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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 thank you. and you?<아이 캔 스피크>
김진아 칼럼니스트  |  originalji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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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6  15: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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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진아]

   
▲ ⓒ네이버영화

 우리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그러한 일들은 아직까지도, 심지어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날로 진화되는 죄악과 범죄 속에 면역이 되어 스스럼없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극적이지 않으면 이슈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시대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의식적으로 반드시,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이 있다.

 

 우리는 제법 다정한 대화를 시작으로 영어를 배운다. How are you? 라고 물으면 Fine. Thank you. and you? 자신의 기분 상태를 말하고 고맙다고 말하며, 심지어 상대의 안부까지 묻는다. 이토록 자상하고 다정한 대화는 이 영화와 꼭 닮아 있다. 영화는 인물의 심리, 성격변화를 통해서 한 사건을 이야기 한다. 매우 대조적인 두 인물 나옥분(나문희), 박민재(이제훈)의 만남부터 허투루 지나칠 장면이 하나도 없다. 그들이 변하는 따뜻한 과정 속에 비로소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 ⓒ네이버영화

나옥분은 왜 그렇게 거칠게 살았을까?

 영화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가장 나중으로 미뤄둔다. 처음부터 옥분이 얼마나 인간적인 사람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민원을 들고 동사무소를 찾아와 민폐를 끼치는 민폐노인으로 취급 받는다. 동네 상인들의 상권보호를 위해 자처했던 그녀의 오해는 영화의 후반부가 되어서야 겨우 이해로 바뀐다. 그것은 관객들 조차도 눈치 채지 못한다. 넌지시 일러줄 법도 한데 영화는 옥분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그녀의 사정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 또한 어느 곳에서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녀의 속내가 드러나자 우리는 모두 침묵하기 시작한다. 그 침묵은 진주댁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녀를 경멸하려는, 그녀의 삶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말해주지 않은 서운함과 그것도 모르고 그녀를 무시했던 미안함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모두에게 똑같은 감정의 선을 갖도록 선동한다. 나쁘지 않은 선동이다. 이제 오해는 풀리고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으니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녀가 왜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지, 어디쯤에 있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주면 그만 인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목표를 이루면 모두에게 똑같은 안도감과 안심이 당도한다.

 

박민재는 왜 그렇게 차갑게 살았을까?

 서로 상반되는 두 캐릭터가 등장해서 교화되며 인물변화가 일어나는 영화는 흔하다. 이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역시 지극히 반대 성격인 두 캐릭터가 대립관계를 보이다 서서히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명의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나가는 경우에 대게 각각 사연을 갖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오로지 옥분의 사연에 집중되어있다. 물론 그 사건이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민재가 그러한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혹은 그러한 사연을 갖지 않아서 영화는 온전히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증언대에서 불안해 하는 옥분에게 그가 먼저 안부를 물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진실을 말할 수도 없었고 용기를 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기묘하게 시작된 그들의 인연은 시너지가 되어 진실을 밝혀내는 밝은 빛이 되어 그들을 더욱 환하게 밝혔다.

   
▲ ⓒ네이버영화

그러고 보면 민재는 꼭 차갑게 살았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함께 밝혀줄 누군가를 만나지 못했을 뿐, 홀로 빛나고 있었을 뿐. 그 빛은 결코 차갑다고 할 수 없을 일이다.

 

 우리는 가끔 마주하기 힘든 현실에, 그 중요함을 알고는 있지만 외면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살아가면서 나에게 큰 피해나 불편함이 없다면 그 외면은 당연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그 중요한 현실을 자꾸만 수면 위로 들어 올려 마주하게 만들면 우리는 점점 화를 낸다. 그것이 살아가면서 나에게 큰 피해나 불편함이 없어도 그 짜증은 격렬해지기까지 한다. 어느 순간 피해자들은 눈치를 보며 적과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외면 또는 분노의 과정들을 순환하듯 겪으면서 점점 침묵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 ⓒ네이버영화

 일본의 만행과 그 잔인함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꼭 영화에 그러한 장면들을 넣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분노할 수 있다. 나문희와 이제훈의 발랄한 케미로 시작하였다고 해도 우리는 단 몇 분의 그녀의 증언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아픈 영화인지 알 수 있듯이 말이다.우리가 잊지 않게, 단 한순간도 잊지 못하게 이러한 영화가 자주 만들어지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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