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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전시&공연 리뷰
<2017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도혜린 칼럼니스트  |  haer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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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9  0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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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ARTIST MAGAZINE

[디아티스트매거진=도혜린] 2017년 여름은 예술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는, 유럽 3대 예술 축제가 겹치는 유서 깊은 해이다. 2년마다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5 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그리고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모두 동시에 돌아오는 기회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긴 10 년 주기로 열리는 ‘뮌스터 공공 조각 프로젝트’는 예술에 친화적인 특정 그룹의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 화이트 큐브 공간이 아닌 아닌, 뮌스터라는 작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전시장이 되기 때문에, 예술이 일상 속에서 누구에게나 열려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타 전시나 비엔날레들과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느 한 공간에서 큐레이터의 기획에 의해 배열된 작품들을 일률적으로 관람객들에게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관람객들이 직접 도시 전체에 산재된 작품들을 마치 ‘보물찾기’하는 태도로, 보다 더 주체적으로 동선을 꾸리고 작품의 의미를 스스로 찾음으로써 경험할 수 있게끔 해 준다는 점에서 뮌스터 공공 조각 프로젝트만이 지니는 차별성은 두드러진다.

   
▲ ⓒTHE ARTIST MAGAZINE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가로지르다가 보면 우연치 않게 거대한 설치나 조각 작품이 나를 반기고 있을 것 같다는 예상과는 달리, ‘뮌스터 프로젝트’의 작품을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꽤나 복잡하고 섬세한 태도와 노력을 요구했다. 뮌스터에 도착하기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피에르 위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논두렁만이 줄줄이 이어진 길을 약 한 시간 가량 자전거만 타고 달려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된 아이스링크장 전체를 하나의 ‘자연’으로 탈바꿈한 그의 거대한 설치 작품 안에 들어갔을 때, 비로소 예술가는 단순히 창작가일 뿐만 아니라, 창조자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감히 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작품을 찾아 달리던 고된 과정들마저 가치 있게 여겨졌다. 이 작품에서 작가의 역할은 오직 땅을 파서 흙을 쌓고, 천장을 뚫어 비가 내리면 그 흙이 빗물이 가리키는 대로 쓸려가고, 그 자리에 다시 쌓일 수 있게끔 환경을 구축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장엄하고 거대한 흙더미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빗물이 고였던 자리에는 이끼가 자라나고 있었으며, 작은 곤충들이 태어나고 있었다. 필자는 이렇게 작가에 의해 가상적으로 구축된 하나의 환경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작가의 인공적인 구축과 자연의 상호작용에 의해 전시 기간 동안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경이로웠다.

   
▲ ⓒTHE ARTIST MAGAZINE

예술가를 하나의 ‘창조자로서 신’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한 위그의 작품과는 달리, 터키 작가 아이셰 에르크멘의 <물 위에서>라는 작품은 참여하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신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도가 가리키는 대로 뮌스터 남부를 가로지르는 운하에 다다르더라도 혹자는 초면에 ‘뭐가 작품이라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작품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내 강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역할은 오직 강둑 아래에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을 깔아 놓은 것밖에 없지만, 이를 통해 작품을 관람하는 누구나가 성경에서 모세에게 일어났던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뮌스터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비단 도시 속에서 예술가와 관람객이 상호작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와 관람객들이 모두 ‘예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서 마치 신적이고 특수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공공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과거 중세에는 오직 신을 숭배하는 수단의 일부였던 예술이, 르네상스와 근현대를 거치면서 인간의 영역으로 다가오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오직 과학이나 기술의 영역이라고만 여겨졌던 ‘신의 자리에 대적하는’ 행위까지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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