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권오경] 우리가 흔히 아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생각하면 대개 경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상업영화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화시장은 상업효과의 극대화에 따라 그 특징이 좌우되어왔다. 쉽게 말해서,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는 경제적 이윤창출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에 주 관객층이 누구냐에 따라 영화의 장르와 주제 그리고 그것이 기초하는 영화 시장의 규범까지도 변해왔다는 것이다. 이렇듯 철저히 관객과 소비위주의 미국 할리우드 영화는 실제로 영화시장이 미국에 가져오는 경제적 이익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에도 이 위기를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흐름과 결합하면서 그 상황을 이겨나가기도 하였다. 


<뉴 할리우드 시네마의 탄생배경>

▲ 뉴 할리우드 시네마 (출처: 구글이미지)

‘뉴 할리우드 시네마(The New Hollywood Cinema)’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나 1960-7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관객층으로 성장한 베이비 붐 세대의 젊은 층들의 관심과 기호로부터 탄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베이비붐 세대의 젊은이들이 추구하던 가치관은 미국 사회에 대한 적극적 저항이었다. 당시 미국은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로서 제국주의적 속성을 드러낸 것에 대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사회적, 정치적 위기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미국의 젊은 세대들은 그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가 바로 미국의 권위주의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인식하였고 미국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저항의식은 1962년 민주사회학생연합(Students for a Democratic Society, SDS)이 조직되면서 실제적으로 가시화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포트휴런성명서(Port Huron Statement)’를 통해 기존 사회에 대한 환멸과 새로운 정치를 건설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으로서 그 때부터 민주사회학생연합은 학생 급진주의의 선도적 조직이 되었다. (세계 영화 예술의 역사 참조) 

▲ 포트휴런성명서 (출처: 구글이미지)

<신좌파>

이러한 젊은 세대들의 저항은 또한 ‘신좌파(New Left)’ 라는 세력을 탄생시키는 한편 ‘대항문화(Counterculture)’를 낳기도 하였는데 신좌파 운동기간은 크게 3단계로 나누어 파악할 수 있다. 1단계는 민주사회학생연합의 포트휴런선언으로 상징되며 주로 도덕주의적인 관점에서 기성사회에 대해 항의하고 사회변혁의 방향을 추구하였다. 그러나 1964년서부터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되면서 점차 정치혁명과 국가 통제를 요구하는 이전의 마르크스주의적인 구좌파 운동으로 되돌아간다. 1968년 이후서부터는 신좌파의 활동 방향과 성격을 놓고 이전의 도덕주의가 강조된 신좌파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갈등을 겪다가 결국 혁명적 구호가 우세한 정치적 운동으로 변해갔다. 

<대항문화>

▲ 대항문화 (출처: 구글이미지)

신좌파 운동은 사실상 정치적인 면보다 문화적인 면에서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제리 루빈(Jerry Rubin)은 “신좌파 운동이 어떤 쟁점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양 문명(Western CIvilization)에 대해 항의하고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상 신좌파의 탄생은 정치,사회적인 측면의 권력획득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과 베트남 전쟁 등으로 허물어져 가고 있던 인간 평등에 대한 권리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도덕적 가치와 이상에 좌절하고 저항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좌파의 특징으로 기존의 미국이 지니던 사회 관습과 가치를 부정하며 대항문화가 출범하게 되었다. 그들 문화는 크게 마약과 성으로 대변되며 이러한 대항문화의 요소를 이루어가는 사람들은 주로 히피족들로, 이전의 비트세대들의 유산을 그대로 답습하였다. 

<새로운 자유의 분기점이 되는 영화, 보니와 클라이드>

▲ 보니와 클라이드 (출처: 구글이미지)

⌜보니와 클라이드⌟는 뉴할리우드 시네마의 효시로 인정받는 영화다.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은행 강도가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은 악과 일탈을 일삼는 반영웅적인 인물이 오히려 영웅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점이다. 악으로 상징되는 인물들이 되려 낭만적이고 인간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당시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 혼란으로 인하여 뚜렷한 선과 악의 개념이 모호해졌음을 의미한다. 대개 이전의 영화들에서는 선과 악의 뚜렷한 대립을 배경으로 권선징악이라는 명료한 주제 속에서 영화가 전개되었지만 뉴 할리우드 시네마에서는 미국의 이상과 가치가 훼손된 상태인만큼 기존의 선과 악에 대한 회의를 드러내며 영웅과 반영웅 사이의 경계를 흐트러뜨렸다. 이러한 반영웅주의에 대한 묘사는 인물에게서뿐만 아니라 영화가 갖는 구조자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악과 악의 대립 혹은 선과 악의 구조를 끌어오더라도 오히려 선의 측이 포악스럽고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 보니와 클라이드 (출처: 구글이미지)

⌜보니와 클라이드⌟가 이 시기의 미국에서 이토록 인정받는 이유는 이 영화로부터 미국 영화의 새로운 흐름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는 TV의 보급으로 영화시장이 위기를 맞은 시기였다. 그러던 중 ⌜보니와 클라이드⌟ 가 젊은이를 대상으로 엄청난 히트를 치면서 관객층의 변화와 그에 따른 영화 장르의 새로운 움직임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 역사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는 시각이 나타났다. 타임지에서는 “ ⌜보니와 클라이드⌟는 일종의 새로운 스타일과 새로운 트렌드의 상징이자 분기점이 되는 영화이며 1960년대라는 미국사회의 일상적 가치와 폭력이 내재되어 유머와 공포가 뒤섞여 반영웅에 대한 연민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낸 영화이다.” 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 이 시기의 미국에 등장한 ‘뉴 할리우드 시네마’는 단순히 영화적 실험과 시도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사회적 현실의 변화에 따른 관객의 호응을 토대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영화 예술의 역사 참조) 

<작가주의와 상업주의의 결합>

당시 미국의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의 권위에 저항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이 가진 집단 의식과 행동 양식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창작 수법 중 하나로 프랑스의 ‘작가주의 이론’이 등장했고 그 결과 감독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담아낸 개성있는 영화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창작가들로 하여금 독창적인 미학적 논리를 통해 기존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흐름을 거부하거나 저항의 수단으로 삼는 이론적 토대가 되었던 ‘작가주의’는 미국에 유입되면서 상업주의와 결합되어 젊은 세대들의 기호에 맞는 시각을 유지하면서 감독이 갖는 독창성과 실험성을 결합시켜 산업과 비평 두가지를 모두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뉴 할리우드 시네마’는 기성사회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저항과 그것을 토대로 한 작가주의 이론과 할리우드 상업주의의 결합이 낳은 미국의 영화적 경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