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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임을 당하는 하루를 대비하라 <해피데스데이>공포영화인 듯 공포영화 아닌 공포영화
민선영 칼럼니스트  |  msy07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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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5  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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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데스데이(Happy Death Day)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민선영] 우리의 일상에서 지나간 하루는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지나친 오늘 하루는 어쨌거나 소중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악몽과도 같은 하루, 그것도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최악의 생일을 반복해서 살아가야만 한다. 자신은 왜 죽는 것이며, 누가 자신을 반복해서 죽이고 있는 것일까. 18일의 월요일에 죽으면, 다시 18일의 월요일에 눈을 뜨는 지독한 쳇바퀴같은 영화, <해피 데스 데이>(Happy Death Day)이다.

 화제의 중심이었던 영화 <겟아웃>의 제작진이 해당 영화 연출을 맡았다. 게다가 이 영화는 우리에게 공포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나 2007년작 <디스터비아>와 같은 각본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랜던’이 직접 감독한 영화이다. 결론적으로, 해당 영화도 그의 업적에 기대어 스릴러물일 수밖에 없으며 공포영화로 분류되었다. 다만, 해당 영화는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재해석한 그의 새로운 시도로도 보여진다. 무조건 비명소리가 난무할 정도로 무서워야만 되거나, 사람을 소스라치게 하는 데에 주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영화의 80%는 코믹스럽고 그 나머지만이 영화의 긴장감에 기대어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래서 공포영화라는 장르에 전혀 흥미가 없던 사람이라도 이 영화라면, 다른 시각으로 봐줄 만 하다.

   
▲ <해피데스데이(Happy Death Day) 스틸컷 中>

 영화는 여주인공 트리(제시카 로테)가 카터(이스라엘 브로우사드)의 기숙사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된다. 트리는 숙취 때문인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잠을 깨고 그 순간 생일을 알리는 벨소리가 방 안 가득 울리기 시작한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누군가의 방에서 잤겠거니 생각한 트리는 카터를 뒤로한 채 도망치듯 기숙사를 빠져나온다. 자신을 음흉하게 쳐다보는 한 남학생, 지구 온난화에 앞장서며 사인을 부탁하는 운동가, 갑자기 옆에서 터진 스프링쿨러,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대는 빨간 자동차, 고된 신고식으로 쓰러지는 신입생까지 모든 것이 정말 엉망진창인 아침을 맞이한다.

   
▲ <해피데스데이(Happy Death Day) 스틸컷 中>

 겨우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온 트리는 자신의 룸메이트에게 직접 만든 컵케이크를 선물 받지만, 이마저 무시한다. 딸의 생일에 식당을 예약한 아버지와의 약속조차 어긴 트리는 찝찝한 마음으로 저녁에 파티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순간 섬뜩한 터널을 지나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듯 놓여있는 오르골을 발견하고, ‘베이비’라는 오싹한 팀 마스코트를 쓴 의문의 사람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다. 트리는 본능적으로 가면을 쓴 사람을 피하려하지만, 쫓기고 결국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 <해피데스데이(Happy Death Day) 스틸컷 中>

 문제는, 이 생생하고 잔혹한 하루가 살인을 당하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외마디 비명과 함께 눈을 떠보니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에 있다. 그 말인 즉슨, 눈을 뜨니 다시 카터의 기숙사. 똑같은 숙취와 두통에 반복된 주변 사람들의 멘트와 사건들을 보며 트리는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자신이 악몽을 꾸었나 하고 착각할 법 하다가도, 기숙사를 나서며 다시 만난 그 운동가, 제시간에 터지는 스프링클러 등 똑같은 광경들은 꿈이나 데자뷰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똑같다. 트리는 묘한 기분으로 다시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오고, 의식적으로 그 터널을 지나가지 않지만 그날 밤 파티에서 또 마스코트 가면을 쓴 의문의 인물에게 살해당한다.

   
▲ <해피데스데이(Happy Death Day) 스틸컷 中>

 다시 눈을 뜬 트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의 윤곽을 되짚어보며, 자신의 생일인 18일 월요일이 그 마스코트 가면을 쓴 살인자에 의해 자신의 죽음으로 끝난다면 다시 하루가 반복되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카터에게 털어놓지만, 자신이 그 날 또 죽어버리니 하루는 리셋 되고 그와의 대화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결국 트리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월요일에 갇혀 자신만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자신을 죽인 용의자를 하나하나 찾아나간다.

   
▲ <해피데스데이(Happy Death Day) 스틸컷 中>

 여주인공 트리는 반복되는 살해를 당하면서, 주변에 너무나도 많은 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인을 향한 일관된 무시의 태도와 가정이 있는 대학교수와의 부적절한 관계유지 등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용의자 리스트에 올릴 사람만 해도 수두룩 빽빽한데, 계속 죽으면서 한 명씩 제거해나가다 보니 자신이 얼마나 잘못 살았는지에 대해 각성까지 하게 된다. 3년 전 생일이 자신과 같은 엄마의 죽음으로 트리는 아빠와의 관계도 소원해져 있었는데, 막상 자신이 오늘 또 죽고 내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니 불효도 후회스럽다.

   
▲ <해피데스데이(Happy Death Day) 스틸컷 中>

 그래서, 트리는 이 모든 지긋지긋한 악순환을 끊어버리고 반복되는 하루에서 자신을 꺼내기로 한다. 여러 번 죽임을 당해도 죽는 것이 무서운 것은 매한가지이고 자신이 죽을 걸 아는 공포 속에서도 누가 나를 죽이려 하는지를 똑바로 찾아내야만 한다. 이미 똑같은 하루의 패턴은 파악했고, 홀로 마스코트 가면을 쓴 살인자와의 싸움을 준비한다. 과연 트리를 죽이려는 의문의 살인자는 누구이며, 트리는 이 지겨운 트랩 속에서 빠져나가 다음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오늘을 당신의 남은 인생의 첫날인 것처럼 살아라.” 이 공포영화는 여느 공포영화가 선사한 적 없는 교훈을 주인공을 공포에 빠뜨리면서 역설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보통의 공포영화에서 대다수의 인물들은 곤경 속에서 죽지만, 트리는 죽임을 당해도 죽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러니 보통의 주인공들이 한 번 겪는 죽음의 공포를 반복되는 하루 때문에 무한정으로 격어야만 한다. <해피데스데이>는 죽음으로 귀결되는 이 하루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하루의 어떠한 순간도 무심히 지나쳐야 할 순간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죽음을 해학적으로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공포에 철학적 의미를 삽입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영생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순간들은 영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하루하루의 주인공은 반드시 자신이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스릴러이다. 긴장감 넘치는 씬들 사이에서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순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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