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Instagran

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네이버 20Pick

THE ARTIST MAGAZINE

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다음 스토리볼

THE ARTIST MAGAZINE

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네이버 블로그

THE ARTIST MAGAZINE

> 칼럼 > 영화
고전영화 들춰보기-<란>
최정원 칼럼니스트  |  hanairean@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4.10  12:42:08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Copyright 2015. 다음 영화

[디아티스트 매거진=최정원]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한 감독들의 작품을 쭉 보면, 감독과 함께 작품이 나이를 먹어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나쁜 의미-감독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일 수도 있으며, 반대로 좋은 의미-작품 세계가 더욱 원숙해진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란>의 구로사와 감독은 단연 후자에 속합니다.

 

   
Copyright 2015. 다음 영화

 
<란>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리어왕의 세 딸이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바뀌긴 했지만, 기본적인 줄거리는 같습니다. 천하를 호령했지만 이제는 노쇠한 군주 히데토라는 세 아들에게 영토를 나눠주고 물러나려 합니다. 막내아들은 아버지에게 형제간에 권력 투쟁이 일어나리라 경고하지만 아버지는 듣지 않고, 나머지 형제들은 서로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하려 음모를 꾸밉니다.
 

 첫 장면에서 히데토라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매서운 눈빛으로 멧돼지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어서 붉은 핏자국으로 쓰인 ‘란’이라는 글자가 검은 화면에 나타나며 불길함을 예고합니다. 그의 몰락은 그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아들들에게 권력을 나눠준 후, 히데토라를 따르던 가신들은 실세에서 물러난 그를 외면하고, 심지어 가족들조차도 그를 외면합니다.

 

   
Copyright 2015. 다음 영화


히데토라는 모든 것을 가졌고 권세를 휘두르던 인물이었으나 끝내 비참한 결말을 맞습니다. 광인이 되어 성의 계단을 내려와 군사들 사이를 가로질러 성문을 나서는 순간까지의 히데토라의 모습은 가히 압권이라 할 만큼 명장면입니다. 그는 평생에 걸쳐 이룩한 모든 것을 단 한 순간에 잃고 폭풍 속 들판을 헤맵니다. 날이 밝자 그는 꽃밭에서 누구보다도 초라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데, 화려한 꽃밭과 그의 처지가 더욱 대비됩니다. 과거의 영화는 온데간데없고, 이제 남은 것은 유일하게 그의 곁에 남은 광대가 만들어 준 잡초를 엮어 만든 초라한 투구뿐입니다.

 

   
Copyright 2015. 다음 영화

 
감독은 <란>을 통해 인간의 삶을 성찰합니다. 영화에서는 극락과 지옥, 탐욕, 업보 등의 단어가 계속 반복되며, 이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란>은 삶의 괴로움이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 업보로부터 비롯됨을 이야기합니다. 충직한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배신한 간사한 아들들, 그 아들들 간의 불신과 탐욕으로 얼룩진 싸움, 자신의 가문을 멸한 것에 대한 며느리의 복수와 증오, 또한 며느리의 복수를 초래한 히데토라의 업보. 모든 것은 물고 물리며 끝내는 한 가문의 파멸을 부릅니다.

 

   
Copyright 2015. 다음 영화

 그의 초기작 <라쇼몽>에 비교하면 <란>의 세계관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둡습니다. <라쇼몽>에서는 농부가 버려진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하며 걸어가는 모습의 뒤로 햇살이 비추며 인간을 향한 한 줄기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란>은 이와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버지를 끝까지 보살핀 셋째 아들 사부로, 시아버지를 배반하지 않은 둘째 며느리 스에 역시 죽음을 맞습니다.
 

  스에는 장님인 남동생에게 부처의 초상을 건네주며 이것이 너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처를 극진히 믿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히데토라의 가문이 처참하게 몰락한 뒤에도, 부처를 믿었던 스에가 살해당한 후에도 부처의 초상은 말이 없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란>에서 인물들이 올려다보는 하늘은 모든 비극이 끝난 후에도 그저 높은 곳에서 인간들을 내려다보기만 할 뿐, 인간에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란>에 대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든 영화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란>은 지금까지 다루었던 감독의 예술 세계를 집대성한 듯 보입니다. 남자를 부추기고 때로는 위협하며 유혹하는 여인의 모습은 그의 전작 <라쇼몽>, <거미의 성>에서 볼 수 있던 여성의 모습입니다. 히데토라의 아들 사부로와 가신들이 의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7인의 사무라이>를 보는 듯합니다. 또한 공격을 받고 불타는 성, 화살을 맞고 처참히 죽은 군사들의 모습, 일본의 전통극 ‘노’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정적인 움직임과 일본의 전통 음악 등은 <거미의 성>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점은, 주인공 히데토라와 구로사와 감독의 인생이 겹치는 대목이 많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도 구로사와 감독은 인생의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았습니다. 일본 영화계를 넘어 세계 영화계로부터 주목받아 영화계의 정상에 오르지만, 막상 일본 내에서의 대우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또 연속적으로 영화의 흥행이 부진하여 실패를 거듭하면서 마음 고생이 심하기도 했지요. 왜 감독이 <리어왕>을 만들기로 결심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란>은 영화에 자신의 삶과 예술을 담은 거장의 혼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관련기사]

최정원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디아티스트
디 아티스트 소개기사제보광고홍보 및 제휴문의 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회사명: 골든허스트  |  The Artist Daegu: 대구광역시 수성구 들안로 59, 4층  |  대표자명: 김혜인
대표전화: 070-7566-8009  |  일반문의메일: theartistmag@naver.com  |  사업자등록번호:107-20-48341  |  신문 등록번호: 대구,아00205
등록일: 2016년 12 월 14일  |  발행인/편집인: 김혜인  |  청소년 보호 책임자: 김경식
Copyright © 2022 디아티스트. All rights reserved.
golden hurst
by nd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