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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센터 다이어리올드 에어포트 로드 호커센터
장현석 칼럼니스트  |  gustjr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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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28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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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장현석]

 

<올드 에어포트 로드 호커센터>

51 Old Airport Rd, Singapore 390051

 

분명 영어를 쓰는 싱가포리언인데 가끔 뭐라는지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열에 여덟 아홉 싱글리시 때문이다. 국민 3/4이 중국계인 나라에서 영어를 표준어로 삼다보니 싱글리시라는 언어 아닌 언어가 생겨났다.

 

영어를 중심으로 중국 남방계 사투리와 말레이어, 타밀어 등 언어가 섞여 싱글리시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lah, leh 등 의미가 불분명한 접미어까지 수시로 붙는다. 싱글리시는 영미식 문법을 기준으로 잘못된 구어가 많아 Broken Grammar이라고도 불린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 싱글리시는 영어라기보단 새로운 언어에 가깝다.

 

종종 간단한 싱글리시 단어를 사용했다. 싱글리시가 싱가포리언에게 다가가는 지름길이라 믿었다. 배운 몇 가지들 중 가장 유용하게 쓴 단어는 ‘씨옥Shiok’이다. 이는 영어의 yummy, 중국어의 好吃처럼 맛있다는 뜻이다. 웬 외국인이 shiok, shiok 거리면 싱가포리언들은 신기해하며 좋아라했다. 로버트 할리가 돼지국밥을 먹고 ‘맛있습니다’ 대신 ‘쥑이네예!’ 할 때 친근함이 배가되지 않는가.

 

   
▲ 고속도로 휴게소를 닮은 길쭉한 호커센터

 

Shiok이라는 말을 웅얼거리면 올드 에어포트 로드 호커센터가 생각난다.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가로로 긴 호커센터다. 구수한 냄새를 따라간 곳엔 브리야니 스톨이 있었다. 브리야니는 동남아 쌀과 샤프란을 한 데 쪄내 만든 노란 밥에, 고기와 커리를 곁들이는 요리다. 내게 올드 에어포트 로드 호커센터의 브리야니 냄새는 전형적인 인도 음식점 냄새로 기억된다.

 

손으로 먹어볼까 수저로 먹을까 따위를 고민하며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맞은편에 한 아저씨가 브리야니를 들고와 앉는다. 여기선 합석이 일상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혼자 잘 먹고 있는데 내 꼴이 신기했는지 아저씨가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하긴 관광지도 아닌 이런 곳에 혼자 와 브리야니를 먹는 외국인이 흔할 리 없다. 어딘가 어색해 Shiok lah, ‘쥑이네예~’라며 먼저 인사했다. 뜻밖의 싱글리시에 놀란 아저씨는 사람좋게 웃어보이며 미소로 답했다.

 

   
▲ 브리야니를 보면 인도 음식점 냄새가 생각난다

 

이게 국위선양이지, 내심 만족스러웠다. 내 앞의 S$3 짜리 양고기 브리야니도 국위선양만큼이나 만족스러웠다. 값싼 양고기 음식에서 날 법한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아주머니가 큰 손으로 고기를 듬뿍 얹어주신 덕분에 양이 넉넉했다. 때론 질과 양이 동시에 뛰어난 호커센터 음식들을 만난다.

 

한참을 말없이 먹는데 아저씨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속삭이듯 Shiok이란 말을 어디서 배웠냔다. 친구에게 배웠다니 그보다 좋은 말이 있단다. 예기치 않은 싱글리시 특강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청했다. 그는 내게 ‘씨베이 씨옥 씨아Si bei Shiok sia’라는 말을 가르쳐주었다. 아마 ‘억수로 맛있네예’ 정도 되는지, 사람들이 그 말을 더 많이 쓴단다.  

 

한국에서 왔고 학생이라는 등 간단한 얘기를 주고받다 그와 헤어졌다. 환영받았다는 생각에 신나는 발걸음으로 디저트를 찾았다. 싱가폴에는 빈커드라는 대중적인 디저트가 있다. 빈커드는 이름 그대로 콩이 들어간 커드(응고된 우유, 응유)다. Lao Ban Soya Bean Curd라는 빈커드 체인점 스톨을 찾았다. 올드 에어포트 로드 호커센터가 본점이라 들었기에 전부터 와보고 싶었다.

 

   
▲ 단 하나의 빈커드를 먹어야 한다면, 라오반 빈커드를 먹자

 

다른 빈커드가 두부의 식감에 가깝다면 Lao Ban의 빈커드는 푸딩에 가깝다. 말랑말랑한 빈커드를 떠 입에 넣으면, 순식간에 풍선이 터지듯 녹아 물이 된다. 오묘한 식감에 집중하다보면 맛이 느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달달한 빈커드가 사라지는 걸 아쉬워하며, Si bei shiok sia! 밖에 나와있는 아주머니가 들으라 크게 외쳤다. 쾌남처럼 씩 웃어보이기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 사진에 작게 보이는 아주머니한테 혼날 뻔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주머니가 내 말을 듣곤 기분이 나쁜지 투덜대며 가게 안으로 사라졌다. 아니 맛있다니까요 아주머니, 한 번 더 큰 소리로 Si bei shiok sia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멈추어 서서 나를 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중국어로 불평하기 시작했다. 칭찬을 하고도 도리어 혼나는 기분이었다. 한 번 더 말했다간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참이 지나 싱가포리언 친구에게 이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는 혼자 낄낄거리더니 그날 내가 욕먹은 까닭을 설명했다. Si bei shiok sia라는 말에는 비속어 뉘앙스가 있다고 한다. 어른한테 그런 말을 쓰니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로버트 할리가 국밥을 한 뚝배기 먹고 할매한테 ‘X나 맛있네예 X발’이라고 말한 꼴이다. 어이가 없는 나머지 나도 웃음이 터졌다. 그나저나 내게 싱글리시 특강을 했던 그 아저씨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시간이 꽤 지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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