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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반 오스트 본능으로의 유혹
황희지 칼럼니스트  |  b1400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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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9  22: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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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황희지] 플랑드르 출신의 조각가, 얀 반 오스트의 작품은 복잡하면서도 모순되는 반응을 일으킨다. 병적인 상태의 이미지와 파편화된 신체 일부는 섬세하고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관람자의 호기심과 반란을 동시에 유발한다. 그의 작품을 마치 19세기 상징주의자들의 그로테스크함을 연상시키는데 그의 작업 대부분이 죽음과 욕망, 그리고 공포의 색깔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Knife, 출처=http://www.berlinartlink.com/

그는 예술에 의한 공포는 선택과 조절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두려움에 의한 ‘무아’의 차원으로 빠지지 않음에 주목한다. 이 작품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완전히 은폐하는데, 이는 시각이라는 1차적 논리 체계로부터의 완전한 차단을 의미하며 수수께끼적이고 상징적인 본성에 집중하도록 한다. 완전한 미확인 상태의 작품은 환상의 무의식과 꿈과 같은 모호함을 불러일으킨다. 관람자는 선택적 공포에 의해 이성을 잃지 않으면서 모호함 속의 본성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인간이 가진 실존하는 긴장감, 즉 생명이라면 죽음, 영원이라면 순간이라는 반대항을 은유하여 관람자에게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어두운 본성에 대한 관심이다. 특히 작가는 어두운 본성 속, 사랑과 섹슈얼리티의 기괴한 부분을 포착하여 둘 사이의 긴장된 감정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그는 예술가로서 타인의 심연을 휘저어 어두운 물결을 일렁이게 한다.

   
▲ Salome, 출처=http://www.berlinartlink.com/

작품 살로메는 ‘해골’과 ‘신체’라는 연결고리 속에서 타나토스와 에로스의 모습을 본다. 요한의 입술에 이끌린 소녀의 내재된 감정은 그녀 안의 본능과 만나 에로스 그 자체가 된다. 그러나 섹슈얼리티와 집착으로 점철된 에로스는 정열적 사랑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파괴하는 공격적인 모습의 타나토스로 변모한다.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의 대비를 통해 발생하는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Silver’라는 차가운 속성의 프레임으로 가둬버린다. 이는 살로메의 삶과 요한의 죽음을 병치시키며 죽음의 불가피성을 상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의붓아버지 앞에서 춤을 춘 대가로 사랑하는 남자의 목을 요구했다.”

신약성서 속 ‘헤로디아스의 딸’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된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는 데카당스의 지침서로 불릴 만큼, 세기말적 정서로 가득한 신화의 극단적 표현이다. 이 정의만으로도 살로메의 성향이 ‘광기어린 본능’로 정립됨을 보여준다. 오스트의 살로메는 살아 있지만 언제든 죽음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로서, 이성 속에서 탈주하고자 발버둥 치는 광기어린 모습으로 나타난다.

   
 ▲Salome(Drawing), 출처=http://www.berlinartlink.com/

살로메는 요한을 유혹하고, 의붓아버지를 유혹한다. 자신의 유혹이 실패하면 죽음으로 되갚는 철저히 욕망 중심적인 존재이다. 그녀는 도덕적 판단을 철저히 무시하며, 공포와 유혹 사이의 복잡한 모호성을 보여준다. 즉 보통의 의식 범위 안에 있지 않은 것들을 눈앞에 끄집어내어 원시적 본능에 근접하도록 한다. 결국 충족할 수 없는 욕망의 끝에서 느끼는 무력과 권태는 본능의 끝자락인 ‘죽음’으로 그녀를 인도한다.

오스트는 문화와 의식과 같은 이성에 의해 한계가 부과되는 현실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충동적 가상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는 본능과 이성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정상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매몰되어 있던 비정상적 욕망에 대한 소극적 인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간접적인 본능의 형태가 제시되어야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하여금 죽음과 공포, 섹슈얼리티와 욕망이라는 본능을 제시하여 이성의 경계를 침범하고자 한다.

오스트는 하데스의 내부 세계를 안내하는 안내자 역할을 자처하며 관람자는 스스로 어두움 속 대본의 일부가 된다. 관람자는 스스로를 강박관념과 욕망의 주인공으로 정의하며 본능의 유혹에 철저하게 순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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