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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은 무지의 미덕 혹은 삶영화<버드맨>을 통해 바라보는 우연의 날개짓
민소영 칼럼니스트  |  msy6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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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2  16: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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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dawa.com

[디아티스트매거진=민소영]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것만큼 절실한 것이 있을까. 연극으로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퇴물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자신이 슈퍼히어로 버드맨이었던 시절 대중이 주던 관심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다시 주목 받고자 그는 브로드웨이 무대 위에 섰고, 그를 둘러싼 우연과 운명의 연쇄고리들이 움직이는 것을 우리는 어마어마한 롱테이크 씬으로 마주하게 된다. 얼핏 보면 원테이크로 이루어진 듯 한 롱테이크 씬은 올해 아카데미 촬영상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압도적이다. 단일 플롯의 흐름대로 무대 위 교차하는 인물들을 따라다니며 대부분 한정된 공간을 맴돌지만, 같은 장소를 반복해 오가는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연극적 장치들을 잘 활용하였다. (리건 톰슨의 내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실제로 좁아지는 복도가 그 장치 중 하나이다.)

   
▲ ⓒhollywoodreporter.com

 기존에는 편집이 강하며 비극적인 영화를 만들어왔던 이냐리투 감독에게 이 블랙 코미디는, 리건이 할리우드가 아닌 브로드웨이에서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것처럼,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도전을 넘어서는 인물은 다름 아닌 리건 톰슨 역의 마이클 키튼이다. 배트맨 2 이후 큰 영화적 성공을 맛보지 못했던 그에게 리건이라는 인물은 거울과 같은 존재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마이클 키튼은 배트맨 그 이전에도 인정받는 희극 배우였다는 점. 리건 톰슨에게 있어서 버드맨과 버드맨 그 이후는 존재하지만 그 이전은 전혀 알 수 없기에 이러한 면에서는 마이클 키튼과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은 리건 톰슨이 아닌 마이클 키튼이 말하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한껏 드러내며, 날개가 꺾여본 새만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쾌감을 아는 것처럼 발버둥치며 치솟으려는 날개짓을 보여준다. 리건 속의 또 다른 리건, 또 다른 자아인 버드맨은 그가 혼자 있을 때면 그 굵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그리고 이 때 마다 등장하는 리건의 초능력 장면(손을 대지 않고 사물을 움직이는 힘)은 관객을 마술적 리얼리즘의 공간으로 끌어온다. 이 장면에서 '정말 이 사람이 어떠한 초능력을 가진 인물인가' 호기심을 가지게 하며 슈퍼히어로의 존재를 기대하게 하나, 이는 리건이 원하는 힘의 상징일 뿐 다른 이가 보는 앞에서는 발휘되지 않는 초능력에 되려 그만이 갇혀있는 세계가 존재함을 드러낸다.

   
▲ ⓒmovpins.com

 영화의 시작과 끝 장면인 떨어지는 화염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 이카루스(영화 속에서도 버드맨이 리건을 동요시키기 위해 언급하는 이름이다)를 떠올리게 한다. 추락인지 비상인지 구분짓기 어려운 그 모습은 영화 속 무대 안팎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함축하여 표현한 듯 하다. 각 인물들의 말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저 것이 연기인지 아닌지 – 상반되는 두 가지 개념을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 것은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튼)와 샘 톰슨(엠마 스톤)의 ‘진실 혹은 벌칙 게임’이다. 유독 진실에 목을 매는 마이크와 진실보다는 벌칙을 택하는 샘. 진실 앞에서 회피하려는 샘의 모습은 그녀가 대마초를 하는 이유가 되며, 젊은 시절의 방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와 상반되게 마이크의 방황은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 무대 위에서는 그 누구보다 진실할 수 있다며 여자친구와 함께 오른 모텔 씬에서 발기해버린 그의 모습은 다소 어처구니 없을 수 있다. 무대 위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현실로 나오면 거짓투성이인 자신 속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는 한계에 부딪치는 마이크. 이에 반해 리건 톰슨은 무대 위에서도 그 밖에서도 자신만을 발견한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허공에 내지르는 그 소리는 사실 깊은 내면 속에 울리는 소리이다. 심지어는 그 외침이 리건 톰슨의 것인지, 마이클 키튼의 것인지도 모호할 정도의 연기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 깊이를 통해 스크린 안과 밖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 경계마저 허물고, 스크린을 하나의 무대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심지어 영화의 배경음인 드럼소리마저도 예기치 않게 스크린으로 들어와 시각적 이미지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 ⓒthehundreds.com
내일, 내일, 또 내일이 이렇게 작은 걸음으로
하루하루 정해진 시간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기어가는구나.
우리가 지나온 모든 어제는 바보들이 한줌의 먼지로, 죽음으로 향하는 길을 비추어 준다.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한낱 걸어다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제 시간이 되면 무대 위에서 뽐내며 시끄럽게 떠들지만
어느덧 사라져 더 이상 들리지 않는구나.
그것은 바보가 지껄이는 이야기.
소음과 광기로 가득차 있으나 아무런 의미도 없구나.

 

 지나가는 길거리 배우가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맥베스 5막 5장의 대사들은 리건 뒤를 따라 걷는 버드맨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인생은 정녕 그의 뒤를 따라 그림자와 같은 불가분의 관계였던 버드맨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인가. 리건 자신보다 더 강렬한 그림자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될 수도 있다. 존재의 모순이랄까. 알몸으로 분주한 사람들 속을 걷게 되는 창피한 일이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하고, 미국 연극의 사라진 동맥으로 인정받게 되는 계기가 실제 무대 위에서 피를 흘려 얻게 되는 아이러니. 오프닝 무대의 마지막 장면에 오르기 직전, 그가 아내에게 털어놓은 이야기 또한 그 아이러니함을 제대로 보여줌과 동시에 이로 미래를 예견한다.

죽으려고 바다 속을 걸어 들어가는데 그 속의 해파리들이 불타듯 찌르는 거야. 견딜 수가 없어 뛰쳐나와 울면서 모래사장을 뒹굴었어.”

죽으러 갔지만 죽음의 위협 앞에서 결국 다시 삶을 찾기 위해 쫓기듯 나왔다는 리건. 꽃의 향기에 민감했던 그가 자살시도로 코를 날려버리게 된 것마저 우연이 이토록 기가 막힌 운명일 순 없다 여기게 한다.

   
▲ ⓒgoldderby.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명예와 사랑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리건의 모습이 마지막에 밝은 희망으로 보여지는 까닭을 이 영화는 애초에 부제로 보여주고 있다. 본 뜻이 아닌 방식으로 실현되는 꿈과 인생 앞에서 무지만큼 달콤한 것은 없을 것이다. 우연의 결과물을 받아들이게 될 때, 삶은 그렇게 돌아갈 것이고, 추락하는 듯 비상하는 자유로운 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어느 무엇도 확신하거나 이야기 되어질 수 없는 이유는 ‘판단되어지는 무엇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그 것(A thing is a thing, not what is said of that thing.)’ 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매 순간 마주하는 인생의 조각들은 가볍고 무거운 날개짓으로 이루어가는 것이 아닌 우연한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른 운명들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지가 미덕이 될 수도 있음을,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임을 이 영화는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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