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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부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소설<소멸세계>와 영화<더 랍스터>
김진아 칼럼니스트  |  originalji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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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6  16: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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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진아]

 해가 바뀌니 생각할 것이 많아진다. 종류가 많아진다기보다 애초에 가지고 있던 고민이나 걱정이 더 깊어지는 기분이다. 고민의 가짓수는 어차피 살면서 이고 지어야 할 만큼 계속 늘어날 터이니 지금 당장 많아지지 않았다고 안심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여태 잘 해결해나가고 있으니까.

 

 허구의 세상은 현실의 불안감이나 불만족이 반영된다. 소설 <소멸세계>와 영화<더 랍스터>는 1인가구와 비혼족 증가의 우려에서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보고 있자면 사실 유치한 비과학 공상영화처럼 느껴지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주제 자체는 무겁고 진지하다.

   
▲ ⓒ책<소멸세계>

거부한다

 처음부터 나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 소재의 이 소설은 그리 쉬이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다. 모든 문장이나 사건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싶을 정도였다. 별다른 과정이나 이유 없이 이미 인류는 모두가 섹스리스가 되어있고 가족, 즉 아내와 남편이 애정행위를 하는 것이 사회적 수치와 윤리적 비난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되어있다. 이 소설은 마치 “가족끼리 이러는거 아니야”라는 애정이 식어버린 부부의 시덥잖은 농담에서 시작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데 아이는 하나 낳아서 기르고 싶어’

 

 무책임하지만 책임감 넘치는 나의 이런 생각의 해답 같은 소설이었다. 소설 초반에는 그래도 나름 그럴듯한 설득력이 있었다. 섹스를 경멸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서로 조건과 생각, 능력이 맞는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한다. 단지 아이를 갖고 가족을 형성하기 위함이다. 물론 결혼 후에도 각자의 연애활동은 이어나갈 수 있다. 꼭 인간이 아니어도 좋다. 피규어같은 사물이어도 연애를 할 수 있다. 그들은 연애중이라고 믿는다. 꼭 인간이 아니어도 성욕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두들 알고 있다. 섹스가 사라진 이 소멸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공수정이 아닌 인간의 섹스로 태어난 주인공 아마네는 섹스를 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자신의 본능과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그녀는 집착한다. 첫 남편과는 이혼한 경력이 있고-그가 섹스를 시도하려 해서 온 가족들에게 욕지거리를 들어야했다- 현 사회에 환멸을 느낀 그녀는 두 번째 남편과 실험도시인 ‘지바’로 떠나 살게 된다. 그곳에선 세계최초로 인공자궁을 통해 남성의 출산이 시도되고 ‘아기‘를 공동의 소유로 보살피게 된다.

 한 날 한 시에 만들어진 아이, 그리고 별문제가 없다면 한 날 한 시에 태어나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그렇게 내 자식이라는 소유 없이 공동의 육아로 자라는 아이들은 이방인에게도 엄마라고 부르며 살아간다. 아빠라는 단어는 소멸되었다. 자궁의 유무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아빠라고 불렸던 존재는 난자를 제공받아 제 몸에서 아이를 품을 수 있다.

 

 이 소멸세계에서는 대체 무엇이 소멸 된 것일까? 가족의 개념? 섹스? 남녀의 역할?

미진했던 소설 초반의 실수를 후반의 ‘지바’에서 만회하려고 애쓴 것 같으나-예를 들면 너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비춰져서 자칫 가족에 대한 중요성을 상실할까 겁이 난다거나- 이 소설이 간과한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사라진 이후의 행동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의 소멸, 여러 행태의 소멸이 인간을 보다 풍요롭고 안락하게 살게 해줄 것이라 믿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본능의 소멸 하나만으로도 인간의 소멸로 그대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나?

   
▲ ⓒ네이버영화

금지 된 것을,

 <소멸세계>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영화 <더 랍스터>는 소멸보다는 공멸이 두려워 공존하기를 원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가 된 사람들을 호텔로 모아둔다. 그리고 단 한명도 혼자 있게 두지 않고 45일 동안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로 만들어버린다. 완벽하고 완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그냥 사라지게 만들어 버린다. 모든 사람들이 병적인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과 다른 것에 불안을 느끼고 같은 것만이 완성이라고 느낀다. 여전히 사랑은 배제되어 있다. 감정이란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감추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하는 데이비드만이 진짜 사랑의 가치를 알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결국 그도 동물이 되고 싶지 않은 열망이 더 강해서 억지로 코피를 내야했던-코피가 자주 나는 여자와 커플이 되기 위해서- 절름발이 남자처럼 자신을 속인다. 거짓된 관계는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형(개로 변한)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데이비드는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 ⓒ네이버영화

 사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그가 정신을 차리고 그곳을 떠난 것이 결말도 아니다. 이 영화는 매우 불친절하고 심지어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커플이 되지 않은 사람은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고 했지만 우리는 절름발이의 상상력 외에는 어떻게 동물을 만드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형(개로 변한)을 죽인 비정한 여인을 데이비드는 어떤 동물로 만들어 버렸는지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영화 초반 갑자기 한 여인이 차에서 내려 염소에게 총부림을 하는데도 마땅한 근거가 없다. 그저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우리는 보고 있어야만 한다. 온갖 것을 추측해대느라 바쁠 지경이다.

 

 기괴한 호텔에서 떠난 데이비드는 커플이 되기를 거부한 외톨이들이 사는 숲속에서 이전에 없던 자유를 갈망하지만 그곳 역시 통제의 지역이다. 사랑하지 않아야 하는 규칙이 있지만 사랑에 빠지고 강렬한 사랑을 느끼지만 완전한 사랑을 이루지는 못한다. 실제로 코피가 자주 나는 몸이 되지 못했고, 끝까지 비정한척 연기할 수 없었던 것처럼 억지로 맹인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데이비드, 인간의 한계이다.

   
▲ ⓒ네이버영화

 이번 내 글이 매우 불친절해 보였을지 모르겠다. 두서도 없고, 줄거리의 구체적인 설명도 없고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써내려갔을 것이다. 이 소설과 영화가 그렇다. 무언가 불편하고 찜찜한 생각으로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 두 이야기는 우리가 하는 사랑에 대해 되묻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이 양극인 듯 양극 아닌 두 이야기가 주는 혼란 덕분에 올해도 풍요롭게 혼란 스러울 것 같다.

 

*이 글은 독서모임 Trevari(트레바리) 에서 제시된 주제를 바탕으로 씌어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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