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 SENS의 프로필 사진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2015년 8월 27일 Simon Dominic이 아닌 Supreme Team의 또 다른 맴버였던 E SENS가 자신의 첫 번 재 정규음반 ‘The Anecdote’를 발매했다. 그간 한국힙합에서 일은 논란 중 가장 많은 논란에 서있던 E SENS가 자신의 힙합, 자신의 음악들 들고 돌아온 것이다. 현재 E SENS를 향한 이미지는 디스를 즐기고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악동적인 면이 강하다. 하지만 E SENS가 이 악동적인 이미지만을 보이고서 지금의 이목집중을 넘어선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과거에 의미 있는 행보를 걸어왔고 그 행적들이 현재 E SENS의 부정할 수 없는 재산, 팔다리가 됐다. 현재의 E SENS를 만든 지난날 E SENS의 목소리가 담긴 트랙들을 다시 들어보자.

▲ 'Bustin`'이 5번 트랙으로 실린 Planet Black과 E-Sens의 'UNCUT, pure !!'

  Planet Black & E-Sens 1st – 05.Bustin’

  2003년 자신의 고향인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E SENS는 차차 자신의 힙합음악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세상에 공개된 음악으로 E SENS의 랩을 들을 수 있었던 음반은 Planet Black과 함께 작업해 창조된 ‘UNCUT, pure !!’였다. ‘UNCUT, pure !!’ 내 12개 트랙 전부를 Planet Black과 E SENS가 동등하게 나눠서 랩을 채운 것은 아니었다. E SENS의 목소리만이 담긴 트랙들도 있었는데 특히나 ‘Bustin`’ 이라는 곡에서 E SENS의 한국힙합을 향한 자신의 발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앳된 음색에 아직 뭔가 자리 잡힌 느낌은 아니었지만 신선한 스타일의 E SENS의 랩은 2004년 한국힙합에 신선한 소식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E SENS라는 랩퍼가 한국힙합에 등장했다는 소식을. 랩퍼라면 반드시 가져야하는 것이 있다. 언제 꺼내놓아도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은 자신만의 목소리가 담긴 자신만의 시각과 이야기로 채워진 트랙을 가져야만 한다. 그 트랙이 E SENS에게는 ‘Bustin`’인 것이다.

▲ '꽐라'가 11번 트랙으로 실린 Jiggy Fellaz의 'Xclusive'

  Jiggy Fellaz 1st - 11.꽐라 _ E-Sens

  E SENS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앞서 말했듯이 악동적인 면이 강하다. E SENS라는 악동의 첫발걸음 바로 Jiggy Fellaz 크루의 첫 음반인 ‘Xclusive’ 안에 수록된 11번 트랙 ‘꽐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목부터 파격적이었다. 술에 만취됨을 일컫는 ‘꽐라’, 이 두 글자를 가지고 E SENS는 자신의 음악과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버렸다. ‘꽐라’라는 곡 안에서 랩하는 E SENS의 랩을 듣고 있으면 E SENS가 정말 술을 한 잔 걸치고 랩을 하는 듯한 그루브랩을 선보였다. 트랙의 컨셉이 확실했던 ‘꽐라’는 세상에 공개된 이후로부터 E SENS의 떼놓을 수 없는 이미지로 계속해서 따라붙었고 결국 E SENS는 실제로 공연에서 양주를 마시며 직접 ‘꽐라’를 랩하는 등의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E SENS는 자신의 ‘꽐라’라는 이미지를 그다지 탈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여러 랩퍼들도 디스를 하려는 의도에서건 지칭을 하려는 의도에서건 E SENS를 언급할 때 E SENS의 ‘꽐라’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 'I`m No Good'이 9번 트랙으로 실린 E-Sens의 'Blanky Munns Unknown Verses'와 함께 공개된 사진

  E-Sens [Mix Tape] - 09.I'm No Good (Feat. Minos & Simon Dominic)

  ‘E SENS가 왜 한국힙합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랩퍼인가?’에 대한 질문을 답 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E SENS의 가장 대표적인 명곡을 들려주면 된다. 그래서 E SENS의 가장 대표적인 트랙이라 단연 꼽고 싶은 트랙이 2007년 9월 13일 공개된 E SENS의 첫 번 째 믹스테잎 ‘Blanky Munns Unknown Verses’에 9번 트랙으로 실린 ‘I'm No Good’이다. ‘I'm No Good’은 자신의 음악적 동반자인 Simon Dominic, 또 다른 대구 출신의 한국힙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Minos과 함께 했다. 이미 E SENS, Simon Dominic, Minos가 채운 트랙이라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기대감은 전혀 듣는 이들에게 배신을 선사하지 않았다. E SENS, Simon Dominic, Minos 이 셋이 보여주는 랩은 당연히 자신들이 한국힙합에 굵직한 존재감을 보여야만 한다는 것을 실력으로써 직접 입증했다. 이에 더해 비트 또한 힙합스러웠다. 힙합만의 창작법인 비트 재구성을 통해 ‘I'm No Good’의 판을 짜냈다. Amy Winehouse의 ‘You No I'm No Good’ 비트를 재구성하여 한국힙합에 있어 또 하나의 명곡이 탄생한 것이다. 비록 E SENS가 점차 음악적 영역을 넓혀 더 많은 트랙들을 생산했지만 ‘I'm No Good’ 이상으로 E SENS를 대표하는 트랙은 없다고 생각한다.

▲ '땡땡땡'이 11번 트랙으로 실린 Supreme Team의 'Spin off'

  Supreme Team [Repackage] - 11.땡땡땡

  E SENS는 자신의 음악적 동반자인 Simon Dominic와 오랜 세월 힙합을 같이했다. Simon Dominic와의 동행이 드디어 결실을 맛보게 됐다. 2008년 E SENS와 Simon Dominic는 Supreme Team이란 팀을 결성해 Amoeba Culture에 입성하게 됐다. 바닥부터 탄탄히 힙합을 해온 E SENS와 Simon Dominic, Supreme Team이었기에 이들의 성공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Supreme Team은 공개하는 음반과 음원마다 주목을 받았고 힙합을 선호하는 마니아층과 새로이 힙합을 접하는 대중들의 지지까지 동시에 받는 힙합듀오로 성장했다. 그렇기에 Supreme Team이 걸었던 흔적들은 E SENS의 음악적 발자취의 일부라 보아도 무방하다. Supreme Team은 수많은 트랙들을 선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지도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트랙은 ‘땡땡땡’이 아닐까 싶다. ‘땡땡땡’은 E SENS와 Simon Dominic 랩이 교차되며 누구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하우스 힙합음악이었다. 그냥 신나기만 했다면 금세 잊혔을 것이다. 하지만 신나는 하우스 비트 위에 대중의 지지를 받던 E SENS와 Simon Dominic였다 해도 그들의 수준 높고 그들만이 해낼 수 있는 가사와 랩은 여전했다. 자신들만의 힙합이 건재했기에 Supreme Team이 사실상 해체된 2015년 8월인 지금에도 Supreme Team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 ‘땡땡땡’인 것이다. Simon Dominic와 함께 Supreme Team을 지지하던 E SENS 음악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땡땡땡’이다.

  E-Sens - You Can't Control Me

  2013년 여름 한국대중문화는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게 됐다. 시선의 끝은 한국힙합이었다. 2013년 여름의 한국힙합은 ‘디스’ 이 두 글자에 들끓고 있었고 대중들 또한 그 ‘디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전례 없는 한국힙합의 디스대전, 그 선봉에는 E SENS가 있었다. 적어도 한국힙합 안에선 큰 사건으로 불리던 O.K Bone과의 디스전으로 E SENS는 이미 디스에 익숙했다. 그 익숙한 디스의 목표를 2013년 여름 자신과 음악을 같이 하던 Dynamic Duo의 개코로 삼아버린 것이다. 2013년 여름 한국힙합디스대전의 첫 공격을 알리든 E SENS의 ‘You Can't Control Me’는 공개되자마자 한국힙합을 넘어 대한민국문화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어느 누구도 개코에게 부정적인 의견은 내비추는 인물도 없었거니와 부정적인 의견을 넘어선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직접적인 공격, 디스였기에 E SENS의 디스에 모든 애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그저 상대방을 공격하는 디스였다면 E SENS의 개코를 향한 공격이 그저 비판만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E SENS의 음악 ‘You Can't Control Me’는 E SENS라는 랩퍼가 보여줄 수 있는 힙합적인 가사의 끝이었다. 40마디 넘는 가사 끝에 계속해서 개코를 공격했다. 자신만의 펀치라인으로써, 자신만의 라임으로써, 자신만의 페이소스로써. 얕게만 듣는다면 ‘You Can't Control Me’는 개코를 디스하는 디스곡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예술적 미를 찾으려는 의도에서 들어본다면 ‘You Can't Control Me’는 E SENS만의 예술이 집약된 E SENS 13년 힙합예술의 총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