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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이중섭 백년의 신화
이지혜 에디터  |  press@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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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8  19: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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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은 내년 2월 26일까지 이중섭(1916-56)의 탄생 100년, 작고 60년을 맞아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산재해온 이중섭의 작품을 가능한 한 한 자리에 모아 시민들이 함께 감상하면서 예술가로서뿐 아니라 가장,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이중섭의 면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도록 하였다.

 

이번 전시는 부산이라는 장소성을 통해 그 특별한 의미가 부각된다. 부산은 이중섭이 가족과 이별하고 힘겨운 피란생활을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그는 은지화 형식을 완성하고 각종 전시회에 참여하는 등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홀로 남은 피란지에서의 외로운 삶을 예술의 향한 열정을 통해 이겨나갔다.

 

이중섭은 ‘국민작가’로서 1970년대 이후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소와 어린아이와 같은 소재는 물론, 그의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은지화 등으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화가이지만, 41세라는 짧은 생애와 전란 이후 피난생활 5년여의 한정된 시기에 남아 있는 작품들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그러한 점에서 국공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첫 전시로서 한국 미술관 전시사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50여개 소장처로부터 대여한 200여점의 작품과 100여점의 자료가 한 자리에 모인 이번 전시에서는 <황소>, <길 떠나는 가족>, <욕지도 풍경> 등을 비롯한 대표적인 유화작품 외에 은지화, 드로잉, 엽서화, 편지화, 유품 및 자료 등을 총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엽서화와 편지화는 아내와 아이들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절절한 그리움이 담겨 있어 이중섭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느끼고 공감하게 할 뿐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가족애를 되돌아보게 한다.

 

□ 국민화가 이중섭

이중섭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나 정주 오산고등보통학교에서 미국 예일대학 출신의 서양화가 임용련을 통해 처음 미술을 배웠다. 이후 1930년대 일본에서 가장 자유로운 학풍을 자랑했던 도쿄의 문화학원에서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받았고, 일본의 전위 그룹인 자유미술가협회에서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1943년 태평양전쟁의 여파로 귀국, 1945년 문화학원 후배였던 야마모토 마사코와의 결혼, 1950년 한국전쟁 중 부산과 제주도로 피란, 1952년 가족과의 이별 등을 겪었으며, 이후 1956년 만 4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통영, 진주, 서울, 대구, 왜관 등지를 전전하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말년에는 가족과 재회할 수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거식증을 동반한 정신적인 질환을 앓으며,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했다.

 

이중섭은 서양회화의 형식 위에 동양의 미학을 실현시킨 화가였다. 그는 해부학적 이해와 엄밀한 데생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미의식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서예와 같은 일필휘지의 필력이 유화의 붓 자국에 드러나고, 분청사기와 같은 겹쳐진 재료의 은은한 효과가 작품의 표면에 묻어나온다. 순수한 어린이와 같은 장난스러운 ‘해학’이 있는가 하면, 자유롭고 유려한 선조(線彫)의 아름다움에서 일종의 ‘격조’가 풍겨 나온다. 스스로 말했듯이 ‘정직한 화공’, ‘민족의 화가’가 되고자 했던 이중섭의 신념이 작품 곳곳에서 발현되고 있다.

 

전시는 식민, 해방, 전쟁을 거치며 고난의 삶을 살았던 이중섭이 거친 ‘시공간’을 따라 전개된다. ‘부산·제주도 피란시기’의 작품을 시작으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며 왕성한 창작을 이룬 ‘통영 시대’, 가족을 그리며 수많은 편지와 가족그림을 남긴 ‘서울 시대’, 마지막으로 경제적 궁핍과 절망 속에서 정신적인 고통에 휩싸였던 ‘대구와 서울(정릉) 시대’의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전시된다. 출품된 작품과 자료들은 소장가의 허락을 받아 기가픽셀 촬영, 디지털스캔 작업 등을 통해, 전시장에서 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 이중섭과 부산

부산의 영도와 광복동, 범일동, 문현동 등지에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홀로 남은 외로움을 예술을 향한 의지로 극복하고자 했던 화가의 자취가 남아 있다. 특히 당시 피난민촌이 들어섰던 범일동에는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건너와 머물렀던 이중섭을 기억하는 이중섭거리와 전망대 등이 조성되어 있다. 전시된 작품들 가운데는 부산 피란시절 이중섭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피란시절 부산의 모습을 돌이켜볼 수 있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중섭 예술을 이루는 중요한 성과의 하나가 은지화이다. 은지화는 담배를 싼 은박지 표면을 새기거나 긁고 물감을 발라 닦아냄으로써 긁힌 자국에 남은 물감의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고려시대에 유행한 금속공예의 은입사(銀入絲)나 상감청자 기법을 연상케 하는 은지화는 전통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려 했던 작가의 의식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은지화의 형식적, 기법적 완성은 그의 부산시대에 이루어진다.

 

한편으로 이중섭은 피난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부산에서 개최된 신사실파전, 기조전 등에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부산은 그의 예술적 전개를 연구하는 미술사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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