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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의 2음절 영화 Choice 5
조재형 칼럼니스트  |  superjj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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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2  15: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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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익 감독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모든 예술에서 작품의 제목을 짓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림이든 조각상이든 영화든 작품의 제목은 곧 이름이요 정체성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예술은 대중들의 인식에 바로 각인시켜야하는 과제도 있기에 제목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축약적이면서도 단번에 자신의 작품을 단 두 글자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감독이 있다. 그가 바로 이준익이다. 2시간가량 되는 영화를 단 두 글자로 압축하고 대변하고 표현하는 것,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준익의 2음절 영화들을 전부 기억한다. 이름 짓는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모두 기억하고 있는 이준익 감독의 2음절 영화를 다시 감상해보며 그 제목들을 재미삼아 외워보자.

 

   
▲ '소원' 스틸컷

  소원

  이미 원작이 있고 그 원작을 변화시킨 영화들의 탄생은 이제 익숙하다. 2013년 10월 2일 개봉된 ‘소원’이란 작품 역시 원작 소설 ‘소원’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다. 반드시 원작의 제목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작의 내용 심지어 제목까지도 비틀 수 있는 것의 예술의 자유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그대로 ‘소원’이란 두 글자를 가져와 따랐다. 우선적으로 제일 중요하고 가장 안타깝고 비극의 사건을 겪은 인물이 주인공 임소원이었기 때문이다. 임소원이란 주인공의 이름을 살리는 동시에 소원이도 소원이 가족도 ‘소원’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에서도 일련의 소원들이 피어났을 것이다. 표면적인 주인공의 이름이자 각자 바라는 다음 사회를 바라는 마음, 그 소원이 중첩돼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소원’이 탄생한 것이다.

 

   
▲ '사도' 스틸컷

  사도

  ‘사도’ 역시 ‘소원’과 같이 인물의 이름을 영화의 제목으로 그대로 가져온 사례라 할 수 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을 소재로 한 영화다. 임오화변을 소재로 예술을 작품을 만들라고 하면 많은 제목들 많은 경우의 수로 재탄생 시켰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준익은 정공법으로 ‘사도’라는 두 글자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조 자체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다룬 인물이고 학계에서도 많이 연구가 됐다. 이준익은 ‘사도’라는 영화로 사도세자에 좀 더 초점을 두고 더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그렇게 미쳐갔는지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조금이나마 ‘사도’를 본다면 사도세자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우리였다. 영조보다 사도세자를 더 알 수 있게 해준 ‘사도’임에는 분명하다. 그리워하고 슬퍼한다는 뜻의 ‘사도’. 이 뜻만 읽어내도 영화의 풍을 약간이나마 느낄 수도 있는 두 글자다.

 

   
▲ '동주' 스틸컷

  동주

  ‘동주’ 역시 인물의 이름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일제강점기다. 동주라는 두 글자보다는 우리는 윤동주라는 세 글자를 더 친숙히 여긴다. 물론 윤동주의 이름 윤동주라는 세 글자는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등의 명시를 남긴 시인 윤동주 만을 주로 지칭한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이 만든 ‘동주’라는 두 글자는 윤동주 그리고 송몽규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문학계에선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했는지를 흑백의 영상적 문학적 감성을 한껏 살린 한국영화계의 수작을 지칭한다. 물론 윤동주의 이름 ‘동주’라는 이름이 붙여진 영화기에 윤동주의 삶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그러나 그 좁은 의미에서 그치면 안 되는 영화 내용이었다. 송몽규의 일생, 이준익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흑백 영상미에 더해져 ‘동주’라는 두 글자는 두 글자 안에 수많은 의미가 내포된 중요한 두 글자로 재탄생했다. 대단하다. ‘동주’라는 두 글자에 이준익 감독은 예술적으로 많은 것을 녹여내니 말이다.

 

   
▲ '박열' 스틸컷

  박열

  역시나 ‘박열’도 실존인물이다. 그러나 이번엔 의도가 약간 다르다. ‘소원’은 극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사도’나 ‘동주’는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이다. ‘박열’은? 당신은 박열을 아는가? 영화 ‘박열’을 보기 전 박열이란 역사적 인물을 들어보기나 했는가? 왠만한 역사학자도 알기 힘든 그런 인물이다. 희대의 또라이(?), 조선의 ***(?)였던 박열을 이준익 감독은 다른 표현을 안 쓰고 그대로 이름을 가져와 영화의 제목으로 선정함으로써 대중들에게 박열이란 인물을 소개하고 싶었나보다. 이제훈의 얼굴에 박열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박열의 옆에 최희서가 후미코를 배치하니 또 하나의 강직한 일제강점기 영화 ‘박열’이 탄생했다. ‘박열’을 보고 우리는 영화 ‘박열’이나 인물 박열을 잊지 못 할 것이다.

 

   
▲ '변산' 스틸컷

  변산

  드디어 인물이 아닌 다른 2음절 단어로 영화의 제목을 이준익 감독은 선정했다. 인물이 아닌 지역이었다. 전라북도 부안군의 지명인 변산이었다. 변산반도로 더 유명한 변산은 대한민국 서남단에 위치해있다. 영화의 기본 골조는 이렇다. 변산 출신 랩퍼 심뻑 학수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변산으로 내려와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전체를 보면 뭐 다른 예술가라면 다른 제목을 붙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변산’ 밖에 없었다. 마땅한 제목은. 고향으로 돌아와 겪는 일대기, 그 고향의 이름은 변산.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의 말투가 녹아있는 그 고향의 이름 역시 변산. 영화의 실재적 사건들이 벌어지는 공간 또한 변산. ‘변산’이란 단어가 극을 단번에 대변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교집합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단어 ‘변산’이란 두 글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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