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Instagran

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네이버 20Pick

THE ARTIST MAGAZINE

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다음 스토리볼

THE ARTIST MAGAZINE

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네이버 블로그

THE ARTIST MAGAZINE

> 칼럼 > 영화
캠벨을 심판한 자는 누구인가?<마더 나이트> 속의 심판
정인채 칼럼니스트  |  inchaijung@me.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2.24  09:10:07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풍자와 해학 그리고 독설로 가득한 고급스러운 블랙 코미디의 진수.

미국의 작가 커트 보네거트(1922 - 2007)의 장편소설 <마더 나이트(Mother Night)>을 밤새워 읽으며, 양 손을 번갈아 마비시키는 사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었다. 1961년 발표된 이 소설은 1996년 키이스 고든을 감독, 닉 놀테를 주연으로 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가 있다. 60년대 소설과 90년대 영화, 어쩌면 뜬금없어 보일 수 있다. 게다가 <마더 나이트>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최근 테러나 중동에서의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무척 낡아보인다. 다만 세계대전 이후로도 세상에는 온갖 분쟁과 전쟁이 반복되고 있고, 그것을 다룬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건만 그 어떤 것도 정작 <마더 나이트>의 오래된 교훈을 되새겨 보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인간 사회 속에 깊어가는 증오와 광기에 대해 <마더 나이트> 만큼 명쾌하게 그 속성을 드러낸 작품은 드물다.

   
▲ 영화 <마더 나이트>

미국인인 캠벨은 부모를 따라 독일로 이주해 극작가로 성공을 거두고 예술가의 명성을 쌓아간다. 얼마 뒤 나치의 독일은 전운이 감돌지만 사랑하는 독일인 아내를 얻은 캠벨은 그대로 독일에 남기로 한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미국 첩보원이 접근하다. 그리고 그 미국 첩보원은 캠벨이 미국을 위해 스파이로 일해줄 것을 요구한다. 미국의 스파이로 섭외된 그는 탁월한 재능을 바탕으로 나치를 대표하는 선동가이자 선전원으로 단파 라디오 방송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얻게 된다.  반유대주의의 선봉에 선 활약을 통해 그는 괴벨 등 나치 수뇌부의 신뢰를 쌓아가는 한편 방송을 통해 암호로 정보를 제공하며 첩보 활동을 이어간다. 그가 나치의 가면을 쓴 (미국의)애국자가 된 사이 캠벨은 부모와 아내에게 그의 진짜 정체를 숨긴다. 그 사실을 아는 인물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 전후 미국 정부는 체포된 그를 빼돌려 신분을 세탁하고 법망을 피해 자유를 주지만, 공식적으로는 그의 활약에 대해 비밀에 부치고 논평을 거부한다. 캠벨은 뉴욕에 정착하고 잠시나마 평온한 삶을 누린다. 하지만 세상이 기억하는 캠벨은 정의의 심판을 피해 뻔뻔하게 살아 숨쉬는 전범이자 살인마일 뿐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를 뒤쫓는 사람이 있고, 여전히 그를 추종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캠벨은 쫓는 자의 편이고, 추종하는 자의 적이라는 사실은 이 이야기의 압권이다. 뒤엉켜버린 운명 속에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캠벨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만다.  아군이 될수도 적군이 될수도 없다.

 

캠벨이라는 인물이 이스라엘의 감옥에서 옥중 회고를 하는 형식(하워드 W. 캠벨 2세의 고백록)을 빌린 <마더 나이트>는 표면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과 전범이라는 매우 정치적이고 특정적인 소재와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겠지만, 사실 이 작품은 그보다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간 사회를 풍자하는 데 있어서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무대를 갇췄다고 말할 수 있다. 특정 시대와 역사 그리고 인물을 이야기하지만 이 소설 속의 이야기는 꼭 캠벨이 아닌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우리는 쉽게 편을 가르고, 누가 옳은지 쉽게 말하지만 진실로 그러한지는 자신할 수 없다. 입장이 바뀌면 모호해지는 것이다. <마더 나이트>는 캠벨과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누가 미친 사람이고, 누가 미치지 않은 사람인가.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가에 대한 풍자극을 보여준다. 풍자가 아닌 경직된 시각에서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우리는 그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라면 좀 더 쉽고 명확해진다.

 

캠벨은 공식적으로는 전범이지만 사실 정체를 숨긴 영웅이다.  그러고 보면 Unsung  Hero라는 것이 우리가 박지성 선수에게 붙여 불렀던 만큼 근사해보이지는 않는다. 캠벨의 정체를 알 리 없는 이스라엘은 나치 선동가인 캠벨을 상징적인 의미에서 심판해야만 한다. 또한 전후 미국과 냉전에 돌입한 소련은 캠벨을 끌어들여 미국을 흠집낼 기회를 얻으려 한다. 캠벨을 지지하지 않는자들은 그에게 냉혹하고 매정하며, 캠벨을 지지하는 자들은 그의 진실하지 않은 모습을 숭배하는 것이다. 그럼 캠벨이라는 개인은 어떠한가? 한때 뛰어난 극자가였던 그는 전쟁통에 아내를 잃고 뮤즈를 잃은 그는 창작의 원동력을 상실했다. 형부를 사랑한 캠벨의 처제는 캠벨의 사랑을 갈구하며 형부와 처제의 황당한 역할극을 만드려 한다. 이 모든 복잡한 이야기들이 멋지게 뒤엉킨 사이 거의 모든 사람의 악인이자 아주 소수들의 선인인 캠벨은 가장 냉철하고도 이성적이다. 캠벨은 모든 것을 잃어가지만 홀로 자신과 주변에 벌어지는 일들을 똑바로 응시한다.  하지만 결국 그 역시 지치고 소모되어 멈추며 분열되어 간다.

 

캠벨의 말들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물론 그것은 실제 전쟁 당시 포로 수용소에 있었던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성찰이 반영된 대사일 것이다. 놀라운 점은 작가는 그 자신이 겪었던 그 모든 고난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소통되지 않고 끊임없이 물고 뜯기만 하는 세상의 공격성을 풍자하며 살짝 비꼬며 꾸짖는다. 마치 세상을 달관한 노인이 툭 던지며 말하는 것 같다. '너무 그러지마.' 스스로 바랬듯이 작가는 휴머니스트인 것이다. 어쩌면 소통하지 못한 채 서로 힐난하고 물어뜯으며 누군가를 반드시 심판대에 올려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들에게는 바로 그런 태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 소설 <마더 나이트>

과연 캠벨을 심판하고 있는 자는 누구란 말인가?  이러한 의미에서 원작 소설 속에는 인상적인 문구가 있다.

 "싸움을 벌일 이유는 많다. 하지만 적을 무조건 증오하고, 전지전능한 하느님도 자기와 함께 적을 증오한다고 상상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악이 어디 있는 줄 아는가? 그건 적을 무조건 증오하고, 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신과 함께 적을 증오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온갖 추악함에 이끌리는 것이다. 남을 처형하고, 비방하고, 즐겁게 웃으면서 전쟁을 벌이는 것도 백치 같은 그런 마음 때문이다."

정인채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디아티스트
디 아티스트 소개기사제보광고홍보 및 제휴문의 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회사명: 골든허스트  |  The Artist Daegu: 대구광역시 수성구 들안로 59, 4층  |  대표자명: 김혜인
대표전화: 070-7566-8009  |  일반문의메일: theartistmag@naver.com  |  사업자등록번호:107-20-48341  |  신문 등록번호: 대구,아00205
등록일: 2016년 12 월 14일  |  발행인/편집인: 김혜인  |  청소년 보호 책임자: 김경식
Copyright © 2022 디아티스트. All rights reserved.
golden hurst
by nd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