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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맨> 봄만 되면 나는 플랜맨?봄이 왔나봄. 영화 하나 추천 해 봄.
김진아 칼럼니스트  |  originalji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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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2  15: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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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맨> 봄만 되면 나는 플랜맨?

봄이 왔나봄. 영화 하나 추천해 봄.

 

[디아티스트매거진=김진아] 온 집안을 뒤집어 놓았다. (집 안이라고 해봐야 7평 남짓의 독거여인의 공간이지만) 꼭 봄이 와서 기분 전환을 하려던 참은 아니었지만 미루고 미루었던 계획을 실행하기엔 봄만큼 좋은 계절도 없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에는 광범위한 -이를테면 곧바로 해내기에 무리가 있는 상향된 계획 같은 것- 계획과 다짐을 한다면 3월, 봄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당장 해낼 수 있는 일정들을 잡아 놓게 된다. 그것의 첫 번째가 집안의 묵은 가구와 옷가지들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협소한 공간 탓에 창문을 가리고 높이 설치해두었던 옷걸이를 정리하고 나니 방이 환해져 봄이 바로 문 앞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고른 영화는 바로 정재영, 한지민 주연의 <플랜맨>(2014)이다.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어릴 적의 트라우마로 인해 모든 것에 시간을 정하고 매일을 계획적으로 사는 정석(정재영)에게 천방지축 락커 소정(한지민)이 나타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 ⓒ네이버 영화

*공감 정재영, 난감 한지민

 정재영은 oo전문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몇 안되는 배우이다. <아는여자>(2004)의 어리숙한 야구선수 동치성과 <거룩한 계보>(2004)의 조직원 동치성은 비슷한 과묵을 가지고 있으나 전혀 다른 느낌으로 연기하고 있다. <바르게 살자>(2007)의 정도만은 캐릭터 자체가 가진 코믹성에 비해서 정재영이 연기한 정도만은 진지한 인물 그 자체이다. <바르게 살자>의 정도만이 철저한 계획 하에 은행강도 모의훈련을 했다는 점이 어쩌면 <플랜맨>의 한정석과 닮아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나열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끼>(2010)의 천용덕 이장을 연기한 것만 봐도 분명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그의 이런 코믹장르의 코믹연기는 전혀 낯설지 않고 오히려 공감능력을 갖춘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코믹도 로맨스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 버린 이유를 전적으로 한지민에게 돌린다면 나는 돌팔매질을 당할 것인가?

 영화에서 필모가 많은 여배우는 아니지만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에서 매혹적인 요부 한객주로, <역린>(2014)에서는 야심 가득 찬 정순왕후를 무리 없이 소화해낸 것에 상대적으로 이 영화는 참으로 아쉽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그런 것이다. 드라마에서의 한지민은 특유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그녀 자체가 캐릭터가 되는 것에 비해 영화에서는 앞서 말한 영화에서처럼 악(惡)기가 반드시 필요한 배우라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캐릭터의 특징 끌어내어 관객의 호감과 환심을 사기에는 악의 기운이 전혀 없는 선한 여배우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결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플랜맨>에서 억지스러운 그녀의 발랄함은 뒤편에 숨겨진 아픔을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난감한 느낌이다.

   
▲ ⓒ네이버 영화

*플랜은 강박이다.

  어쨌든 영화는 한정석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분명 그가 가진 이런 습관은 사실상 강박이다. 그것은 치료가 되는 것이고 극의 말미에는 그에게 희망을 가져다 준다. 이것이 단지 정석의 강박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영화 안에 풀어놓은 장치들로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다. 자신과 똑같은 습관의 여인을 좋아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싫어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지원, 비둘기에 공포를 느끼는 소녀, 분노조절장애 아저씨, 우울증 여인, 그리고 정리정돈의 달인 엄마, 뻔뻔한 유부남, 환자들을 치료하다 자신이 치료된 의사 까지 사실 정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정상인 것처럼 정석을 정상의 범주로 끄집어 내주고 있는 소정 마저도 뻔뻔한 유부남에게 심한 상처를 받은 아픔을 가진 여자였던 것. 그것 역시 강박이다.

그리고 그 강박은 사회의 압박으로부터 시작된다. 정석의 강박은 더 자극적이고 신선한 것을 원하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플랜’에서 시작된다. 천재소년의 재능이 마녀사냥 하듯 계획적으로 세상에 까발려 지고 어린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미국으로 가야만 하는, 자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시선과 관심의 플랜이 정석을 강박으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그의 엄마의 죽음은 그를 매우 다른 방향으로 틀어놓았고 그 강박에 대한 저항으로 그는 ‘플랜맨’이 되었던 것이다.

   
▲ ⓒ네이버 영화

*그러나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영화도 인생처럼, 인생도 영화처럼 갈등과 위기, 그리고 해결과 이해를 통해서 흐른다. 여기서 포인트는 ‘예측불허’라는 것이다. 정석처럼 분초를 다투어 계획을 설정해도 소정을 만나 엉망진창이 되는 ‘예측불허’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고 소정이 사랑한 사람이 유부남이었고 그것 때문에 자신의 음악 인생이 파탄에 이르는 ‘예측불허’는 플랜우먼이 아닌 그녀 역시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집단 치료를 통해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법과 계획들을 세우는 여의사(이지영)의 치료과정에서 보이는 당황스런 코믹연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흔하게 깔려 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그것들을 결국 계획한대로의 결말로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소통이다. 소통이 곧 해결이다. 앞서 말한 강박, 플랜, 사회의 압박은 다르지만 같은 의미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의 교집합으로 가운데 떠억하니 자리 잡고 있는 열쇠는 바로 소통이라는 것이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통으로 끌어내어 내려놓고 여유가 생기니 다른 사람의 것까지 끌어내어 함께 내려놓을 줄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계획에 없던 것들이다. 우리는 단지 소통을 해야한다는 계획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러 나가기 좋은 날씨이다. 그것은 희망이라는 단어로 혹은 새로움이라는 단어로 다르게 사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플랜’을 세우는 것이 쓸모없는 일이라는 결론이 아니다. 분명 계획이라는 것은 인생의 리듬에 필수조건이다. 다만 그것이 어떤 강박과 타의로 인해서 묶여지면 악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소통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것이므로 그 계획은 소통을 위해 틀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플랜’은 상징적으로만 사용해도 우리는 아무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 모두 그렇게 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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