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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문학적 SF의 도래, 영화 Arrival
민소영 칼럼니스트  |  msy6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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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5  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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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Arrival 포스터

 [THE ARTIST매거진=민소영]

* 해당 칼럼은 영화 관람 후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필자는 지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으로 처음 이 영화를 알게 되었다. 한국 개봉제목은 <컨택트>, 즉 ‘접촉’이지만 원제인 <Arrival>이 이 모든 것의 ‘도래’를 설명할 강력한 언어로 느껴졌기에, 해당 영화를 컨택트라 소개하지 않았다. 첫 장면이 전하는 감성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계기로서 설명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기에 쉬운 작품이다. 필자도 그러했고, 영화 <인터스텔라>를 기억하며 많은 관객들도 시간의 이동을 염두해 의미가 부여된 장면으로 생각하며 보았으리라 예상한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 후반부에 가서야 우리가 가진 시간의 틀이, 그 틈을 바라보지 못하는 직선적 사고방식이 얼마나 많은 것을 옭아매고 있었을지, 한탄스러울 정도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 영화 Arrival 스틸컷

 영화 <인터스텔라>가 과학을 기반으로 정확히 한 방향의 시간 궤도만을 밟았다면(지구와 우주의 시간이 어긋나지만 철저히 시간의 흐름순으로 담겼으니 한 방향인 셈), 이 영화는 시간이 쌍방으로 존재한다. 흐르고 멈추어 맴돌다가, 순간적으로 과거나 미래로 움직인다. 모든 시간대에 ‘나’라는 존재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면서, 시간 속의 서로 다른 내가 소통하게 된다. 오늘, 어제와 내일, 그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순환되며 주고받는다. 경이롭고 신선해보일수도 있으나 소재가 '시간'이라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생각하고 보면 '화합'이라는 단어도 참으로 어색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에게만 속하지 않은 본능 중 하나라고 본다. 그릇된 행동으로 낙원으로부터 추방된 아담과 이브가 은연 성경 속 말씀만은 아니라는 것을 영화 속에서, 그리고 현실 속에서 봐왔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큰 이유겠다.

   
▲ 영화 Arrival 스틸컷

 모든 이분법적인 것들은 애초부터 공존한다. 삶과 죽음은 서로 다른 이면이 아닌, 외계의 비행물체처럼 한 단면은 평면 한 단면은 곡면, 수직으로도 수평으로도 떠있으며, 바닥에 닿기도 하고 하늘로 상승하기도 하며, 모습을 드러내 거대한 돌처럼 보이다가도 이내 바람처럼 스윽 사라져버리는, 무이기도 유이기도 한, 원래부터 하나인 존재다. 그 표현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공들여 만든 철학인지 와 닿는다. 위와 아래, 시작과 끝의 공존이 그 짙은 안개 속에 묻히기보다 되려 더 드러난다. 여기서 영화가 주목하는 메세지는 '이러한 사실이 도래했음에도 삶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 영화 Arrival 스틸컷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인간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보는 시선을 제안하여 통제하고자 생긴 방안이다. 자연스레 연결되는 순환의 모순된 고리에 대하여 가끔은 행복하고자, 가끔은 슬픔을 피하고자 인간은 선택에 집착한다. 태초부터 뇌의 주름을 12분의 1은 활용할 수 있는 존재로서, 사고하고, 이를 토대로 삶을 구성해가기에 동물과 자신을 구분지어 '인간'이라 불렀다. 언어도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다. 애초에 소통하고자 만들어진 문명의 초석이지만, 최초의 무기가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

   
▲ 영화 Arrival 스틸컷

 다른 언어, 즉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은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마저 바꾸게 만드는 힘이 있다던 사피아 워프의 가설이 등장한다. 언어가 다른 차원의 사유를 열 수 있다는 사고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시간을 인식하는 개념이 바뀌어 현재, 과거, 미래가 공존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게 된다는 것. 행동의 힘은 여전히 '지금'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전하는, 선택 그리고 행동이라는 것에 대해 이 영화는 한 차원 더 높은 경지로 끌고 간다.

   
▲ 영화 Arrival 스틸컷

 만약에, 자신의 삶과 죽음,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가 동시간대에 송투리째 존재한다면, 우리는 선택을 할 것인가? 모든 여정을 알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면서도? 여기서 에이미 아담스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역시나 언제나 그래왔듯 푸른 눈 가득 온갖 감정을 담아 이야기한다. 시간을 초월한, 생과 이별을 넘어선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고요하고 잔잔하게 울고 있었다. “우리는 시간에 너무 매여있어, 그 순서에. 이젠 시작과 끝이 의미가 없어. 네 삶 너머에도 너의 이야기는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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