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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전시&공연 리뷰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 전시리뷰이반나바로< ECCO (BRICKS)>
장소영 칼럼니스트  |  powerkise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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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2  12: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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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 <신소장품전2013~16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 공식포스터

[디아이스트매거진 = 장소영]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서는 신소장품전인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1전시실부터 4전시실까지 이어지며 약 130점의 작품이 전시중이다. 근현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작품이 있어 전시리뷰를 쓴다.

   
▲ 3전시실과 4전시실 이동통로에 설치된 <ECCO>의 모습

 전시장 내부가 아닌 이동통로에 작품 하나가 놓여 있다. 이반나바로의 <ECCO(BRICKS)> (이하 ECCO)이다. 멀리서는 둥그렇게 벽돌을 쌓아올린 모습에 내부가 보이질 않아 자연스레 가까이 다가가 몸을 굽어 그 안을 들여다본다. E.C.C.O라는 알파벳이 네온사인으로 빛난다. 특수거울을 사용해 밑으로 끝이 없어 보이며 글자는 무한반복 된다.

 벽돌로 외부를 감쌌기 때문에 마치 우물처럼 보인다. 바닥이 인지되지 않아 떨어질까 하는 순간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ECCO’(이탈리아어로 ‘여기, 이곳’이라는 뜻. 영어 'ECHO'와 동음으로 발음된다.)라는 글자가 빛나고 있지만 밑으로 깊어질수록 크기는 작아지고 빛의 세기도 약해진다. 벽돌의 반사면이 좁아져 암흑 속에 글자만 떠있는 것 같다. 물론 제목대로 에코라는 발음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미술 안에서 글자가 미술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면 이는 글자 텍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글자가 어떤 느낌을 주게끔 쓰였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우물을 들여다본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은 가득 차있는 우물에는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거나 물속에 작은 돌 같은 것을 던져 물의 파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물이 거의 없는 우물이나 바닥이 말라버린 우물에서는 내려다보는 이가 물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소리를 질러 보거나 무언가를 던져 소리로 그 안을 확인해 볼 수밖에 없다. 빈 우물의 경우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치는 듯 하며 점점 사라진다. 현대미술은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가 되며 그 표현에서 주체를 확인할 수 있다. <ECCO>는 벽돌 안을 내려다보는 내가 ECCO라는 빛을 발산해낸 주체 즉, 목소리를 낸 화자임을 알아챌 수 있다. 소리는 소리가 난 위치가 가까울수록 가장 크고 정확한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메마른 우물 안에서는 내려다보며 어떤 소리를 낸 화자에게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 우물 안에서 메아리처럼 울리는 네온사인은 어떤 소리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소리가 의미 없이 반복되며 울리다 사라질 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속이 가득 찬 이는 누군가에게 어떤 빛나도록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신의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 반응을 보여주며 화자와 청자가 소통하고 있다는 감정교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속이 빈 이에게는 어떠한 빛나는 이야기를 해주어도 그 말만 되풀이 할 뿐 서로에게 의미 있지 못하다.

 빛나는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변화를 가지는 것은 우물 안의 물이다. 그렇다면 우물이 존재하는 이유인 물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감정이 메마르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물은 돌맹이를 던졌을 때 퐁당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 주위로 파장이 생긴다. 어떤 의미 있는 표현을 들었을 때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감정이입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과 자아의식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 사람의 내면에 변화가 일어난다. 반면에 메마른 사람은 내면의 동요가 일거나 다른 형태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계속해서 보고 싶지도 않고 전시장 사이의 복도에 전시된 것처럼 잠시 지나쳐갈 뿐이다.

   
 

 우물 안을 바라볼 때 빛나는 네온사인에 의해 기분이 좋지만 이내 바닥을 보고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계속해서 내려다보고 싶지 않다. 말하는 화자가 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그렇다면 빛나는 말을 하는 화자는 누구인가. 감정과 영혼이 풍부한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통해 풍부한 내면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도록 하는 사람. 그들은 ‘예술가’이다. <ECCO>는 예술가가 감정과 영혼이 메마른 사람에게 예술이 어떻게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예술은 의미 있지 않는 자에게는 어둠 속 허공으로 사라지는 쓸모없는 메아리이며 빛나는 예술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예술가는 두려움을 느낀다. 관람자에게 나또한 메마른 우물이진 않았는지 나의 우물물이 마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하도록 안내한다. <ECCO>를 포함한 <신소장품 2013~16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전은 8월 13일까지 전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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