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프 : 네이버 영화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김여은]THE HELP. 도움. ‘남을 돕는 일’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흑인 가정부와 백인 주인 간의 이야기다.

물론 돈을 받고 고용하는 가정부인지만 그들은 집안의 모든 일을 하며, 싫은 내색을 보이지 못한다. 자신의 의견을 전혀 내보이지 못한다. 자신의 아이들은 돌보지 못한 채로 백인의 아이들을 돌본다. 백인 아이들은 흑인 가정부를 엄마처럼 따르고 사랑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커서 흑인 가정부의 주인이 된다.

▲ 헬프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집안일에 갖은 헌신을 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화장실도 같이 못 쓴다는 사실이다. 병균이 옮는다며 화장실을 밖에다 따로 만들고, 이것조차 안될 때는 실내에 따로 화장실 공간을 만든다. 백인 주인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말한다. “더러운 곳이야. 가면 병이 옮는단다. 들어가면 안 돼.”

온갖 핍박을 받으며 일한다. 예전보단 낫다고는 하지만, 인종차별은 여전하다. 흑인이 총에 맞아 사살당했다. 하지만 타고 가던 버스에서 내리는 건 흑인들이다. 보호받아야 할 흑인들이, 오히려 내려서 걸어간다. 버스 운전사는 백인들을 집까지 데려다준다.

▲ 헬프 : 네이버 영화 스틸컷

가장 먼저 용기를 낸 건 에이브릴이었다. 그녀는 살 수 있었음에도 백인에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은 그녀의 아들을 위해 힘을 낸다.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가정부들을 모으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해준다.그러던 중 주인공 스키터(엠마 스톤 역)가 나타난다. 가정부들의 이야기에 대해 인터뷰로 책을 내고 싶다고 한다. 도움을 요청하지만, 흑인 가정부들은 그저 두렵고 무서울 뿐이다. 일이 발각되면 해고당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헬프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영화 속에서 극소수이긴 하지만, 흑인과 백인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도 보인다. 모든 백인 여자들의 미움을 사며 심지어 왕따까지 당하는 셀리아 풋은 그녀의 가정부 미니를 가족처럼 대한다. 같이 식사를 하고 미니에게 요리를 배우며, 그녀에게 배운 요리로 식사대접을 한다. 그녀는 말한다. “당신이 있어서 너무나 행복해요.”

그들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안타깝다는 단어로는 부족한 그들의 처지를 사실대로 말하고 그것을 책으로 적은 것일 뿐. 어떻게 단순한 피부색으로 같은 사람을 그토록 다르게 대할 수 있는 걸까. 흑인 가정부와 백인 주인들은 가족처럼 서로를 돕고 도우면서 살 수는 없는 걸까.

▲ 헬프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스키터의 책이 출판되자 모두 그녀를 질타한다. 훌륭한 작가가 되라던 그녀의 남자친구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그녀를 떠나고, 익명이지만 결국 자신의 얘기인 줄 아는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를 욕한다. 변호사를 고용해서 고소하겠다고 한다.

흑인 가정부는 백인 가족에게 가정부 이상의 의미다. 돌봐주지 않는 매정한 엄마 대신 진짜 엄마 역할을 했으며, 훌륭한 요리사고, 진정한 친구 더 나아가 가족이다. 단지 피부색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러한 가정부들을 만지면 병이 옮는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을 그저 욕할 수는 없다. 그들에겐 그저 당연했을 뿐이다.

▲ 헬프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우리도 지금 그러고 있다. 정말 나는 아무런 차별 없이 모두를 똑같이 대했을까. 인종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출신, 지역, 학벌, 외모.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정말 사람 대 사람으로 여긴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에이브릴은 해고를 당한다. 그녀가 돌봤던 백인 아이는 울면서 창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에이브릴은 마냥 슬퍼하지 않는다. 드디어 자유로워졌다고 혼잣말한다.

나도, 우리도 어느 날에는 그 모든 배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나는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