서 두 부부 사이의 잃어버린 아이에 대해 알게 된 필자는 그녀가 겪었을 고통을 마주하는 장면들 속, 왜 코너를 피하고 싶었는지, 변화를 원하고 새로운 인생을 원하는지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남자>를 바라보았을 때 이해 가지 않았던 의문들이 스르르 풀려버린다. <그 남자>에서의 시작은 그들의 풋풋한 사랑이다. 하지만 <그 여자>에서의 시작은 삶에 비관한 엘리노어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코너는 잃은 아이를 자꾸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었고, 그 기억을 잊기 위해 그녀에겐 변화만이 유일하다 느껴졌을 것이다. 그와 그녀가 슬픔을 견디기 위해서는 다소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관객들에게 이들의 사랑은 ‘Eleanor Rigby’의 쓸쓸한 노래의 멜로디처럼 스며든다. 코너는 사랑을 통해 슬픔을 견디고자 하였고, 엘리노어는 스스로 변화하여 떠오르는 기억을 접어둠으로써 슬픔을 견디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둘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

   
▲ ⓒtumblr.com

 각자 나름의 이유로 행한 소통의 방식은 뜻밖의 행동으로 서로에게 의문과 상처를 남겼지만, 같이 살던 공간을 정리하던 코너에게 다가와 “기억이란게 참 이상해.” 라며 말을 거는 엘리노어는 잊기 위해 발버둥치는 자신의 모습을 코너의 내면에서 발견하게 된다. 지나간 아픈 순간을 마주할 수가 없어서 괴로워하던 두 남녀가 마주보고 앉아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는 장면은 그들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흥미로운 것은 시점이 나뉘었을 때 이다. <그 남자>에서는 코너가 “미안해.”라 말하며 엘리노어가 “사랑해.”라고 말한다. <그 여자>에서는 그 반대인 모습을 통해 이들은 서로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랑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소통하고자 하는 법이 더뎠고 떨어져서 고통을 혼자 감내해야 했지만, 그 결과로 얻은 것은 이해였고, 진정한 사랑이었다.

   
▲ ⓒemertainmentmonthly.com

 엘리노어는 머무르지 않았고, 코너도 붙잡지 않았다. 서로가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다시 결합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사랑의 형태는 조금 다르다. 사랑은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기보다 방향이 같은 곳을 걸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의 초반에는 코너가 절실한 마음으로 엘리노어의 뒤를 밟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엘리노어가 코너의 뒤를 따라간다. 누군가는 뒤따라가고 그 앞사람은 그저 누군가 따라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걷는 두 외로운 사람. 그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오히려 사랑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혜성은 몇 초 만에 사라지지만, 그래도 그 것을 보았던 순간만큼은 행복하지 않았니?”

그들이 함께한 시간들과 엘리노어를 닮은 아이를 잃기 이전의 순간까지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혜성같이 지나갔고,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고통을 이겨나가는 것이었다. 비록 그들은 따로 떨어져 혼자 감내해 나가는 듯 보였지만, 결국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이해로 그 순간을 극복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앞으로도 함께 걷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어느 때는 코너가, 어느 때에는 엘리노어가 뒤를 따라 걸으며 서로를 그릴 것이고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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