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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를 완성한 음악 Choice 5
조재형 칼럼니스트  |  superjjh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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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8  13: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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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죽거리 잔혹사'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2003년을 뒤로하고 2004년을 맞이하면서 한국영화계는 그 흐름을 잃지 않고 두 개의 천만관객 동원 작품인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선보였다. 2003년에서 2004년으로 넘어가는 그 시점, 단순히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만 한국영화계를 받든 것이 아니다. 두 대작 사이에서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를 관통하는 시대의 연출을 완벽히 해내며 존재감을 내보였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통 과거를 되살려주는 추억영화로만 기억한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단순히 추억영화로만 한정짓기엔 부족한 감이 분명히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또 다른 매력, 또 달리 완성시키게 한 요소 그 것이 바로 극과 함께 감정을 나란히 한 음악들의 연쇄였다. 인물들의 감정과 흐르는 음악들의 평행선은 너무나도 잘 맞아들어 결국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까지 하게 됐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완성한 다섯 음악을 다시 들어보자.

 

   
▲ '말죽거리 잔혹사' 스틸컷

  ‘One Way Ticket’

  대한민국 문화계는 시대를 대표하는 몇몇의 큰 댄스 장르들이 있다. 1970~1980년대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나오듯이 다름 아닌 고고였다. 디스코의 한 갈래였던 고고는 선풍적으로 1970~1980년대 대한민국 문화계에 유입됐고 대학생들을 비롯한 그리고 성인문화를 즐기고픈 청소년들에게도 큰 인기였다. 그 현상을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한 장면으로 보여준 것이다. 현수와 우식이 그 친구들은 내기농구를 이기고 딴 돈으로 곧바로 고고장으로 달려가 춤을 춰댔다. 그냥 성인문화를 동경하는 남학생들만의 문화가 아니었다. 구애 끝에 사귀게 된 우식과 은주 그리고 현수와 은주 친구, 이렇게 넷도 우식의 생일에 고고장에 가 잠시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Eruption의 ‘One Way Ticket’은 ‘One Way Ticket’을 듣고 고고를 추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1970년대 1980년대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 '말죽거리 잔혹사' 스틸컷

  ‘One Summer Night’과 ‘Feelings’

  ‘말죽거리 잔혹사’ 안에서 따지고 보면 현수와 은주는 범상치 않은 인연이다. 현수는 은주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버스 안에서 소동에 휘말려 동네에서 뛰어다녀 숨기도 하고, 현수 자신이 좋아하는 은주를 뒤따르다가 그 좋아하는 은주가 비 오는 날 자신의 우산 속으로 뛰어들고 결국 빵집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이런 현수와 은주는 분명 범상치 않은 인연이었다.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짜릿함에 공감할 것이다. 좋아해서 바라만 보다가 그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의 우산 속으로 들어와준다면 그리고 그 여자와 함께 식사를 나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러나 그 여자는 내 마음을 모르기에 마냥 기쁘지 않고 슬프다. 이 모든 감정을 담은 음악 ‘One Summer Night’과 ‘Feelings’이 현수와 은주가 빵집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비가 오는 날 버스에서 내리기 전 좋아하는 여자가 비 맞는 것이 싫어 우산을 무작정 건내주고 자신은 버스에서 내려 비 오는 거리를 냅다 뛰어버리는 장면까지 감성적으로 흐른다. 영상에서만이 아닌 음악에서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정을 완전히 채워준다. 너무나도 적절한 배치의 ‘One Summer Night’과 ‘Feelings’였다. 그 장면들 이후 경음악 형태로도, 극중 라디오 선곡에서도 흘렀는데 가히 ‘One Summer Night’과 ‘Feelings’ 두 음악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대표할만한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 '말죽거리 잔혹사' 스틸컷

  ‘등불’

  누가 뭐래도 1970년대에서 1980년대를 상징하는 우리나라 음악계의 장르는 통기타를 기반으로 한 포크-락이다. 그 시기에 정밀히 축적된 다수의 음악들은 90년대 더욱이 풍성한 음악들이 살아 숨 쉬게 한 원동력이 됐다. ‘말죽거리 잔혹사’ 역시 197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또 하나의 음악영화라 할 수 있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포크-락이 빠질 수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아는 그런 음악이 등장하지 않았다. 은주를 좋아하지만 친구인 우식의 여자친구인 은주, 그 둘의 키스를 뜬 눈으로 바라만 봐야하는 그 절망적인 아픔을 ‘말죽거리 잔혹사’의 유하 감독은 영사운드의 ‘등불’을 삽입해 찢어지는 현수의 감정을 구슬프고 외롭게 그려냈다. 청소년들은 다분히 감정적이다. 그냥 과격한 감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얻는 절망까지 아주 유동적인 감정을 지니고 청소년들은 살아간다. 고등학생인 주인공들의 특히 현수의 감정을 정밀히 잘 나타내는 음악이 영사운드의 ‘등불’이라 생각된다.

 

   
▲ '말죽거리 잔혹사' 스틸컷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현수도 바라만 볼 수 없었나보다. 은주가 즐겨듣는다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자신의 마음을 적어 사연으로도 보내고 기차여행도 같이 가지고 제안해본다. 짝사랑을 하는 남자라면 어느 순간 결심을 하는 그런 순간이 온다. 그 결심 끝에 은주와 함께 한 기차여행에서 한적한 강가 나룻배에서 현수는 순수하게 은주를 좋아하는 마음을 그동안 연습했던 양희은의 음악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부른다. 지나가듯이 말했던 기타연주를 듣고 싶다던 좋아하는 여자 은주의 한 마디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결국 순수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고백했다. 고백의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짐이 아니다.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 그 자체가 목표이자 종착역이다. 이 고백의 본질을 영화적으로 너무나도 잘 표현했고 그 기반에는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었다. 자신의 앞날을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결국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까? 왜 현수는 고백의 자세와는 반대된 제목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불렀을까? 오묘한 궁금증이 들지만 그럼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현수와 은주 사이에서 아름답게 흘렀다.

 

   
▲ '말죽거리 잔혹사' 스틸컷

  ‘학교에서 배운 것’

  앞서 들렸던 음악들은 ‘말죽거리 잔혹사’ 안에서 몇몇 장면들에 등장해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했었다. 하지만 ‘말죽거리 잔혹사’ 자체를 대표하는 음악은 따로 있었다. 가벼운 음들로 시작하며 잔잔한 김진표의 랩이 뒤이어지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란 음악의 분위기는 추억을 회상케 하는 ‘말죽거리 잔혹사’ 분위기에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음악이 재생되면 바로 눈을 감고 ‘그땐 그랬지.’라고 되돌아보고 싶게끔 만드는 힘을 가졌다. 현수, 우식, 은주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극 중에서 고등학생들이다. 젊은 혈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이었다. 청소년들이 보이는 맑은 청춘에도 묘하게 어울리기도 한다. 앞서 나열한 ‘말죽거리 잔혹사’의 음악들을 다 듣고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배운 것’을 듣는다면 굳이 ‘말죽거리 잔혹사’를 전부 보지 않더라도 듣는데는 완성한 것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음악을 잘 만든 영화다. 그 맨 뒤에 ‘학교에서 배운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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