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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 <남한산성>
최정원 칼럼니스트  |  hanaire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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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6  15: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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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 최정원 칼럼니스트] 올해 추석 대목에 CJ는 지금까지 내놓던 영화와는 조금 다른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개봉 전 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잘 만들었으나 흥행이 조금 어렵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고, <남한산성>은 조금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하지만 <남한산성>은 단순히 흥행 성적만으로 평가 절하될 영화는 아닙니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만들어진 영화가 흥행하던 추석 영화 시장에서 이질적인 <남한산성>의 성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스코어입니다. 추측컨대 추석 영화 흥행 판도는 이 영화를 기점으로 서서히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조선의 왕과 신하들, 그리고 백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요 갈등은 명나라에 대한 의를 지켜야 한다는 김상헌과 청에 조아리는 치욕을 견디고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최명길의 대립입니다. 영화는 어느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관객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만일 내가 당시의 임금이나 신하들의 입장이었다면 그리 쉽게 판단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영화는 남한산성을 무대로 살아가는 민중의 삶을 다층적으로 그려냅니다. 백성들은 양반들의 명분 싸움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민초들은 그저 가족들과 함께 오늘 지어먹을 끼니 걱정을 하고, 내일은 조금 더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영화는 임금과 사대부, 백성들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가 처한 입장과 그것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입니다. 결국 인조는 청나라에 머리를 조아리고, 얼어붙은 조선 땅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비추는 작디작은 민들레꽃이 무엇보다 가치 있게 보이는 이유일 것입니다.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사실 원작이 있는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하는 것은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그만큼 감내해야 할 단점도 많습니다. 원작을 읽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동시에 영화의 문법에 맞게 각색해야 하니까요. <남한산성>은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었습니다. 소설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면서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각색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최명길이 청과 대면하는 황량한 겨울 벌판과, 죽은 노인의 시신이 놓인 눈 위로 번지는 붉은 피를 보여주며 막을 엽니다. 살을 에는 바람과 피어오르는 하얀 김, 겨울의 스산한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영화를 보면서 특유의 푸른 색감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일말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남한산성이라는 공간에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미술에 세세하게 신경을 쓴 것 같아 영화를 보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운드도 <남한산성>에서 빼놓을 수 없겠군요. 칸이 등장할 때의 위압적인 뿔피리 소리와 인조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칸의 저음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남한산성>을 이야기할 때 배우들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윤석 배우와 이병헌 배우는 한 치도 밀리지 않고 팽팽하게 맞섭니다. 두 길을 놓고 갈등하는 왕의 모습과 청에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에서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 인조 역의 박해일 배우, 단지 앉아 있는 자세와 목소리만으로도 칸의 위엄을 보여 준 깁법래 배우도 인상 깊었습니다. 나머지 조연들도 훌륭히 제몫을 해내어 연기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한산성>은 여러모로 새로운 영화였습니다. 추석 대목에 묵직한 사극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 신선했고, 승리의 역사보다 굴욕의 역사를 담담히 이야기한 것이 새로웠습니다. 또한 <남한산성>은 기존 한국 사극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색채를 지닌 영화입니다. <남한산성>이 손익분기를 넘지 못하더라도 흥행 스코어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남한산성>은 너무나 아까운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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