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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소년, 나의 친구, <월 플라워>우리 삶속에 이 영화.
어한빛 칼럼니스트  |  uhv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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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6  20: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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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플라워>공식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THE ARTIST 매거진=어한빛] 영화는, 우리를 성장통 그 중심부로 데리고 간다. 청소년기의 불안, 친구관계의 절실함, 첫사랑. (어느 하나 빼 놓을 것 없이 신중했고 조심스러웠던 그 모든 순간들. 특히 ‘친구.’) 영화가 끝난 뒤, 우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 시절의 나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인연이라는 것이 때로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끊어져버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친구’라는 단어에 민감한 청소년시기엔 오죽 심할까.) 주인공 찰리는(로건 레먼분)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에게 있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이 세상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학교의 남은 학업 일수를 정확히 새고 기억 할 정도로 학교라는 공간에 적응을 못하고 싫어한다. 그래서 영화전반에 걸쳐 찰리의 속마음이 흘러나온다. 그의 속마음. 이것이 그 시절의 나와 너무 닮아있어서 나는 그를 쉽게 불쌍히 여길 수도 없고 차마 위로 할 수도 없었다. (그대-우리-들도 같은 마음 일 것이다. 분명하게, 그리고 놀랍도록.)

친구 하나 없이 건조하게 학교를 다니던 찰리에게 생긴 유일한 친구, 패트릭(에즈라 밀러분)과 샘(엠마 왓슨분). 이들과 함께 친구의 든든함을 느끼며 더할 나위 없는 나날들을 보내던 찰리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쳐온다. (17살에게 친구를 잃는 것보다 더한 위기는 또 없을 것이다.) 그렇다. 찰리는 겨우 생긴 친구를 잃는다. 일명 ‘배신’의 행동을 한 것. 사람사이에 ‘배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얼마나 그 사이가 비참해지는지 지금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창 성장하는 그 때의 우리는 어떤 것이 배신으로 느껴질지, 배신의 여파는 어떤지 잘 몰랐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걸 다 끌어안고 난, 지금 알게 된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지만,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모르는 소리’일 뿐이다. 그냥 초조하기만 하고 친구하나 없는 사람이 될 까봐, 그대로 혼자 남겨질 까봐 온갖 두려움으로 가득 찬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말이다. 이 두려움은, 친구라는 의미를 알면 알수록 커진다. “친구 없어?” 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 소리인지. 영화에서 찰리가, 그토록 전화기에서 떨어지지 못 하고, 학교에서 패트릭을 계속 쳐다보던 그 마음을 우리는 낱낱이 이해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인생의 관계가 그러하듯, 영화에서도 찰리는 이내 패트릭·샘과 다시 다니게 된다(패트릭이 맞는 것을 도움으로써.)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쯤, 이들은 끈끈한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있다. 지금 우리의 친구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영화는 내내 찰리와 친구들의 우정,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비집고 자리한 개개인의 속사정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이 모여, 청소년기 그 자체를 만들어낸다.

   
▲ 오랜만에 만나 드라이브 하는 (왼쪽부터) 샘, 찰리, 패트릭. [출처=네이버 영화]
     
 

자신에게 돈을 대주거나, 자신의 외모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잠자리를 하며 스스로를 낮게 여기는 샘, 게이라는 비밀을 간직하며 자유분방하지만 한 없이 여린 패트릭, 이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람이, 동시에 가장 큰 상처이기도 한 과거를 끌어안고 사는 찰리. 이처럼 우리의 친구들, 그리고 ‘나’는 남모를 비밀 이야기쯤은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모두가 신나게 놀고 있는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패트릭이 찰리에게 나가고 싶지 않느냐고 조용히 묻자, 찰리는 아무 말 없이 같이 나간다. 친구의 눈빛을 이해하는 사이보다 더 진한 친구 사이가 있을까.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건이 흘렀던가. (이런 사이가 우리의 친구들과 나의 사이에도 적용이 될 때의 말 못할 고마움이란.) 샘의 말을 빌려 ‘부적응자’들 ‘또라이’들(샘이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을 부르는 애칭) 이지만 그래서 더 끈덕진 지금의 친구들이 옆에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며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월 플라워>는 우리의 청소년기 시절, 친구와의 추억·상처를 콕콕 건드려서, 추억은 더욱 진하게, 상처는 그 시절의 ‘헤프닝’으로 거듭나게 한 영화이다. 친구들이 더욱 소중해지는 순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혹 <월 플라워>를 본 사람이라면 이 때야 말로 엄지손가락을 놀릴 시간이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 우리의 친구들에게 말이다.

   
▲ 영화 촬영 중 (왼쪽부터) 로건 메먼, 에즈라 밀러, 엠마 왓슨의 모습.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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