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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보여주는 반 고흐의 시간들빈센트 반 고흐라는 위대한 이름 뒤에 숨겨진 고통에 대하여
한예령 칼럼니스트  |  mnjh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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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3  2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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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한예령] 언제부턴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도 쓸쓸함이 느껴졌다. 색채가 어두운 것도 아닌데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흐의 자화상에서 그의 인생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지금의 시대에 고흐는 천재화가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그가 살았던 당시에는 고흐라는 화가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갈 정도로 고흐는 오랫동안 정신병에 시달렸다. 그리고 권총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생의 마지막을 장식한 고흐의 인생은 지금의 사람들이 그를 극찬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하지만 고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들었을 때에도 그림만은 놓지 않았다. 영화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은 이러한 고흐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그림에 대한 그의 열정과 고통 그리고 그가 느꼈던 외로움을 담았다.

 

   
▲ 고흐의 그림을 팔려는 빌렘

영화는 고흐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의 조카 빌렘이 고흐의 그림을 모두 팔려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빌렘에게 고흐는 위대한 화가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골칫덩이에 불과했고 미술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지는 고흐의 작품들도 빌렘에게는 자신을 옥죄는 족쇄와 같았다. 그래서 빌렘은 고흐의 그림을 모두 팔아버림으로써 고흐의 존재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빌렘의 아내는 고흐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버리지 말라고 설득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영화는 빌렘의 시간과 고흐의 시간을 교차해 가며 보여준다.

고흐는 그가 살았던 당시의 주류 화풍과 다른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면서 가족에게서도 화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고흐는 점점 혼자가 되어 간다. 하지만 동생인 테오만은 고흐의 곁을 지키면서 그를 응원해 주는데 테오도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하고 가정이 꾸리면서 전처럼 고흐의 곁을 지킬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고흐의 곁에 남은 것은 그가 열정을 쏟아 붓는 그림뿐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의 고흐의 눈빛은 일상의 것과는 달랐다. 항상 더 나은 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했고 새로운 화풍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고흐는 자신이 존경하는 고갱과 함께 예술을 향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고 했지만 고갱과 그림에 대한 이견이 떠오르면서 둘의 사이는 틀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신병마저 얻게 된 고흐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갈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고 상황은 절박했지만 끝까지 그림만은 놓지 않았다. 오히려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화풍과 풍부한 색감의 그림들을 그림으로써 고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을 시기가 모순적이게도 화가로서의 고흐를 더욱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흐에게 그림은 열정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고통과 쓸쓸함을 안겨 주는 것이었다. 고흐는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화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점점 고립되어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것을 홀로 견뎌야 했다.

 

   
▲ 동생 테오의 곁에서 어린 빌렘을 안고 웃는 고흐

그런 그에게 유일한 안식을 가져다 주는 것은 테오와 그의 가족이었다. 고흐가 죽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 빌렘은 고흐의 흔적을 따라가며 자신이 고흐에 대해 가졌던 편견들을 바로잡는다. 빌렘이 고흐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으로 고흐를 평가하지 말고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 한번쯤 깊이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것을 빌렘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여준 것이다. 영화는 빌렘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고흐의 마지막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한다. 고흐가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권총으로 인한 사고를 당했고 치료를 거부하여 눈을 감은 것으로 전한다. 영화 속에서 마지막의 고흐는 지독하게 깊은 쓸쓸함을 홀로 감내하고 살았던 탓에 많이 지쳐 있었고 이제는 고요한 휴식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처음으로 온전히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빌렘은 고흐의 작품을 파는 대신 고흐를 위한 미술관을 짓는다. 생전에 온갖 고통과 외로움을 홀로 참아 낸 고흐였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아 그림에 담긴 고흐의 생각과 느낌에 공감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도 고흐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을 함께 느끼고 고흐의 감정과 생각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고흐는 이미 가고 없지만 이처럼 고흐의 시간은 그림을 통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진행형이 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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