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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나의 늙음은 죄가 아니다, 은교흔한 사랑을 흔치 않게 보여주다.
김인영 칼럼니스트  |  rilke19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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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11  16: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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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THE ARTIST 매거진 = 김인영]

사랑이 사랑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은 그자체로 아름답고 고귀하며 소중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 모순이 있다. 성인남성과 소녀사이의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하며 인정해 줄 수 있을까? 혹자는 이것을 결코 사랑이 될 수 없으며 대부분 성인 남성의 탐욕에 기반을 둔 일방적인 관계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소아성애자들을 무조건적으로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사랑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의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이성애, 동성애, 모성애 등등. 사랑은 그 모습을 달리하며 도처에 존재한다. 하지만 문학이나 음악등에서 늘 소재로 쓰이는 사랑은 에로스적 사랑이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성별이나 나이 등으로 타인의 사랑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사랑이란 육체적 교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은교’는 안 흔한 사랑을 흔한 방식으로 풀어내었기에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지 못하였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여고생이 성인 남성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주었던 사랑의 종류가 에로스적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 ⓒ네이버 영화

‘은교’에서 나이든 소설가로 나오는 이적요는 소녀를 사랑한다. 처음에는 소녀의 젊음을 사랑했고, 이내 소녀의 존재를 사랑하게 되었다. 소녀 역시 노인인 그를 사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나이차가 사랑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분명 사랑에는 어떤 조건도, 기준도 없는 고귀한 것이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이들의 모습 앞에선 노인의 추접스러운 욕심이라며 돌을 던진다. 이는 에로스적 사랑에 중독된 관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영화의 홍보도 에로스적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러한 홍보방식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가 되었다. 이들이 서로에게 보여준 사랑은 아가페적 사랑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것이 서로가 가진 감정이었으며, 이는 사랑이었다. 그래서 이적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식인 글쓰기로 그의 감정을 녹여내었고, 은교는 그와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집안일을 하며 그에게 녹아들었다.

   
▲ ⓒ네이버 영화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늘 신의 영역으로만 그려지던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인간을 통해 표현해 내었다는 점이었다. 무조건적인 헌신이나 사랑은 더 이상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신의 영역이라며 찬양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더 이상의 사랑은 추문이라고 평가받는 노인의 몸과 마음을 빌려 보여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 젊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 늙지 않았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은 생각보다 흔한 감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에 대한 기준을 최대로 높여 사랑을 흔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안달이 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애초에 누군갈 사랑한다는 것에는 어떠한 기준도 제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랑의 모습이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던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리 쉽게 타인에 의해 평가받을 감정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흔한 물건도 이승과 저승만큼 다른 것으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것이지만 한없이 아름다우면서도 추악할 수 있는 감정이기에 사랑을 함에 있어 나이라는 것은 정말 하잘 것 없는 요소인 것이다. 사랑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사랑은 그 어떤 감정보다도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을 뿐 사랑에는 그 어떤 제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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