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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장>에 담겨있는 화장의 의미Make up과 Cremation
강규일 칼럼니스트  |  louis1s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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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13  11: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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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화장>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강규일] "화장"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 2가지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거나 문질러 꾸미는 행위를 뜻하는 "Make up"의 의미 그리고 시신을 불에 살라 장사를 지낸다는 "Cremation"의 의미로 중첩된다. 보는 이에 따라 영화 "화장"에도 이 2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인 "화장"은 Make up과 Crematipon 사이의 한 남자, 그의 외형적 모습이 아닌 내면의 고뇌를 클로즈업했다.

중년의 남자, 오상무 

화장품을 얼굴에 발라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일은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다. 추은주(김규리)는 생동감 있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졌다. 그녀는 오상무가 화장품 회사의 중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곳의 홍보팀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리곤 직장상사가 "앞으로 공석이었던 회사의 대외업무를 맡게 됐으니 추은주씨가 회사의 얼굴"이라며 소개한다. 이후 그녀는 아름답게 화장을 하고 이제 막 피어난 장미꽃처럼 화사하고 열정적인 의상으로 오상무의 눈을 사로잡는다.

 

   
▲ 영화의 한 장면. 젊고 아리따운 추은주


 반면, 오상무(안성기)의 아내(김호정)는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다. 이미 종양을 제거하고자 수술을 했던 병력(病歷)이 있지만 사라졌다고 생각한 종양이 다시금 나타났다. 죽음을 코 앞에 두고 고통스러워 하며 몸부림치는 아내를 극진하게 보살피는 오상무는 자신의 몸이 수척해질 정도로 옆에서 간호한다. 아내는 삶의 끝자락에 서있는 인간으로서 아리따운 추은주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었다. 오상무는 그 두 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한 남자다. 오상무는 자신도 전립선염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는 중년의 남자다. 편안한 잠을 이룰 수도 없고 코피가 나고 피곤해도 아내 곁을 지키며 보살핀다. 하지만 그의 눈과 마음이 추은주에게서 잘 떨어지지 않게 된다. 중요한 회의 때도,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있어도 그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그런 자신으로 인해 고뇌하며 괴로워한다. 배우 안성기는 오상무라는 캐릭터로 생기있고 아리따운 젊은 여성과 죽음에 다다른 아내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중년의 남자를 연기했다. 
 

   
▲ 영화의 한 장면. 괴로워하는 오상무

삶과 죽음

대변도 가리지 못할만큼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온 아내의 몸을 씻겨내고 간호하다가도 그는 추은주라는 육체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탐닉하고 그리워한다. 오상무가 추은주에게 깊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전립선비대증으로 고생하는 나약한 육체, 즉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노화되어 가는 중년이라는 것이다. 반면 추은주는 오상무와 달리 젊음과 생기를 가진 빨간 장미를 상상하게 한다. 추은주에게 깊게 다가가지 못하는 중년의 남자는 장미가 가진 가시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녀 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이다. 이는 마치 추은주와의 관계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그어놓고 "절제"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가설듯 다가서지 않는 것은 아마도 죽어가는 아내에 대한 깊은 배려 또는 오상무가 남편으로서 지켜야 할 진심이 담긴 "사랑"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상무는 아내를 화장(火葬)하고 아내의 흔적도 서둘러 정리한다. 아내가 늘 곁에 두며 키웠던 보리라는 개는 유언대로 안락사를 시켰다. 수의사가 오상무에게 보리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아내가 지어준 이름인데, 불교에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라고 지어준 이름"이라 말한다. 그게 뭐? 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또 다른 제목을 보면 "REVIVRE"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다시 살아나다'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다. 보리라는 이름을 주고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행복하게 살라는 아내의 바람과 같이 죽음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갔으니 다음 생에서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라는 오상무의 바람이 함께 녹아든 타이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 영화의 한 장면. 아내를 보살피는 오상무


영화가 끝난 후, 임권택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화장"의 의미를 다시금 되뇌여봤다. 어려웠다. 임 감독이 1996년 "축제"라는 타이틀로 장례를 축제로 표현했을때도 난 잠시나마 난해함을 느꼈다. "중년의 무게"를 느낄만한 오상무의 나이가 되었을때쯤이면 임감독이 말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 영화 <화장>을 연출한 임권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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