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탯줄, 모성애의 시작
김미환 에디터  |  rla-flq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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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11  21: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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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속이 뭉클해짐을 느낍니다."

[THE ARTIST 매거진=김미환]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의 졸업 전시회를 보던 중 유난히 눈을 끌던 작품이 있다. 잔잔한다큐멘터리적인 작품들 사이에서 빨간색의 잔인함을 보이고 있는 작품이었다. 졸업전시가 이루어지는 일주일가량의 기간 동안 간혹 그곳을 지날 때면 언제나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작품의 제목은 <엄마라는 이름으로-탯줄>로서 잔임함보다는 아련한 애(愛)를 표현한 듯 했다. 사실적으로 표현된 탯줄에서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함이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와서인지 작품에 담은 내용이 더 강렬히 다가왔다. 작품을 탄생시킨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에 재학 중인 손영신 작가로부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손영신, 엄마라는 이름으로-탯줄, 혼합매체, 설치, 2014

1. <엄마라는 이름으로-탯줄>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처음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은 곳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등장하는 한 로고로부터였다. 본체는 하나인데 그림자가 두 가지로 나타나는 로고의 형태는 짧은 순간이지만 제게 큰 감명을 주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뒤 작품 구상 중에 문뜩 그때의 감명이 떠올랐고, 분리되어 있지만 결국 한 곳에서 파생되는 모성애가 연상되었다. 몸은 하나이지만 그림자가 두 가지로 나눠지는 것이 바로 엄마와 나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모성애를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가 굉장히 막막했다. 그러다 엄마와 아이를 연결해 주는 최초의 요소가 탯줄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자에서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 순간의 시작이 아이와 탯줄로 이어질 때였고, 탯줄로 몸의 형태를 만들게 되었다.

   
"몸은 하나이지만 그림자가 두 가지로 나눠지는 것이 바로 엄마와 나가 아닐까..." 

2. 작업의 소재로서 택한 탯줄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텐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처음 흙으로 탯줄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그림자였다. 탯줄 모양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그림자를 계속 보고 작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렸고 어깨와 목에 근육통으로 고생을 했었다. 그렇게 흙 작업을 끝내고 캐스팅하기 위해서 실리콘, 석고, 폴리 작업을 하였다. 그때 흙으로 표현한 굴곡들을 그대로 캐스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어서 캐스팅 한 틀을 자르기도 하고 부수기도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때마다 동기들의 도움으로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컸고졸업 작품이라는 압박감에 높은 완성도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채색은 서양화과인 제 동생동생의 친구와 함께 작업하여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엄마의 사랑과 희생이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3. 기존의 작업들은 어떤 것인가?

 이번에 갤러리 전시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학년 때 작품부터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에디터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많은 것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작품들보다는 징그럽거나 우울한 느낌의 작품 수가 더 많았고 그런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내가 그렇게 우울한 사람은 아니지만, 무게감 있는 작품들에 더 깊은 감명과 감동을 받고 그런 작품을 할 때 스스로도 몰입도가 큰 것 같다. 앞으로의 작업들도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

   
 

4.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저의 엄마를 포함한 수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여자이기를 포기한고, 자신의 꿈을 미룬다. 그러한 희생은 탯줄에서부터 시작된다. 탯줄은 태반과 태아의 연결하여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처리한다. 그렇게 엄마의 영양분과 에너지를 나누며 둘은 한 몸속에서 같이 살아간다. 우리는 엄마의 사랑과 희생이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엄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름 석자를 불러주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가고 "영신이 엄마","시현이 엄마"이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보다는 '엄마'라는 이름이 먼저인 엄마의 인생을 표현하고 싶었고, 관객들도 작품을 보고 그런 엄마의 삶을 한 번쯤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5.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

 나는 평소에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속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엄마의 조건 없는 내리 사랑은 그 어떠한 언어로 설명할 수도 없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갚을 수 없는 것이다. 아직 한 번도 직접 사랑한다고 말해본 적 없는 무뚝뚝한 딸이지만이 작품을 통해서라도 엄마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 작품을 보신 ‘K-art gallery’의 정은경 대표님께 연락이 와서 내년 1월에 전시하게 되었다. 교외에서 처음 해보는 전시이기도 하고 학생이 아닌 실제 작가라는 이름으로 하는 첫 전시여서 매우 뜻 깊다.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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