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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트라이브> : 언어의 힘과 낯섦과의 대면
김혁준 칼럼니스트  |  hj0723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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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06  04: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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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Plemya, The Tribe, 2014>

[THE ARTIST 매거진=김혁준] 대사도 없고 자막도 없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더군다나 <트라이브>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는 연기가 처음인 청각 장애인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는 직접적인 언어를 뺀 나머지. 모든 대화는 수화로 이루어진다. 무성영화를 오마주해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2시간의 러닝타임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장면 장면에 자신의 해석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면서 봐야 하는 그런 바쁜 영화다. 

 영화는 주인공 (세르게이)가 청각장애인 기숙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낯선 곳에서 그는 어느 학교나 있는 양아치 조직에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온갖 범죄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 조직리더의 여자친구(안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사랑 때문에 혼란을 겪게 되는 그는 조직을 무너트리기로 마음 먹는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이 스토리가 한 번에 이해되지는 않았다.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는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가는 것보단 영화를 보면서 직접 생각하는게 오롯이 영화를 느끼는 것이라 여겼기에 더 알려 하지도 않았다. 영화를 보고나니 사실 내용을 알아도 소용이 없었겠구나 라고 떠올리게 되었다. 영화로부터 받을 수 있는 충격이 그 내용들을 모두 잊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키워드는 두 개다. 사랑과 증오. 이 원초적이고 가장 강력한 감정이 십대와 만났을 때 그 힘은 배가 되었다. 사랑에 서툴러 표현은 투박하고 미숙했으며 증오는 목적 없는 분노와 이유 없는 미움으로 너무나도 거칠었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증오로 끝맺는 영화는 언어의 부재를 잘 이용했으며 그 안에서 정서와 신의 흐름은 언어 없는 공간을 꽉 채워 압도 하였다. 

 언어의 힘 

   
▲ 수화를 통해 대화하는 영화 속 한 장면.

 대상의 부재는 대상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떠난 사람에 대해 계속하여 생각하게 된다면 어느샌가 내 마음속에 계속 머무름을 느끼는 것처럼 영화에서 계속되는 수화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언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는 길거리의 소리, 사물들의 소리 그리고 배우들이 수화와 더불어 내는 청각 장애인 특유의 소리가 전부다. 언어가 나오지 않기에 자연스레 화면과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대중 대부분은 수화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상상하고 영화는 열린 생각을 포용한다. 애당초 언어라 함은 직접적인 의사전달에 중점을 두어 단어들이 가지는 힘이나 아름다운 표현들이 위주라 생각하였다. 비언어적 요소들은 그저 언어를 도와주는 요소일 뿐 언어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여기지 못했다. 인간의 모든 생각은 결국 언어를 매개로 해 나타나기 때문에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느낌과 소리, 단어를 보거나 생각할 때 그 단어들에 남아있는 개인의 기억과 추억이 언어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영화로 봄으로써 깨달았다. 비장애인들이 음성언어에 대해 침묵으로 대답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것 이상으로 청각 장애인들이 표현하는 언어는 더욱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몸을 통해 나오는 언어였다. 영화에서 배우들의 몸은 두각을 나타낸다. 이는 감독이 말하기를  '남성의 단련된 몸과 여성의 고혹적인 몸 모두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육체는 감정과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고 성적 체위 또한 의미를 가진다.' 영화를 보고 나서 현대 무용 같은 춤과 연관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언어를 사용하진 않지만 그 이상의 내포를, 함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어가 보여 줄 수 있는 영역은 음성의 영역뿐 아니라 글자와 몸으로 그리고 침묵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낯섦과 익숙함

   
▲ 낯섦과 익숙함 사이. <Plemya, The Tribe, 2014>

 낯선 것과 대면할 때 사람들은 참 많은 감정을 느낀다. 아름다움은 익숙함으로부터 온다는 말처럼 낯선 것에는 새로움과 당혹스러움, 불편함 그리고 그걸 너머 반감까지 느낀다. 오늘날에 와서는 낯선 것들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말이다. 다 어디선가 봤었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것들에 대해 불편해지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것에 비해 직접 겪어보는 것은 참 많은 것을 선사해준다. 미리 겪어 보았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는데 그런 경험들은 아마 매체를 통해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폭력, 매춘, 그리고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충격인 살인까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음에도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편하지 않다. 이러한 감정은 충분히 정상적인 것이 맞다. 도덕성의 발현이고 사회 윤리에 부합하지 않기에 그로부터 오는 괴리감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는 10대가 보여주는 서투른 사랑과 맹목적인 증오를 다룬다.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낙태, 성매매, 폭력은 익숙해 질래야 사실 익숙해 질 수 없다. 장면 기법조차 우리가 실제 그곳에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을 들게 함은 물론 계속하여 관찰하게 만드는 구도를 가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집중해야 한다. 영화 기법도 낯설고 소재도 익숙하지 않기에 더욱 많은 것을 불러 일으켜 영화가 끝나면 관객들은 말이 없다. 감독이 의도한 바는 이런 낯설게하기일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로서는 불편함과 반감보다 충격이 앞서 머리속이 비워졌는데 낯설게하기 효과를 제대로 맛본 것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트라이브>는 아이디어가 영화보다 크다라고 말하였다. 동의 할 수 있다. 이 말을 듣고 영화가 기대에 혹시나 미치지 못할까 의문을 품긴 했지만 전혀 그럴 필요 없다. 다른 감독이라면 이 영화의 기법을 다른 소재로 어찌 풀어낼지 궁금하지만 소재 자체가 원초적이기에 훨씬 잘 어울린 생각이 든다. 감독이 직접 수화를 배워가며 배우들과 대화를 하고 농아(청각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이해해 영화를 풀어나갔기에 이만한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언어가 없었기에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언어가 없었기에 몸짓 하나 특징 하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영화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직접 느끼고 경험해 보는게 훨씬 많은 것을 전해준다. 불편할 수 있고 쉬이 넘어 가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과의 대면. 마주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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