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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욱 탈주하는 것들에 대한 약속
황희지 칼럼니스트  |  b1400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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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3  1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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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황희지] 임민욱의 작품들은 아름답지 않다. 일상적이다 못해 ‘쓰레기’처럼 보이는 라텍스, 촛농 등의 소재들을 사용기 때문일까, 그녀의 작업에서 시각으로서의 미학적 가치를 찾는 것은 어렵다. 그녀의 작업은 소재뿐만 아니라, 주제에 있어서도 두려움, 공허, 슬픔과 같은 부정적 정서에 기반하기 때문에 물성적 차원, 감정적 차원에 있어서의 부조리함을 직시한다. 임민욱의 작품은 유기체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하이브리드적인 형태를 취하며 관람자들에게 언캐니한 감정을 제시한다. 기계인지 생명체인지 모를 복잡한 형태의 작품들은 깃털, 뼛조각 등의 유기적인 구성요소들로 인해 마치 가상현실처럼 보이며 관람자들은 인식의 부조화를 겪게 된다.

   
▲ <Portable keeper> 출처=http://www.artnet.com
   
▲ <Portable keeper> 출처=http://www.minouklim.com

<Portable keeper>라는 작품은 오브제 설치와 퍼포먼스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직적으로 세워진 오브제들은 기념비 혹은 원시부족의 토템을 연상시킨다. 이 오브제들의 외적 형상, 즉 거시적으로 인식되는 첫 형태는 수직적인 기념비의 모습이지만 미시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순간, 구성요소와 기념비적 의미는 큰 괴리감을 형성하게 된다. 기념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 등 연약하고 버려진 재료들로 이루어진 오브제들은 'portable keeper'라는 제목처럼 미약한 존재이기에 휴대되는 것들을 지켜주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오브제와 함께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영상은 서울의 폐허와 재개발 지역을 배회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뒤엉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이를 떠도는 그의 모습은 마치 정착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portable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임민욱의 작품은 버려진 것들, 소모적인 것들에 대한 일시적인 주목이 아니다. 고정되지 못한 채 부유하는 것들을 끌어내어 하나의 유기체로 만드는 작업은 물성의 본질과 작품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항상 건설되고, 생산되는 문명의 흐름과는 다른, 탈주를 시도하고 있는 사물들을 다시금 창조의 구성요소들로 재 진입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현재를 갈구하는 유기체의 모습과 같다. 단순히 유기적, 인위적 재료의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소리, 조명, 온도와 같은 청각적, 촉각적 요소를 더함으로써 정서적 공감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임민욱의 작업은 감성적 혼합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일부로 변형된 사물들은 새로운 생명력과 감성을 부여받게 되며, 존재의 모더니즘적 경계를 넘는 가능성의 세계를 제시한다.

   
▲ <만일의 약속> 출처=http://www.yonhapnews.co.kr

<만일의 약속>이라는 이 영상은 1983년 KBS 이산가족찾기 특별 생방송의 장면들을 재배치하여 제시한다. 400시간이 넘는 기록적인 방송 분량과 방대한 아카이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신청자들의 대부분 사연들은 잊혀질 수밖에 없었다. 찰나로 지나쳤던 인물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이 작업은 미디어의 제한된 프레임에 담아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아픔, 그리고 분해되는 감정의 기억을 우리 삶의 유기적 구성요소로 재인식하게끔 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흩어진 채로 사라지고, 정착하지 못한 채 순간으로 부유하는 장면들을 담아내는 과정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삶은 얼마나 부조리한가. 임민욱의 작업은 사라지는 대상인 ‘기억’을 복원함으로써 이를 기념하고자 한다. 소멸되는 기억, 부유하는 존재들에 대한 응시는 탈주와 창조를 반복하는 삶의 모순과 부조리에 직면하도록 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잊지 않겠다고, 끝내 붙잡아 마음의 새기는 듯한 임민욱의 작업은 마치 삶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하는 약속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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