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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자 한 인간. 인간다운 인간<킹스맨>과 <엑스 마키나> 사이에서
최미소 칼럼니스트  |  11skdi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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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05  16: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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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최미소]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가 극장가를 완전히 장악했다. 그리고 SNS나 각종 매체에서는 이 영화를 찬양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원테이크 교회 액션씬이나, 후반부의 위풍당당 폭발씬을 포함한 영화의 상당 부분이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가 보여준 기가 막힌 장면들에 대한 찬사는 이제 그만 접어두고 그 아래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신이 되고싶은 인간

 

인류 역사에 그렇지 않은 적이 언제 있었겠냐고 반박한다면 할 말은 없다만, 요즘 영화에서 드러나는 인류의 가장 큰 소망은 ‘신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킹스맨>에서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은 이제 모든 현대인이 사용하는 스마트 폰 내에 칩을 장착해 온 인류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정확히는 인류의 폭력성을 스위치 하나로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다. 세계 각국 주요 인사들을 피신시켜두는 동시에 인류 대 공멸의 순간을 카운트다운하며 세계의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발렌타인의 벙커를 떠올려보자. 고급 회전 의자에 앉아서 자신이 살려준 자와 자신이 버린 자의 상황을 지켜보는 발렌타인은 마치 인류의 운명을 손에 쥔 신의 B급 재현인 듯하다.

   
▲ 영화 <킹스맨:시크릿에이전트>의 발렌타인 스틸컷

발렌타인은 꼭 자기의 계획대로 꾸며진 새로운 세계를 원했다. 예쁜 과일을 골라 바구니에 담듯 자신이 취할 이득에 따라 사람을 선별하고 엄선하여 입맛대로 인간을 벙커에 골라 담았다. 새로운 세계를 열기 직전, 발렌타인은 선별해놓은 인간들을 보며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며 자신을 새 창조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스냅백을 얹고 팬도 돈도 많이 가진 cool한 조물주. 그게 발렌타인이 꿈꾸던 자신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위풍당당 대폭발이라고. 신적인 사랑이란 저 밑바닥 가장 어두운 곳의 인간까지 사랑하고 감싸는 것이다. 가난하고 약한 자들은 버리고 상위 몇 퍼센트만 챙겨서 달아나는 것은 신이 아니다. 신 그 자체가 아닌 신적인 능력만을 바란 자의 비릿한 최후다.

 

  지난 1월 개봉한 <엑스 마키나> 역시 비슷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기가 막힌 역대급 반전영화! 라는 촌스러운 카피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없이 큰 실망만 안겨주었지만, 내게 <엑스 마키나>는 연초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나를 설레게 한 작품이다. ‘최첨단’이라는 단어에 너무 쉽게 혹하는 나의 SF 취향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영화는 대단히 흥미로운 미장센을 제공한다. 주인공인 여성 A.I 에이바는 등장하기도 전에 A.I(인공지능) 개발자 네이든의 첨단 스마트 하우스에서 이미 관객의 마음은 사로잡힌다. 기존의 인공지능 영화들이 보였었던 무겁고 차가운 바디와는 다르게 에이바는 실제 사람의 모습을 위에 입힌 형태의 바디를 가지고 있다. 투명한 스킨 아래로 그녀를 구성하는 회로들이 빛나고, 실제 여성의 알몸처럼 슬림하고, 보다 따듯하고, 우아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기존에 떠올리던 ‘로봇’과는 사뭇 다른 에이바를 보다보면 주인공 칼렙처럼 그녀의 몽환적인 외모에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보이는 부분보다도 그 아래에 있는 묵직한 담론에 매우 큰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 네이든의 연구실 벽에는 에이바 이전 세대의 A.I 얼굴 모형이 걸려있다.

  영화 속의 주된 등장인물 네이든, 칼렙, 에이바 세 사람은 신, 인간, A.I 라는 세 층위를 각각 대표하는 인물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개가 되면 될 수록, ‘과연 그럴까?’하는 물음을 던진다. 네이든은 신이고자 했다. 인간에 가까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낸 조물주로서 기능하고, 네이든과 에이바가 녹화가 꺼진 도중 몰래 나눴던 대화나, 그들의 탈출 계획까지 모조리 지켜보고 있는 전지적 존재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고, 네이든은 인간보다 뛰어난 A.I를 만들어내고 싶어 했다. 단순한 등식으로 생각해보면 네이든은 신보다 더 높은 존재가 되길 원한 것이다. 그러나 에이바가 실제로 인간보다 뛰어난 A.I 이었다고 가정할 때 네이든은 신보다 높은 존재가 되는 것에 성공 한 것일까? 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 칼렙과 에이바를 모니터로 감시하는 네이든

 

인간. 인간적. 인간성

묘하게도 이 같은 영화를 다루면 다룰수록 우리는 더욱더 ‘인간적(人間的)’인 것에 몰두한다. 에이바는 최후에 네이든이 만들었던 많은 이전 세대의 A.I들에게서 피부와 옷을 가져와서 자신의 몸에 입히고는 순진한 칼렙을 가둔 채 유유히 헬리콥터를 타고 떠난다. 이런 에이바를 놓고 인간적이냐 인간적이지 않냐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득과 기회가 눈앞에 있을 때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또 버리는 게 가능한 것. 이것은 인간적인 일일까? 인간성(human nature)이란 인간이 가지는 본성, 즉 인간다운 성질을 말한다. 상대의 감정을 이용하고 배반하여 떠나는 것은 분명 인간들의 일이다. “사람 마음을 이렇게 갖고 놀아도 되는 거야?”가 흔한 드라마의 클리셰로 느껴지는 것을 보아하니 정말 인간세계에서 흔하디흔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모습이 인간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도 인간성, 인간적 이라는 단어들이 주는 보편적인 이미지는 따뜻하고 다감하고 계산보다 마음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에이바는 인간이 되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인간이 가진 무수한 특성 가운데 가장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많은 면을 가졌지만, 에이바 역시 인간적 능력을 취했을 뿐 인간이 아니다. 원래 인간은 그런 식으로는 완벽할 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발렌타인이나 네이든처럼 왜곡된 의미의 신을 꿈꾼다. 하지만 오늘날 일어나는 수없이 많은 비인간적인 사건들을 대하면서 나는 아직 그런 꿈은 일러도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서양철학의 기반이 되었던 이론 ‘존재의 대사슬(Great Chain of Being)’에서 인간은 동물과 천사의 사이에 위치한 존재이다. 신이든 신의 심부름꾼 쯤 되는 천사든 뭐든 되려면 하다못해 동물은 아닌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할 것 아닌가. 어머님들이 주말 오후까지 침대위에 널부러져있는 우리에게 늘 하시는 “언제 인간 될래?”처럼 우리들은 아직 인간이 되기도, 즉 인간 답기도 멀었다. ‘신적인 능력은 부럽습니다만 아직 저는 인간이라서 살만합니다’를 외치는 영화가 나는 아직도 반갑다. 다른 맥락에서 쓰이긴 했지만,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김민 (김명민)의 대사가 떠오른다.  인간은 인간인 그대로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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