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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SEED' 인피니트의 현재성
황희상 칼럼니스트  |  ghko1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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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3  20: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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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림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디아티스트매거진=황희상] 멤버의 탈퇴나 변동을 겪은 그룹들 중 대부분은 이전의 컨셉을 과장시킨 곡을 들고 나오거나 혹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활동을 하는 전략을 선택하곤 한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어떠한 전략이든 그 목적은 그룹이 이전의 생명력을 잃지 않고 여전히 현재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아이돌 그룹은 멤버 하나하나가 팬들과 대중들의 인식에서 특정한 그룹의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로 강하게 남게 되는 만큼 아이돌 그룹에게 멤버 변동은 그룹의 현재적 생명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이 사람들이 느끼는 현재의 감각과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룹과 그 음악은 현재성을 잃고 과거의 것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더 이상 가능성이 열린 지속 가능한 소스가 아닌 하나의 종결된 콘텐츠로 남게 된다. 과거의 유명 그룹들이 현재에 과거와 같은 문화적 영향력을 획득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인피니트는 올해로 데뷔 8년을 맞이했고, 멤버 전원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몇 되지 않는 그룹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퍼포먼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연기 활동으로 유명세를 탄 멤버 호야의 탈퇴는 그룹의 현재적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피니트는 지금까지의 인피니트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는 길을 택했다. 

   
▲ 인피니트 'Tell Me' 뮤직 비디오 중. ⓒ울림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

타이틀 곡 ‘Tell Me’는 인피니트 특유의 모던한 감성의 선율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전과 같이 날카롭고 무거운 사운드를 촘촘하게 쌓아 올리는 식의 진행이 아닌, 프로그레시브한 사운드와 트랩 비트의 위로 멤버들의 보컬이 중심이 되어 곡이 흘러가도록 한다. 이전부터 멤버들의 보컬을 곡의 사운드 소스 중 하나가 아닌 중심 요소로 둔 곡들을 발표해왔지만, 전작들보다 사운드를 많이 덜어낸 ‘Tell Me’에서 그 시도의 결실이 맺혔다고 할 수 있다. 메인 보컬인 성규와 우현의 표현력은 훨씬 섬세해졌고, 다른 멤버들도 수준 이상의 기교가 필요한 파트에서 충분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다른 수록곡들 역시 기존의 스타일을 이어가면서도 멤버들의 보컬이 곡의 중심에 있을 수 있도록 간소화되거나 절제되어있다. 3번 트랙 ‘Synchronise’는 인피니트 특유의 큰 규모의 곡이지만 신스 사운드와 기타 리프는 멤버 각각의 보컬이나 코러스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고, 그 때문에 빠른 템포의 웅장한 곡임에도 보컬의 숨소리까지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전부터 인피니트와 함께 작업해온 스윗튠의 ‘기도 (메텔의 슬픔)’은 그들의 이전 작업물인 ‘Paradise’와 마찬가지로 스트링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큰 규모의 곡이지만, 가성을 사용한 합창으로 멤버들의 보컬을 곡을 이루는 사운드의 부품 중 하나로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멤버 각각의 독립적인 파트로 후렴구가 이어지며 보컬과 코러스가 곡의 진행 내내 중심에 있다. 음악적으로 중심이 되지 않았던 동우, L, 성종 같은 멤버의 솔로 곡이 앨범을 구성하는 것 역시 이전과는 달리 눈에 띄는 부분이다. 

   
▲ ⓒ울림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이미 특정한 스타일을 갖추었고 그것을 오랫동안 이어온 아티스트들에게 이전과 같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지금의 시간대에서 현재성을 불어넣는 작업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독특한 정체성을 갖추어야 하는 동시에 빠르게 변하는 장르적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아이돌 그룹에게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추는 것과 그 정체성에 현재성을 부여할 수 있는 유동적인 태도와 작업 방식이 함께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그룹은 많지 않다. 오래된 아이돌 그룹들은 특정한 스타일을 만들었지만 생명력을 잃고 하나의 종결된 콘텐츠로 기억되거나, 무어라 특정할 수 없는 빈약한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을 간신히 이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히 잊혀지기도 한다. 인피니트의 스케일과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구성 요소를 간소화하고, 멤버 각각의 보컬을 중심에 두어 그들의 존재감을 극대화한 앨범인 [TOP SEED]는 새로운 인피니트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내용물이 우리들에게 있어 놀라울 정도로 새롭지는 않다. 새로워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앨범 안에서 기능하는 각 멤버들의 존재감과 역량이다. 그리고 아이돌 그룹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은 바로 이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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