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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 플라블럼 = 헬조선>
도혜린 칼럼니스트  |  haer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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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0  20: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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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ARTIST MAGAZINE

[디아티스트매거진=도혜린] 시그마 대문자 ∑는 ‘합계, 또는 총계’를 나타내는 그리스 기호이며, 영문 단어 Problem은 ‘문제’를 의미한다.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출신의 전시기획팀 ‘배남규’에 의해 서울예술재단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는 문제들의 총 합계는 결국 ‘헬조선’이며, 반대로 헬조선은 문제들의 총 합계라는 다소 사회적인 명제를 표제로 내걸며,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현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프라블럼’은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그리고 그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임을 지적하며, 전시는 ‘배남규’팀의 인터뷰가 상영되는 영상 작업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시작된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여자일 수도, 남자일 수도, 게이일 수도, 스트레잇일 수도, 탈북자일 수도, 외국인일 수도, 장애인일 수도, 비장애인일 수도”있다고 쉽사리 정의하지 않으면서, 지금 우리의 한국 사회는 기성 주류 권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남성, 헤테로섹슈얼, 백인, 그리고 비장애인과 반대되는 범주인 여성, 성적 소수자, 유색인종 및 이민자, 그리고 장애인들이 외부인으로서, 또는 소수자로서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곳임을 시사한다.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대한 네오 콜로니얼리즘을 내면화하고, 여성 혐오 범죄가 만연하며, 성적 소수자와 장애인들은 스스로의 존재감조차 묵살시키며 살아야 하는, 결국 소수자와 약자들을 그 자체로 배제하고 배척하는 집단, 이 자체가 문제들의 총 집합인 헬조선의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옥과 같은 헬조선에서도 최근 다양성이라는 가치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비판의식이 다양한 수단과 매체들을 통해 수면 밖으로 나오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동시대 예술이 위치하고 있다. 주류의 기성 문화에 저항하고, 다양성을 표방하며, 사회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숨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근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한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들도 예술가라는 점은 이를 반증한다. 각각 다른 색깔을 띤 채, 다양한 문제들을 해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도로시 M 윤, 머머링프로젝트, 이병찬, 임효진 작가들의 작업을 ‘배남규’팀은 다시 시그마(∑)를 통해 하나의 공간에 합쳐 놓음으로써, 이 문제들이 집결한 우리의 헬조선을 가시화하는 또 다른 작업을 한다. 이처럼 필자는 작가들 개개인뿐만 아니라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상대적으로 전면으로 드러나면서, 큐레이터의 창조적 역할이 매우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가 인상 깊었다.

   
▲ ⓒTHE ARTIST MAGAZINE

도로시 M 윤 작가는 피상적으로는 동성애적인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는 다른 옷차림을 한 두 여성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사진과 회화 작업을 통해, 북한과 남한의 정체성 그리고 그 경계에 대해 탐구한다. 사실 <남남북녀 시리즈>는 남한과 북한의 정체성을 두루 지니고 있는 북한에서 온 여자와, 미국과 남한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남한에서 온 남자를 통해 동서양의, 그리고 같은 민족이지만 이념상의 차이로 인해 충돌하는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일한 한 명의 여성을 남한과 북한이라는 이질적인 이미지를 통해 분장한 뒤, 이들을 다시 합성한 작업은 결론적으로 서양 강대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와 비가시적인 위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와 위계적인 시선을 전복시킨다. 스스로도 민족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서구 문명에 대한 동경과 제 3 세계에 대한 타자화 등 식민주의적인 시각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재화하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반성적으로 고찰한다.

안효진 작가의 <Hot Punk> 프로젝트는 멀리서 보면 마치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스트라이프 시리즈를 연상시키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 연속적인 프린트들이 출장 마사지 카드임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 작품을 보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떠올랐는데, 예술작품으로 승화된 이 성매매 홍보물을 통해 여성을 소비하는 현 사회의 민낯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작가의 <오감도>라는 작업은 여성, 그 중에서도 여고생이라는 특정 범주에게 특히나 우리 사회가 더욱 강요하고 있는 조신함이라는 이미지와 코르셋을 비판적으로 전복시킨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헬조선이라는 사회는 여성이 프레임화된 여성성을 강요당하고, 사회적으로 차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의 성적 욕망에 의해 스스로 상품 혹은 대상으로 전락하기까지 해야 하는 아이러니의 사회라고도 볼 수 있다.

머머링 프로젝트와 이병찬 작가는 보다 더 헬조선이라는 단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작업들을 보이는데, 머머링 프로젝트의 보드게임 작업인 <Hell로의 역정>은 희망이 없는 한국 에서 탈출하기를 꿈꾸지만, 결국 발이 묶이거나, 또는 이민자로서 타자화 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한계를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한다. 한편, 이병찬 작가의 <소비 생태계 – 신을 부르다>는 소비 사회와 도시 공간의 지저분한 이면을 드러낸다. 작가들은 각각 이민자, 인종-문화적 경계, 여성, 한국 사회와 도시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주제를 통해 헬조선이라는 공통 주제로 수렴해나감으로써, 관람객들의 성찰을 유도한다. 이번 전시는, 범국가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특히 ‘헬조선’에 초점을 맞춰, 동시대의 대한민국만이 차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문화로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여타 기획전들과는 차별화되지 않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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