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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안시성'이 넘지 못 한 한국역사영화 Choice 5
조재형 칼럼니스트  |  superjj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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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30  22: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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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시성'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2018년 9월 19일, 2018년을 대표할만한 기대작이 개봉했다. 바로 ‘안시성’이다. ‘안시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주목받았다. 조인성, 배성우, 박병은, 박성웅, 오대환, 남주혁, 김설현 등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으로도 주목받았다. 그리고 ‘황산벌’과 ‘평양성’을 잇는 고대역사 전쟁물의 마무리를 담당하는 영화로 주목받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영화계에서 좀처럼 투입되기 힘든 200억이라는 큰 액수의 제작비가 들어 주목받았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안시성’은 개봉 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안시성’은 받았던 사전 주목도에 비해 처참한 완성도를 낳고야 말았다. 여러 요소들로 반드시 넘어야했던 전작들을 넘지 못 했는데, ‘안시성’ 앞에 놓여 산과 같았던 전작들 그리고 안시성은 어떻게 하여 그 전작들을 넘지 못 했는지 다시 살펴보자.

 

   
▲ '태극기 휘날리며' 스틸컷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평면적인 인물 묘사

  ‘안시성’은 영화다. 영화에는 인물이 등장한다. 물론 ‘안시성’이 고대전쟁물이지만 인물이 등장하며 그 인물들이 전쟁에 참가하고 영화의 이야기를 이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아니 참가해야만했던 진태와 진석의 이야기가 적당히 녹아들고 표현됐다. 두 주인공 진태와 진석의 이야기가 그저 우애로만 영화를 채운 것이 아니다. 진태의 변화 진석의 믿음이 영화 내내 표현돼 하나의 전쟁드라마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안시성’에선 전쟁에 참가하는 인물들에 대한 표현이 지극히 평면적이었다. 양만춘은 성주니까, 장수들은 군인이니까, 성민들은 삶의 터니까 그래서 그냥 그렇게 당군을 막는다. 이보다 더 깊고 입체적인 인물 묘사가 있었더라면 관객들은 ‘안시성’이란 영화에 더욱이 이입했을 것이고 안시성 전투를 알아야 하고 생각해야하는 당위성이 확보됐을 것이다.

 

   
▲ '명량' 스틸컷

  '명량'보다 느슨했던 전투 표현

  ‘안시성’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를 꼽자면 어떤 영화가 있을까? 아마 ‘명량’이 있을 것이다. ‘명량’도 ‘안시성’처럼 영화 런닝타임 대부분을 전투장면에 할당하며 전쟁영화로써의 정체성을 확보했다. ‘명량’도 완벽한 영화는 아니었다. 고증에서도 부족했고 이야기 전개도 단편적이어서 깊은 명량해전과 이순신에 대한 이해를 바라고 관람한 대중들에겐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명량’의 전투장면은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기에 충분했다. 울돌목 해협에서 단 12척으로 300척이 넘는 일본해군을 맞이하는 조선수군의 모습을 박진감 넘치게 체험에 가깝게 ‘명량’에선 충분히 표현했다. 하지만 ‘안시성’은 달랐다. 물론 상황 상황 당군을 막아내는 양만춘의 지략은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 이외에 20만에 다다르는 당군의 병력 표현, 어마어마한 당군의 공격을 안시성 성벽에서 막아내는 고구려군의 모습 등은 마치 KOEI에서 만들었던 삼국지 시리즈 정도를 보는 듯한 느슨한 수준이었다. 우리는 영화롤 보러왔다. ‘명량’이나 ‘대호’나 시대극을 넘어서 ‘신과 함께’나 우리나라 영화 컴퓨터 그래픽 수준은 그동안 차츰차츰 꾸준히 발전해왔다. 하지만 ‘안시성’의 전투장면은 게임 그래픽 그 이상의 수준도 아니었으며 그야말로 영화보다는 게임에 어울리는 그래픽 작화느낌이었다. ‘안시성’의 대부분이 할당된 전투 표현마저도 실패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 '최종병기 활' 스틸컷

  '최종병기 활'보다 가벼웠던 활의 활용

  ‘안시성’은 영화 초반부터 무녀 시미를 들어 활의 중요성, 주몽신의 혼이 깃든 대신궁의 존재를 밝히고 그 활에 대한 활용이 언젠가 있을 것이라는 복선을 심어놓았다. 그리고 활은 잊혀졌다. 그리고 당군에 맞서 양만춘 휘하 안시성의 고구려군은 죽을 힘을 다해 안시성을 지켜냈고 토성마저도 무너뜨려 당군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기에 다다른다. 그러나 결국 당군을 몰아낸 것은 고구려군이 아닌, 그렇게 영웅들도 활시위를 휘기 힘들다던 대신궁을 양만춘이 줄을 당겨 활을 쏘아 당 태종 이세민의 눈을 맞춰 당군을 후퇴하게 만든다. 아무래도 고구려군의 능력으로는 결정적으로 당군을 돌려보내기엔 서사적으로 결정적이지 않다고 ‘안시성’ 제작진이 판단했나보다. 그래서 영화 전개에 완전 배제돼있던 대신궁을 갑자기 꺼내어 극을 마무리했다. 보다 더 무겁게 다뤘어야했다. 아니면 더 잘 표현하여 대신궁에 대한 중요성을 확보했어야했다. ‘최종병기 활’처럼 말이다. ‘최종병기 활’도 극의 마무리가 활의 활용으로 된다. 내내 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활로 극을 끝낼 것임을 계속 암시하고 표현한다. 마지막 그 표현도 바람의 계산이라는 일반적 결론을 넘어 바람의 극복이라는 더 극적인 결말로 마무리 지어 활의 활용이라는 정당성에 모두가 동의하고 수긍했던 것이다. 양만춘이 활로 안시성 전투를 끝냈다는 것을 보다 몰입감 있게 표현하려했었더라면 활에 대한 중요성을 좀 더 자주 역설하고 표현했어야했다. 너무 가벼이 활을 꺼내들고 쏘았다.

 

   
▲ '황산벌' 스틸컷

  '황산벌'보다 못 했던 고대 전쟁 서사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은 단순히 이준익 감독의 대표작이 아니다. 한국전쟁영화 역사에 반드시 언급돼야할 정도로 전쟁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 사실 고대역사를 소재로 성공적인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기록도 부족하고 영화적인 상상력 또한 당시 고증의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안시성’ 이 점에선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안시성’은 ‘황산벌’보다 부족했던 고대 전쟁 서사를 가졌다. ‘황산벌’은 고대전쟁이었기에 더욱이 실패하면 안 됐을 군량미 수급,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장기 두기, 고대역사 전쟁이었기에 허용됐을 전쟁의 마무리 전략 등 ‘황산벌’의 서사 전개는 고대역사라는 허용범위 안에 철저히 존재했다. ‘안시성’도 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고대역사 전쟁이라는 특색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고대역사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흔치 않은 만큼 ‘안시성’은 그 흔치 않은 영역에서 자신만의 특색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저 소재로만 고대역사 영화로 남으려했다면 그것은 ‘황산벌’도 넘지 못 하고 안주하려고만 하는 안일한 영화다.

 

   
▲ '평양성' 스틸컷

  '평양성'보다 옅었던 고구려 정신

  무엇보다 핵심은 고구려 정신이었다. 전쟁은 사기로 하는 것이고 그 사기가 집중돼 전투를 승리하고 전투의 승리는 곧 전쟁의 최종승리로 이어진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막론하고 전쟁의 핵심은 정신, 즉 사기에 있다. ‘평양성’은 그런 면에서 가장 고구려 정신을 짙게 표현한 영화로 기억된다. 물론 영화 모티브에 맞게 이북방언으로 고구려 소속 인물들이 대부분 대사를 말하기에 더 짙게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전투를 앞두고 생마늘을 씹으며 사기를 다지는 모습, 창에 몸이 관통당해 피를 뿜어도 ‘고구려는 죽지 않아’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어가는 연남건에게서 우리는 충분히 고구려 정신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안시성’에서는 필히 표현됐어야했을 고구려 정신이 너무나도 옅었다. 장군이라면 휘하 장수들, 자신을 바라보는 성민들을 위해 선두에 나서고 모두를 정신적으로 한 데 묶을 줄 알아야한다. 장군의 모습을 주연배우 조인성에게서는 무겁게 짙게 느껴지지 않았다. 높은 톤의 목소리와 위압감이 없는 양만춘의 행동에 고구려 정신은커녕 관객의 입장으로도 사기도 충족되지 않는 이입불가의 지경이었다. 그렇게 ‘안시성’에서는 고구려라는 세 글자보다 양만춘이란 세 글자가 더 중요해져갔다. 고구려 정신은 “싸우자!” 이 한 마디로 표현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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