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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탄자니아, 안녕 다르에스살람] (2) 도시의 공존다양한 시공간이 공존하는 다르에스살람
김아름 칼럼니스트  |  kir92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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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14: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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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에스살람 시티센터

[디아티스트매거진=김아름] ‘탄자니아는 한국 몇 십 년대 분위기야?’ 생각보다 많이 듣는 질문이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90년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내 기억 속의 한국은 90년대 후반부터 얼마 전까지 살다 온 2000년대 이후의 모습들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대략 예전에 본 사진들로 한국의 그 어느 옛날과 비슷하겠지 라는 추측을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간혹 출장으로 탄자니아를 오시는 아빠연배의 손님들이 이곳이 딱 80년대의 분위기 같다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지만 하늘 높이 솟은 신식 건물들과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 폰을 보면 과연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을 해야만 했다. 사실 처음에는 굳이 한국의 어떤 시기와 비교를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한국과의 시공간적 유사성을 끌어내는 일에 흥미가 있지 않았다. 다만 묘하게 여러 시간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는 다르에스살람의 공간들에 대해 관찰하는 일은 꽤 재밌었다. 멀리서 시티센터 중심부에 솟은 빌딩들을 보면 완벽한 도시가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빌딩 골목 사잇길을 걷노라면 이 근처에 과연 아까 보았던 그 높은 빌딩이 있을까 라는 의심 아닌 의심을 하게 된다. 시골도 도시도 아닌 그 중간의 어딘가를 표현할 말이 없기에 나는 그냥 공존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들의 공존.

   
▲ 다르에스살람 시티센터의 저녁풍경

처음에 내가 한국보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다르에스살람에서 겪는다고 했을 때 한국의 몇몇 지인들은 이 사실에 대해 믿지 않았다. 아프리카에 그렇게 많은 차가 다닌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의외로 넓은 4차선 도로가 도시 한 가운데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진짜?‘ 라는 의심 어린 되물음은 항상 따라왔다. 그때마다 나는 사진을 통해 직접 그 모습을 보여주며 소위 말하는 인증을 받아야만 했다. 사진에 대해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지인들이 무지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바로 나 자신도 탄자니아에 오기 전에 이렇게 많은 차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 했었고, 한국에 비할 수 없는 미친 교통체증을 겪을 것 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으니까. 도로의 차량 수용 량에 비해 차량의 대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미친 교통체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이에 더하여 도로의 무법자처럼 끼어들기와 도로변경을 자기 마음대로 하며 달리는 오토바이들도 교통체증에 크게 한 몫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양보라는 단어가 스와힐리어에는 없다고 한다. 서로 먼저 가기 위해 나아가다 엉키는 차들의 모습을 보며 교통체증의 원인이 사실 전혀 다른 곳에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교통을 정리하는 경찰이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통제가 오히려 교통체증을 더 악화시킨다는 평가를 한다. 시티센터에 들어서면 수많은 차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바쁘게 움직인다. 특히, 평일 오전에 시티센터를 가면 현대식 정장을 차려 입고 고층건물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사이사이 신문을 팔거나 간식거리는 파는 등의 모습은 전형적인 어느 현대 도시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몇몇 장소들은 서울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 다르에스살람의 교통체증

 하지만 길을 걷는 골목마다 자리 잡은 작은 노점상과 사람들을 보노라면 전혀 다른 공간에 온 듯하다. 옥수수를 구워서 파는 상인들과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청년들, 기도를 하기 위해 이슬람 사원으로 향하는 사람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사이에서도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소소하게 자신들의 자리에 앉아있는 그들을 만나는 것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전혀 다른 느낌의 시간과 공간이 한 곳에 어우러지면서 낯선 이방인에게 ‘이곳이 바로 다르에스살람이야!‘ 라고 소리 없이 외치는 것 같다.

     
 
▲ 시내에서 옥수수를 팔던 청년

시티센터를 벗어나 차를 타고 10분 정도 달리면 좀 전에 만난 모습과는 다른 다르에스살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세탁소와 미용실을 중심으로 여러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동네와 사뭇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일반적인 거주지역이다. 터벅터벅 걷는 사람들과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양 옆으로 펼쳐진 단층의 가게들은 줄지어 사람들을 기다린다. 크게 있는 게 없어 보이는 가게들이지만 사실 없는 게 없었다.

   

▲ 동네의 슈퍼

   
▲ 동네의 음식점

수선실과 오락실을 비롯하여 물을 파는 가게, 정육점, 철물점에 이르기까지 정말 생활에 필요한 모든 가게들이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자리했다. 그 중 절대 빠질 수 없는 건 바로 식당. 기름에 튀긴 닭과 감자튀김이 가득 담긴 유리 진열장을 가진 오픈형 식당에는 항상 사람들이 가득 모여 앉아 있어 시끌벅적 했다. 매일 보는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무슨 이야기를 그리 많이 나누는 것 일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지만 끝까지 물어보지는 못했다. 식당에 바로 옆에는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하나의 테이블과 작은 볼록 티비가 놓인, 작지만 모든 걸 갖춘 술집이 있었다. 저녁이 되면 가게 앞에 펼쳐지는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들을 보며 오늘의 손님 수를 예상했다. 그 예상은 항상 맞았는지 만석이었다.

   
▲ 동네의 작은 술집

 옆으로 눈을 돌리면 가게 문에 페인트로 그려진 멋진 여성 두 명의 모습 있었는데, 스와힐리어를 몰라도 저곳이 미용실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투박하다. 화려한 간판은 없지만 가지각색의 페인트로 가게이름을 쓰고 파는 상품을 가게 문에 명확하게 그려내는 그 모습은 예술 마을에나 있을 법 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단순하면서도 가장 정확한 표현으로 마을 곳곳에 예술을 피워냈다. 과일가게에서는 바나나를 줄줄이 매달아 놓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과일 향과 빛깔로 지나가는 주부들의 발길을 잡는다. 포장도로가 생긴 뒤부터 예전보다 많은 차들이 오고 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 길의 주인은 아이들과 오토바이들이다. 시티센터에서 만난 사람들보다는 후줄근한 옷과 슬리퍼를 신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이 보내고 있는 또 다른 시간이 사람들의 얼굴에서 보였다. 내 어린 시절 풍경과 비슷한 시공간에 사는 그들에게 알 수 없는 연민과 친근함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도시모습이라고 생각할 만한 풍경이 이런 건 아닐까.

   
▲ 동네의 미용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 곳 저 곳을 그냥 정해진 목적 없이 걷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저 나와 모두가 모르고 있었던 탄자니아의 지금과 다르에스살람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직접 보고 걸으며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지, 큰 이유는 없었다.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없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있는 것도 없는 신기한 이 도시에 애정을 갖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때로는 나의 과거를 보기도 하고 가끔은 지금을 만나기도 하는, 다양한 시공간이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소소한 순간들 사이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은 항상 나를 벅차게 한다.

   
   
▲ 채소를 파는 가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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