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최보영] 만약 외국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그 지역의 문화나 언어를 배워가는 것도 좋지만 지역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예술가들이 바라본 지역의 개성적 모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비토리오마테오코르코스, 작별

지금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노르망디라는 프랑스의 한 지역을 인상주의 작품들을 통해 집중 조명한 [인상파의 고향-노르망디展]을 선보이고 있다. 인상주의의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해보고 싶은 사람, 모던아트 초기의 풍경화를 보고 싶은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전시지만 특히 여행 가고 싶은 사람, 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 이 전시를 추천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작가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작가전이나 특정 소재를 주제로 삼는 기획전과는 달리 노르망디라는 한 장소를 주제로 그린 풍경화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노르망디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며 휴양지로 유명했던 해안도시이다. 모네, 부댕, 쿠르베, 뒤피 등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은 노르망디에 머물며 야외풍경화를 그렸다. 풍경화는 심오한 주제의식이 없다는 이유로 저평가되어온 장르이다. 그러나 순간의 인상을 잡아내는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야외스케치는 중요한 작업방식이었고 풍경화는 점차 독립적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번 전시 또한 야외 스케치를 통해 그려진 풍경화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시를 순서에 따라 감상하다보면 같은 장소를 그린 작품들을 여럿 볼 수 있는데 같은 곳이라도 빛에 따라 전혀 다른 색채로 표현된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인상주의의 선구자이자 모네의 스승이기도한 부댕은 ‘부댕만이 빛을 안다’고 평가될 만큼 섬세한 빛의 표현이 뛰어나 주목할 만하다. 또한 뒷부분에서는 노르망디의 20세기를 대표하는 라울 뒤피가 중점적으로 소개된다. 라울뒤피는 특유의 선과 강렬한 색채를 통해 노르망디를 보고 받은 인상을 그려낸다. 

전시는 중세 노르망디의 고성에서 시작해서 해안 풍경, 휴양지를 즐기는 부르주아들, 19세기 무역항으로 발전한 노르망디의 모습, 초기 야수파의 그림, 실제 노르망디를 담은 사진 등 크게 여덟 가지의 섹션으로 나누어져있다. 순서에 따라 노르망디의 작가들을 만나보고 나면 전시 끝 부분에서 지금과 가장 가까운 시기에 찍은 사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빛이 강조된 흑백사진은 초기의 잔잔한 해안 풍경이 아닌 근대화된 노르망디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노르망디전을 통해서 우리는 같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느낌을 가진 작품들을 보게된다. 이러한 노르망디의 각기 다른 해안 풍경은 어느새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 나만의 인상을 갖고 싶은 충동을 들게 한다. 또 중간 중간 함께 소개되는 노르망디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과 지도들은 이를 더 부추길 것이다. 여행을 준비 중이었던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만약 마지막으로 본 흑백사진 속 노르망디의 색채가 상상된다면 당신은 노르망디로 떠날 준비가 된 것이다. 떠나라, 노르망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