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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일상으로 들어오다! 독자적인 회화 스타일로 대중을 사로잡은 작가 윤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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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5  22: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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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원 자화상

단순한 형태와 강렬한 색채 그리고 특유의 유머를 담은 독자적인 회화 스타일로 대중을 사로잡은 작가 윤기원.

몇 해 전, 광고판이 어지럽게 걸려있던 버스 내부를 발랄한 초상화로 가득 채운 ‘버스 안 미술관’으로 출퇴근길 서울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작가 ‘윤기원’의 작품 속에는 언제인지 뚜렷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어딘가에서 본 듯한 친근한 얼굴의 사람들, 바로 ‘우리’가 있다.

 

윤기원, 그리고 사람들

   
21세기 민주주의

누구나 살아가다가 보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인연을 쌓아 갑니다. 저는 제 주변에서 늘 함께하고 있는 가족과 친구, 지인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영웅의 얼굴을 그리며 저와 인연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불합격의 연속 그리고 4전 5기 끝에 합격

울다가도 삼촌이나 고모들이 “같이 그림 그리자”라고 하면 울음을 뚝 그치고 그림을 그릴만큼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꼬마였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초, 중, 고등학교 시절 내내 미술부에서 활동했고, 고 2때부터는 본격적인 미대 입시를 준비하며 ‘진짜 작가’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정말 열심히 그림을 그렸던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삶이란 것이 다 아시겠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잖아요. 작가를 꿈꾸며 목표했던 대학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생각지도 않았던 대학에 합격해 1학년을 다녔지만 마음을 잡지 못해 결국 중퇴를 했어요.

사실, 1년이나 다닌 학교를 중퇴하고 다시 입시를 준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어요. 수능도 다시 치고 실기도 다시 준비해야 하니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죠. 그래도 학창시절 내내 목표로 했던 대학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또 다시 도전했지만 다시 ‘불합격’ 했어요. 결국 군대까지 갔다 와서 이번에 떨어지면 이제 깨끗하게 그만두겠다는 결심으로 네 번이나 ‘불합격’ 통보를 받은 학교에 다섯 번째로 도전해 5수만에 드디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합격했어요.

 

미대생 그리고 예비 작가 윤기원

5수라는 말이 지금은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당시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고뇌의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20대 중반이라는 조금 늦은 나이에 새로 시작한 1학년 새내기 생활이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어요. 너무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행복이 그런 것 처럼요.

그래서 입학 후 한 달 동안은 출석부에 제 이름이 불릴 때 마다 정말 크게 대답할 만큼 모든 것이 설레고 행복했어요. 네 번의 불합격 끝에 만난 값진 합격에 대한 감사함으로 대학 4년 내내 열심이었고, 저만의 작업에 대한 욕심도 많아서 작업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통해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갔죠.

 

단번에 모두를 사로잡은 윤기원의 ‘초상화’

   
한송이

저희 학교의 경우 1,2학년 때는 주로 다양한 재료를 접하면서 회화라는 영역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교육을 받고 3학년부터는 자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유 작업을 진행하며 자신만의 회화 스타일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시작해 4학년 졸업 작품을 통해 결과물을 보여줘요.

저도 그 과정을 충실히 잘 따랐고, 3학년부터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초상화를 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사실주의 기법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톡톡 튀는 원색을 사용해 단순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저만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죠. 이 과정에서 과감한 생략으로 단순화된 인물의 초상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동양화의 먹선에서 영감을 받은 검은색 선으로 형태를 명확하고 깔끔하게 마감한 작업들을 진행하며 저만의 ‘초상화’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를 완성했어요.

   
윤기원 / 정유정

당시는 생소했던 제 그림을 처음 본 교수님들께서 신선한 시도에 대해 많이 칭찬해 주셨고 주변의 반응도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졸업 작품으로 그린 그림들이 졸업전시 중에 큰 인기를 끌면서 제가 그린 초상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호황 속 졸업 그리고 작가 윤기원의 시작

   
박은실/ 문보영

대학 졸업 후 마음 맞는 친구들과 ‘studio_UNIT’이라는 젊은 작가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로서의 역량을 쌓을 수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당시가 한국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2000년대 중반이라 그 시절의 젊은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 역시 미술시장의 호황 속에서 성공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다양한 전시에 참여했고 작품들은 모두 판매가 되었어요. 사실 미대 졸업 이후 가장 걱정되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인데 미술시장의 호황 덕분에 졸업 후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어서 매일 매일이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요.

   
조까를로스

당시는 그랬어요. 저뿐만 아니라 같이 그림을 그렸던 친한 친구들도 졸업 후 성공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고, 그래서 함께 모이면 그저 즐겁고 좋았어요. 모이기만 하면 다들 서로 술을 사려고 옥신각신하는 게 일상이었으니까요.

 

호황의 끝, 새로운 길

   
마녀들

사실 그리 멀지도 않은 시간인데 지금 당시를 생각하면 갑자기 찾아온 ‘봄날’ 같아요.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했죠. 저도 제 동료들도 모두 마냥 그 순간들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호황 뒤엔 불황이 온다는 어쩌면 당연한 순리를 까맣게 잊고요.

전시만 끝나면 한 점도 남김없이 모두 팔렸던 그림들이 전시 후에도 하나둘 남기 시작했어요. 판매량이 점점 줄어들었고 작업실에 그림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면서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건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였죠.

처음 만난 두려움이었을 거예요. 대비가 없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작가를 꿈꿨고, 그 과정에서 시련도 겪었지만 결국 작가가 되었고, 이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을 마주했을 땐 모든 것이 현실이었어요.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죠. 근데 어느 순간이 되면 결국 많은 생각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대책 없이 들릴 수 있겠지만 머리가 아플 만큼 생각이 많아지면 눈을 감고 잠을 잤어요. 내가 선택한 ‘작가’라는 직업이 내 일이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내 운명이라면 무슨 방법이 생기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그림이 팔리거나 당장 어려운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겼어요. 또 더 신기한 건 딱 그 순간을 견딜 정도의 방법들만 생겼어요. 아쉽게,,, 더 큰 좋은 일이 생겨도 되는데 말이죠.(웃음)

그렇게 어려운 순간순간들을 버티면서 찾은 곳이 강원도 원주 문막읍 노림리에 있는 노림스튜디오였어요. 폐교를 개조해 만든 예술 스튜디오였는데 9명의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작업과 활동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어요.

워낙 외진 시골이라 찾아오는 이 없는 폐교에 차린 아트 스튜디오에 사람들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9명의 예술가들이 똘똘 뭉쳐 다양한 예술 행사들을 열어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이었어요. 물론 처음엔 시행착오들을 겪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림스튜디오에서 열리는 행사들이 재밌다는 소문이 났고, 행사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과 가까이서 소통하며 제가 처음 꿈꾸던 ‘진짜 작가’에 조금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진짜 작가 ‘윤기원’

   
‘버스 안 미술관’ 프로젝트 ©서울특별시 제공

2012년, 서울시와 서울 시내 운수회사들이 함께 버스 안 광고판에 상업적인 광고 대신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버스 안 미술관’ 프로젝트를 제안해왔어요.

‘유윤주, 한송이, 김영주. 김준식, 정유정’ 등등 제 그림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제가 그린 초상화의 주인공은 유명인이나 스타가 아닌 묵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자 개인적으로는 제 친구인 사람들이에요. 그게 ‘버스 안 미술관’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의미와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발랄한 색채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말이죠.

2012년 5월 6일부터 우이동에서 서대문을 오가는 동아운수의 101번 버스를 포함한 9개 노선과 153, 410, 1165, 1115, 8153, 8111번 버스를 통해 ‘버스 안 미술관’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버스에서 제 그림을 접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서 작가가 되길 참 잘 했다는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제 그림이 누군가의 일상에 활력이 될 수 있다는 것만큼 작가에게 행복하고 보람된 일은 없거든요.

 

"작가 윤기원, 그리고 작업"

 

작가 윤기원의 영감은 어디서 시작되나요?

   
정유정

사람이요. 저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추억을 나누는 소중한 나의 아내, 나의 부모님, 형제, 그리고 나의 친구들, 지인들까지 제가 살아오면서 만나온 모든 사람과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날 모든 사람들이요.

 

작품은 어떤 과정으로 그려지나요?

인물을 사진으로 찍은 후, 스케치로 옮기는 과정에서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배경과 세부 묘사를 과감하게 생략해 밑그림을 완성하는데, 페인팅 작업의 경우 캔버스에 스케치를 옮겨 다양한 색상의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색을 칠하고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형태에 선을 넣어 작품을 완성하고 있어요.

 

최근 디지털 작업을 시작하셨다고 들었다. 디지털 작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윤기원 (디지털 작업)

제 그림이 단순한 선과 발랄한 원색을 이용한 작업이라 예전부터 태블릿을 이용한 디지털 작업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을 많이 듣다 최근에 와콤 모바일스튜디오 프로를 이용한 디지털 작업을 시작했어요.

   
윤기원 (디지털 작업)

페인팅 작업에 익숙하다 보니 디지털 작업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원하는 작업을 언제 어디서든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확대와 축소도 편해 디테일 표현에 용이하고 다양한 색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 디지털 작업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죠. 조만간 많은 디지털 작업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네요.

 

전업 작가라는 직업이 가까우면서도 또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업 작가이신 윤기원 작가님의 평소 일과는?

전업 작가는 작가를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이죠.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업 작가들 역시 보통의 사회인들처럼 규칙적으로 생활을 해요. 오전 8시에 일어나서 작업실로 출근해 작업에 대한 구상을 하고 저녁 퇴근길에 친구, 지인들과 만나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죠.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앞으로의 목표나 소망에 대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진짜 작가’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은 좋은 작업으로,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작가’로 또 부모님께는 좋은 아들로, 아내에겐 좋은 남편으로, 친구들에게는 좋은 친구이고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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