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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관객의 기대와 영화가 어긋날 때-<군함도>
최정원 칼럼니스트  |  hanaire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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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4  22: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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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올해 한국영화 라인업에서 천만 기대작을 뽑으라면 단연 <군함도>였습니다. <군함도>는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소재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하시마 섬에서의 강제징용은 이제 한국민에게는 꽤 알려진 소재이지만 정작 이를 다룬 영화가 스크린에서 구현된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떄마침 위안부 재협상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시점에서 일본이 다시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고, <군함도>는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군함도>의 천만 관객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군함도>의 성적은 반전이라면 반전이었습니다. 관객들의 기대치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군함도>는 600만까지는 어렵지 않게 달성했지만, 그 후로는 상승세가 가파르게 꺾였습니다. 보통 초반에 흥행하다 갑자기 상승세가 떨어지는 추이를 보이는 영화는 화제성은 있지만 관객의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던 영화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보고 나온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지 못한 것입니다.

 <군함도>는 관객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영화였습니다. 아마도 관객들은 <군함도>라는 영화에 좀더 진중한 느낌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들은 일제의 만행과 군함도의 참상을 더 묘사해주길 바랐지만, 영화는 중반부터 탈출 액션 영화로 변모해갑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부터 이입이 조금 어려웠는데, 하시마 섬에 끌려간 조선인들이 탈출에 실패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이 탈출에 성공한 것이야 당연히 기쁘지만, 그 장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다른 논란거리 중 하나는 친일파 문제였습니다. 영화에 일본인의 악행이 묘사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 친일파가 선명히 기억에 남습니다. 왜냐하면 그 ‘친일파’는 이야기 전개상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일파를 다루는 방식은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바라는 묘사는 아니었습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관객들은 죄 없는 조선인을 핍박하는 일본인이라는 구도를 영화에서 보길 원했으니까요.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파가 있었고, 일본인 못지않게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관객들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감독의 말대로 친일파라는 존재는 일제강점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의 한 축이었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중요한 문젯거리이기도 합니다. 다만 관객이 공감할 수 없었던 이유는 영화가 친일파를 다루었다는 그 자체보다, 영화에서 친일파의 악행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의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던 것일 뿐, <군함도>의 전반적인 연출, 특히 촬영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오프닝 신에서 조선인들이 하시마 섬에서 탈출하다 다시 잡혀 오는 부분과 후반부에서 강제노역자가 탈출하기 위해 줄을 잡고 내려가며 노랫가락을 읊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액션 장면보다도 담백하게 연출한 이 두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 미술도 빼놓을 수 없네요. 군함도의 강제노동 현장을 이토록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은 미술팀의 세심한 작업의 힘이 큽니다. 일말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암담한 장소를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잘 그려냈다고 봅니다.

<군함도>는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려 더욱 아쉬운 작품입니다. 영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지적받는 건 영화의 숙명이니 어쩔 수 없다 해도, 필요 이상으로 논란에 휘말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친일 논란은 그간 류승완 감독의 행보를 본다면 문제 삼지 않아도 될 부분이었지만, 논란을 서둘러 진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물론 <군함도>를 보고 기대에 맞지 않아 실망할 수는 있지만, 일부 과열된 논란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폄하될 영화는 아닙니다. <군함도>는 하마터면 잊힐 뻔했던 조선인들의 아픔이 스크린에 생생히 표현된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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