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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장 옳은 길이 하나 있습니다."야망의 성취와 도덕의 굴복, <모스트 바이어런트>
민소영 칼럼니스트  |  msy6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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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3  12: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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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tmovie.maxmovie.com

[디아티스트매거진=민소영]

1981년 뉴욕을 배경으로 이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 수 차례 많은 영화들이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 영화가 무엇이 특별한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원제가 주는 의미를 떠올려보았다. <A Most Violent Year>. ‘The’가 아닌 ‘A’를 사용한 이유에 영화가 바라보는 관점이 담겼다. 이 영화는 특정 시기를 바탕으로 이야기하지만, 그 어느 시대에도 존재하는 관념적 물음을 던진다. ‘가장 폭력적인 해’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가장 폭력적인 순간들의 역사’인지도 모르겠다. 그 중 하나로 선정되어 영화의 배경이 된 것이 성장을 도약하는 시기의 도시 뉴욕, 1981년 인 것이다. 당시 뉴욕은 통계상 가장 범죄가 많은 해였고, 사회의 변혁을 이루어가는 시기 속에 아벨 모랄레스(오스카 아이삭)는 회사의 중요 경영 순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기한 30일 동안 남은 잔금을 치뤄 계약을 완료시켜야만 하는 그의 앞에 방해물이 등장한다.

   
▲ ⓒ네이버 영화

 톨게이트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강도들은 폭력을 휘두르고, 운전수를 길바닥에 내던진채 기름을 통째로 훔쳐간다. 자신을 방어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던 운전 기사들은 두려움에 떨고, 이를 아벨은 경쟁사의 위협이라고 여긴다. 심지어 자신의 집 앞마당까지 침입하여 두고 간 총을 아이가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한 아벨의 아내인 안나 모랄레스(제시카 차스테인). 이는 단순한 협박을 넘어선 위협임을 절감한 안나는 가족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소지허가증이 없는 총을 들고 다니게 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영화는 그 총이 주는 폭력을 이미지로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갱스터의 소재가 있는 영화이니만큼 폭력적인 장면이 있을 것이라 여겼으나 총의 쓰임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되려 이 영화는 폭력의 순간을 이미지화하기보다 그 폭력이 놓인, 총이 놓여있는 환경에 집중하고 있다. 그 폭력의 상황 속에서 인간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해서 궁금하게 만들어, 보이는 이미지 보다 더 깊은 내면을 바라보게 한다. 자신의 기사들을 위험에 둘 수 없다며 무기 소지를 허락해달라고 완고하게 말하는 남자나 아벨의 힘든 처지를 들어주는 매형 모두 ‘세상이 달라졌다, 전과는 같지 않다’라는 말을 하며 상황 윤리에 대해 말한다. 기사들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손에 쥐지만 그 것조차 폭력이라 여기는 아벨은 도덕적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성경 속의 이름 아벨'답게도 말이다.

   
▲ ⓒ네이버 영화

 물론 아벨이 도덕적인 신념을 유지한다고 해도 사회는 그렇지 않다. 두려움에 질려 총을 들고 강도를 마주하는 줄리안은 아벨과 같은 히스패닉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만 서로 다른 거울 양면의 모습을 보인다. 실패하는 것만이 두려운 아벨은 “뛰어내리기가 무서울때 바로 그때가 뛰어내릴때죠.”라고 말하며 야망을 위해서는 두려움조차 삼키는 반면, 매사 앞으로 나아가기가 두려운 줄리안은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렇기에 무릅쓰고 방아쇠에 손을 맡기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 ⓒ네이버 영화

 도덕적 신념에 대해 또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인물은 아벨의 아내인 안나이다. 이미 그녀는 출신지에서부터 다소 위협적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벨이 장인어른의 회사를 물려받은 이후로부터 장부를 관리하던 그녀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회사의 돈을 조금씩 빼돌려 모아놓았다. 이를 알리 만무한 아벨은 로렌스(데이빗 오예로워) 검사가 회사경영 범법행위로 16건이나 기소할 것이라고 이야기함에도 자신은 결백하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그가 줄리안의 사건으로 인해 은행의 도움을 얻지 못하게 되었을 때, 다른 곳으로 잔금을 메우러 다니면서도 그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면 고귀함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귀사에 이득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하며 정중한 모습으로 이야기하는 그는 마치 신입사원을 교육시킬 때 고객의 눈을 뚫어지게 진실되게 바라보라는 조언을 한 사장인 만큼, 그 도덕적 가치를 높이 평가 받을 만한 인물이다. 문제는 사회와 상황이 그렇게 만들지 않을 때에도 과연 그는 그 신념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다.

   
▲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대부>가 생각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나 궁극적으로 동일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고, 무엇보다 아벨인 오스카 아이삭이 알 파치노를 연상시킴에도 있다. 영화의 전반적인 빛의 사용에 있어도 갱스터 영화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내부는 어둡게 하여 사람들의 얼굴에 음영이 드리워지고 되려 외부에서 들어오는 광원이 노랗게 빛을 이루는 것을 보며 독일의 표현주의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해 보이는 것은 바로 화면의 불안정한 여백이다. 아벨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씬 일 경우 대부분 상대방의 모습까지 화면 안에 들어와야 맞다. 하지만 짧은 시선처리만 오가는 공간을 만들어 숨을 조이고, 되려 불필요한 여백의 공간만 늘림으로써 답답하고 촉박한 아벨의 심리상태를 시각화한다. 덧붙여 81년의 뉴욕답게 라디오에서는 수시로 범죄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열되어 그 심리를 더욱 쫀쫀하게 만든다.

   
▲ ⓒlisathatcher.files.wordpress.com

 영화가 마지막 순간에 다다라가면서 우리는 마주하는 해피엔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착잡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잔금을 치뤄 계약을 성공시키고 사업의 중요한 출발점을 열게 된 아벨. 동시에 그는 야망을 위해 도덕적 신념을 저버리게 되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보이는 줄리안의 자살 장면은 아벨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직원의 처절한 죽음 앞에 그는 총알이 관통한 석유통의 구멍부터 메운다. 처음에도 마지막에도 그는 가장 옳은 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다른 말이 되어버렸다.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으로 모든 것을 손에 쥐었으나, 그가 가지고 있던 신념 '도덕'을 잃었으니 이만큼 폭력적인 순간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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