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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탄자니아, 안녕 다르에스살람] (6) 내가 그린 기린그림탄자니아의 그림, 팅가팅가를 그리다.
김아름 칼럼니스트  |  kir92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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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5  17: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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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아름] 나는 전시회를 가는 것을 좋아한다. 탄자니아에 오기 불과 며칠 전까지 미술전시회를 찾아 다녔고 나름 제 3세계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안국동에 있는 아프리카 박물관도 갔었으며 아프리카 혹은 중남미 현대 미술 특별전도 빼놓지 않고 가보는 편이었다. 그 때 생겨난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기억은 원색을 사용한 강렬한 색채와 노골적인 표현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조지 릴랑가(George lilanga)라는 화가의 작품을 통해서 탄자니아의 미술에 대해서도 접한 경험도 있었지만, 탄자니아에 와서 그림을 직접 그리게 될 것 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탄자니아에는 팅가팅가(Tingatinga)라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탄자니아만의 독특한 미술양식이 존재한다. 팅가팅가라는 작가가 개척한 아프리카 미술의 한 장르인데 다소 우스꽝스러운 동물의 표현과 강렬한 색채가 주를 이루는 그림들을 통칭해 작가의 이름을 따서 팅가팅가라고 부르는 것이다. 팅가팅가가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뒤 그의 제자들이 팅가팅가 화가 협동조합(Tingatinga arts cooperative society)을 설립하였고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팅가팅가의 제자들이 계속 자리를 잡고 모여서 그림을 그릴 뿐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팅가팅가를 가르치며 전수하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들이 만든 작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더하여 이곳은 현재 탄자니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상당히 인기가 있는 장소인데 이에 발 맞춰 팅가팅가를 그려 넣은 컵이나 열쇠고리 같은 상품들을 판매하며 탄자니아의 아트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언젠가 한 번은 그려 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던 중 너무 일찍, 아침 7시에 깨어난 9월의 어느 토요일에 나는 그 곳으로 팅가팅가를 직접 그리러 가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 아침을 챙겨 먹고 집 근처에서 약간 산책을 하다가 9시부터 여는 그곳을 향해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건물에 들어서자 오랜 만에 맡는, 익숙하지 않은 유화 냄새가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화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들의 그림에 집중하느라 나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냥 그림을 구경하는 척 뚱하게 서 있다가 내 옆으로 지나가는 메리야스 차림의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그림을 원데이 클래스로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 고. 그는 다행스럽게도 이 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중에 한 명 이었고 질문을 하는 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본인의 자리로 이끌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보통은 화가들을 돌아보다가 본인이 맘에 드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선택하여 그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나는 그런 선택권 없이 그냥 어쩌다가 선택한 선생님과 역사적인 첫 팅가팅가를 그리게 되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어떤 동물을 그리고 싶은 지 먼저 물어보았다. 나는 주저 없이 팅가팅가의 대표적인 동물인 기린을 겁도 없이 두 마리나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정말, 놀라운 긍정의 아이콘 이었는데, 문제없다고 하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기린을 그리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걸 이때부터 알았다면 나의 하루가 더 윤택하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한다. 더운 지방이기 때문인지 모든 그림은 유화로 그려졌는데 때문에 휘발유 성분의 기름을 물감과 섞어 사용하는 법을 가장 처음 배웠다. 그리고 난 뒤 선생님은 나에게 면도칼과 캔버스를 주었는데 고른 면을 만들기 위해서 면도칼로 캔버스를 한번 긁어주는 일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너무 신나고 설레는 마음에 면도칼을 너무 세게 잡고 캔버스를 긁어냈고 그림을 그리기도 전에 피를 보는 참사를 불렀다. 나는 비위생적이지만 피가 나는 손가락을 빨아 급하게 지혈을 했다. 피를 보고 다소 놀란 선생님의 걱정이 어린 목소리에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깔끔하게 밀어낸 캔버스를 자랑했고 선생님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캔버스를 긁은 뒤 나는 선생님을 따라서 굵은 붓을 들었다. 핑크색으로 배경을 하고 싶다는 나의 말에 선생님은 빨간색과 하얀색의 물감을 꺼냈고 기름을 부어 두 개의 색을 혼합했다. 딸기우유 향이 금방이라도 날 것 같은 예쁜 핑크색이 완성 되었고 나는 선생님의 지시대로 배경에 넓게 핑크 물감을 발랐다. 혹시라도 빈틈이 생길까 수십 번 덧칠하고 몇 번 확인한 끝에 선생님과 함께 캔버스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있었다. 물감을 칠한 배경을 말리기 위해 건물 밖을 나가 건조대에 나와 선생님은 캔버스를 올려 두었다. 나의 캔버스 주변에는 이미 완성된 그림들이 햇살을 받으며 건조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화물감을 이용했기에 배경이 완전히 마르려면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 최소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했다.

   
 

전시장을 돌며 그림들을 하나하나보고 화가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이제 좀 시간이 지났을까 할 때 즈음에 선생님은 밖에서 우리의 캔버스를 양손에 들고 자리로 돌아와서 나를 불렀다. 나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선생님은 볼펜을 꺼내 배경이 칠해진 캔버스 위에 기린 두 마리와 나비의 밑그림을 그려 주셨다. 그리고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서 아까 와는 다른 얇은 붓을 들고 노란색과 하얀색을 기름에 섞어 연노랑색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선생님이 그린 밑그림 안쪽을 연 노란 물감으로 칠해 나갔다. 내가 가끔씩 선을 벗어나 소리를 지르며 절망하려고 하면 선생님은 휴지에 기름을 묻혀 즉석 수정을 해 주셨다. 기름으로 붓을 씻어내고 하얀색으로 색상을 바꿔 나비를 칠 한 뒤에는 다시 캔버스를 들고 건조대로 향해야 했고 기다림의 시간을 맞이해야 했다.

   
 

또 다시 한 시간은 흘렀고, 선생님은 건조대로 나가자는 손짓을 하였다. 나는 조금 지친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가 캔버스를 들고 왔다. 이번 단계는 기린과 나비의 무늬를 채우는 일. 두 마리의 기린과 두 마리의 나비인 것도 벅찼는데, 선생님은 상당히 완벽주의자였기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그려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 인 것 같다. 갈색을 꺼내 먼저 기린의 반점을 선생님을 따라서 그려냈다. 한 마리를 다 채우고 난 뒤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갈색에 흰색을 섞어 조금 더 연한 색을 만들어 또 다른 기린의 무늬를 만들어 주었다. 당시에는 두 가지 색으로 그리는 일이 상당히 귀찮았는데 지금 보니 그 때 선생님의 선택이 탁월했던 것 같다. 그 뒤 흰색 물감과 검정 물감을 이용해 선생님을 따라 나비 안에 무늬를 그려 넣었다. 분명 나는 선생님이 하는 대로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 같은데 뭔가 하나하나 끝날 때 마다 어딘가 그림이 부족해 보이는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나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 주셨고 그림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냥 내가 원래 그렇지 뭐 라는 생각을 했다. 무늬를 그리고 나서는 한 번 더(!) 그림이 건조대로 향해야 했다. 마지막 테두리를 그리기 위해 무늬들을 온전하게 말려야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선 그리기와 서명. 윤곽선을 그리는 중요한, 고도의 작업이기에 삐뚤어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나를 눌렀지만 압박감이 있다고 해서 못 그리던 선을 갑자기 잘 그리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은 쉽게 선을 샥샥 그렸지만 나는 몇 번이고 빗나간 선을 그려 선생님의 긴급처방을 몇 번이고 받아야 했다. 그래도 선생님은 아주 열정적인 학생이라고 하며 칭찬을 해주었고 틀리면 지우고 다시 하면 되니까 겁내지 말고 자신 있게 그리라는 말을 해 주셨다. 나는 이 과정에서 두 가지를 깨우쳤다. 첫째로는 예전에 윤곽선을 항상 먼저 그리고 그 안에서만 그림을 그려왔던 나였는데, 자유롭게 그린 뒤 그 밖에 마지막으로 윤곽선을 그린다는 사실이었다. 조금 더 그림에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왜 처음부터 윤곽선을 그리고 그 안에서만 그려왔을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로는 틀리면 안 된다고 혼자 생각하며 나 자신을 압박하고 더 힘들게 했던 부분이었는데, 나는 정말 1분에 10센치미터를 못 그릴 정도로 압박감을 받으며 윤곽선을 그렸다. 때문에 윤곽선이 더 두껍게 그려질 뿐 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이 틀리면 다시 수정할 수 있으니 과감하게 그리라는 말을 했을 때 왜 순간 고마워서 울컥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이고 전문가가 아니니까 실수 하는 게 당연한데, 왜 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까, 윤곽선을 그리는 동안 그 미묘한 생각은 나를 휘감았다. 윤곽선을 그린 뒤에는 몇 가지 소소한 배경 물을 그리고 그림 오른쪽 하단에 내 서명을 하며 그림을 마무리했다. 장장 4시간에 걸친 기린 그림이었다.

   
 

선생님이 완성한 기린 그림과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을 함께 보는 데,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참 못 그린 기린 그림이었다. 선생님의 생동감 넘치는 기린 그림을 보니 더욱 우울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첫 수업을 잘 따라 와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고 나와 함께 그림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선생님과 기념 촬영을 했고 못난이 기린 그림을 몇 번이고 바라보았다. 비록 엄청 못 그렸지만 첫 팅가팅가를 내 손으로 직접, 힘들게 그렸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이제 가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선생님은 최종 건조가 되지 않아 아직 안 된다고 하였다. 조금 청천벽력 같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30분을 더 기다리기로 했다.

최종 건조가 끝난 뒤 나는 선생님과 악수를 하고 수업료를 지불했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을 보면서 선생님이 꼼꼼하게 알려주고 엄청 칭찬도 해줬고 그림도 나쁘지 않네 라고 혼자 위안을 했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참 못 그린 기린 그림이지만 꼭 잘 그린 기린 그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 말을 항상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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