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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지면 시작되는 마법 같은 여행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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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1  20: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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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밤은 나에게

여행이라서 여행이니까 여행이므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한숨을 내뱉어 마음을 환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삶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므로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이토록 아름다운 시간이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고.

언젠가는 이 여행이 삶을 반짝이게 해줄 거라고.

아니, 지금도 여행 덕분에 내 삶이 반짝이게 되었다고

늦은 밤, 고요한 시간은 내게 속삭였다.

 

별처럼 반짝이고 밤하늘처럼 깊었던 그 말들을 믿는다.

그리고…

 

이 밤이 지나면 일상의 온도가

조금은 달라질 것을 믿는다.

 

...<여행자의 밤> 중에서

 

스물여섯, 평범한 직장을 그만 두고 길 위에 선 이가 있다. 그냥 사람이 좋아서, 바람과 햇살을 맞는 게 좋아서 새로운 삶을 선택한 길 위의 여행자 장은정 작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려 80여 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그녀가 마주한 건 각양각색의 사람들 그리고 그곳의 풍경뿐만이 아니었다. 하나의 하늘, 하나의 달이 내뿜는 희미한 빛의 수십 가지 이야기. 낯선 곳에서 만난 무수히 많은 ‘밤’은 여행자로서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감성 역시 더욱 충만하게 해주었다.

낮보다 화려한 남국의 야시장, 정적이 스며든 유럽의 골목, 빛이 춤추는 아이슬란드의 오로라까지 한낮의 빛이 사라지면 시작되는 마법 같은 밤의 여행, 그 길 위에 선 장은정 작가의 이야기, 《여행자의 밤》이다.

 

#눈부시게_반짝이는_밤 Prague, Czech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프라하의 야경을 보며 문득 그리움이 쏟아졌다. 오랜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도, 어젯밤 친구가 된 옆방 언니들도 있었지만 그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과 외로움이 쏟아져 나왔다. 할 수만 있다면 한국에 있는 나의 모든 사람을 지금 이 순간으로 불러들이고 싶었다.

   
 

함께 난간에 걸터앉아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이토록 반짝이는 프라하를 함께하고 싶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프라하의 밤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주 사소한 빛 하나까지 마음속에 새기고 싶었다. 될 수 있는 한 오래도록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소확행의_밤 Reykjavik, Iceland

   
 

나의 ‘여행 소확행’은 ‘낯선 주방에서 요리하기’다. 시간에 쫓겨 바쁘게 차려낸 식탁이 아니라 다 함께 장을 보고 천천히 차려낸 식탁이다. 식사를 준비하고 마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 저녁이 좋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서툴고 느렸던 시간들이 간절하게 그리워질 테니까.

   
 

아이슬란드를 향한 가장 큰 그리움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대자연이나 한여름의 오로라에서 찾아오지 않았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약간은 몽롱하게 즐겼던 늦은 저녁의 식탁.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그 속에서 느꼈던 아주 작지만 소소한 행복.

매일 밤, 행복은 서툴고 느리게 차려낸 그 식탁 위에 있었다.

 

#소원이_하늘에_닿는_밤 Pingxi, Taiwan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을 정성을 다해 적고, 소리 내어 읽고, 간절한 마음으로 되뇌던 그날 밤. 수천 명의 간절한 마음들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눈빛으로 서로를 응원하던 그날 밤. 나는 이미 그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믿는다.

   
 

그렇게 하늘 가까이로 올라간 내 꿈은 지금 어디쯤 날고 있을까.

 

#캠핑의_밤 Pocheon, Korea

   
 

일상에선 지키려고 노력했던 나름의 질서와 규칙들을 놓아 버림으로써 찾아오는 통쾌함과 청량감.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탈출하듯 속옷부터 벗어버리는 시원함 같다고나 할까.

캠핑은 어차피 일상이 아니니 괜찮다. 그러려고 떠나온 캠핑이니 괜찮다.

여름밤엔 모기가, 겨울밤엔 추위가 괴롭히지만 그것 또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름밤엔 풀벌레 소리를, 겨울밤엔 한결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침낭이 있으니 말이다. 운이 좋으면 텐트 위로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으니 한겨울의 캠핑이 오히려 더 좋다. 그런 밤에는 작은 텐트에 남편과 나란히 누워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언젠가의 행복을 두런두런 나누다 슬며시 잠드는 밤. 서로에게 의지하며 어깨를 맞대고 잠드는 밤. 그런 밤이 있는 캠핑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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