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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탄자니아, 안녕 다르에스살람] (5) 탄자니아의 맛을 찾아서지금껏 몰랐던 탄자니아의 음식이야기
김아름 칼럼니스트  |  kir92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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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4  1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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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에스살람 내에 위치한 스페인 식당

[디아티스트매거진=김아름] 몇 해 전, 한 기관에서 인턴을 할 때 사내에 위치한 지구촌 체험관에서 우간다식 식사체험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 나는 8천원을 주고 구운 바나나와 온갖 구황작물을 잔뜩 먹었는데 이 때문인지 우간다의 접경국인 탄자니아에 가게 되면 8개월 내내 그들의 주식이라는 구황작물과 구운 바나나를 먹으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좌절했다. 어렸을 때 학습 만화에서 봤던, '아프리카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지낼까요?' 라는 질문과 답이 그대로 눈앞에 나타난 기분이었다. 그래서 출국 전에 미친 듯이 햄버거와 파스타를 먹으러 다녔고 그토록 좋아하는 치킨을 이틀에 한 번 꼴로 시켜 먹으며 8개월 동안의 생활을 철저하게(?) 준비했었다. 하지만 탄자니아에 도착하자마자 그 날 저녁 사측에서 주최한 환영 만찬식당에서 떡볶이와 캘리포니아 롤을 먹으며 그 동안 했던 생각이 잘못된 이해이자 기우였다는 사실을 단박에 깨닫게 되었다.

   
▲ 피자와 티본스테이크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내에는 수많은 음식점들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각종 찌개류나 볶음류를 먹을 수 있는 한식당은 무려 4곳이나 되었고 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짜장면과 감자탕까지 맛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일식, 양식,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식당들도 있었고 그 맛도 꽤 훌륭했다. 인도인과 중국인이 많은 탓에 인도 음식점과 중국 음식점은 발에 치일 정도로 많았고 조금 질기긴 해도 분위기 있는 곳에서 와인과 스테이크를 먹을 수도 있었다. 가끔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때에는 메리브라운이라 불리는 햄버거 전문점에 가서 치킨버거세트를 주문하는 일도 다반사 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어느 정도의 돈이 있는, 기꺼이 비싼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것들이다. 이런 음식점들은 대부분 탄자니아 내의 외국인들과 상류층을 겨냥해서 만들어졌기에 그 가격이 인턴이었던 나에게는 꽤 사악했다. 나는 한국 돈으로 9천원 가까이하는 신라면을 사 먹을 자신도 없었고 만 원 넘는 짜장면을 사 먹을 패기도 없었다. 대부분 이런 음식점은 회사에서 회식을 하거나 직원들이 오고 갈 때 하는 만찬에서나 근근이 방문할 수 있을 뿐이었다.

   
▲ 할랄패스트푸드점 메리브라운에서 파는 치킨버거세트

하지만 저런 음식점들은 일부이며, 탄자니아 사람들이 다니는, 일상적으로 외식을 하는 로컬 맛집들은 도시 구석구석에 많이 있었다. 단지 인터넷에 나오지 않아 찾아가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래도 탄자니아에 온 이상 탄자니아의 진짜 맛집들을 찾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를 위해 회사의 현지직원들과 스와힐리어 선생님인 마르코에게 그들이 자주 가는 맛집들을 종종 묻고 추천 받았다. 때로는 그냥 지나가나 보이는 음식점에 무심코 들어가 앉아 음식을 주문해서 먹기도 했었다. 다양한 부족과 기독교, 이슬람교, 토속신앙으로 이루어진 자유로운 종교들이 공존하는 탄자니아에는 그만큼 다양한 음식들이 만들어지고 선호되고 있었다. 

   
▲ 감자튀김과 양념에 버무린 구운닭, 토마토샐러드
   
▲ 아랍식 꾸스꾸스와 고기요리
   
▲ 염소곱창볶음과 콩으로 만든 죽
   
▲ 탄자니아생선 '창구'구이와 감자튀김
   
▲ 감자튀김과 소고기 꼬치구이인 미시카키

탄자니아에서 가장 쉽게 접한 동시에 많이 먹은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칩시쿠쿠를 말하고 싶다. 칩시쿠쿠는 닭 반 마리 정도를 불 위에 구운 뒤 감자튀김과 약간의 야채 샐러드를 곁들인 음식이었는데 탄자니아 사람들이 자주 먹는 주식 중에 하나였다. 물론 칩시사마키라 불리는 생선요리와 칩시마야이(계란물에 감자튀김을 넣고 부친요리) 같은 다른 요리들도 있었지만 나는 칩시쿠쿠가 제일 좋았다. 길을 걷다가도 길거리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요리 중에 하나였는데 가게마다 미묘하게 맛과 향이 달랐다. 한국에서도 치킨을 무척 좋아해서 주 2회는 꼭 치킨을 시켜 먹었던 나였지만 탄자니아에 머무는 8개월 동안 향후 2년 치 치킨은 다 먹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닭요리를 먹었다. 하필 내가 살던 집 근처에 양계장이 있었는데 가끔 길에 걸어 다니는 닭들을 볼 때면 왜 인지 모를 미안한 마음에 숙연해 졌다.

   
▲ 칩시쿠쿠

시티센터에 가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 저녁 6시 반부터 문을 여는 칩시쿠쿠 식당이 있었다. 저녁이 되면 하나둘 나타난 직원들이 바베큐 구이 시설을 설치하고 불을 피운 뒤 야외에 플라스틱 탁자와 의자를 잔뜩 펼쳐 놓은 채로 영업을 시작했다. 늘 먹는 칩시쿠쿠를 파는 곳 이었는데 닭을 굽는 냄새와 연기는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오감을 모두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저녁을 먹으려는 사람들의 감각이 구워지는 닭에 마비되어 지배당했기 때문이다. 분명 점심에 칩시쿠쿠를 먹었지만, 조금 더 기름지고 매콤한 그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무대야에 잔뜩 담긴, 양념발린 닭들이 석쇠위로 하나하나 ‘치익’ 소리를 내며 올라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기다림이 왜 그렇게 더 길어지는 느낌인지, 요리가 나오기 전에 미리 주문한 스프라이트 한 병을 다 마셔버리는 일은 흔했다. 무슬림인 주인장의 방침에 따라서 주류를 팔지 않았다는 점이 약간은 아쉬웠지만 스프라이트나 환타와 함께 갓 구워진 닭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높은 건물들 사이로 해가 저물고 주위가 어두워져 갈수록 닭을 굽는 불빛과 연기는 그 빛과 풍미를 점점 더해갔다. 다르에스살람에서 가장 맛있는 칩시쿠쿠를 파는 집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감각을 가장 뜨겁게 만드는 집이었다.

   
▲ 닭을 굽는 청년

계속 쿠쿠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았지만 탄자니아 사람들이 쿠쿠만 먹고 사는 것은 아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 이기에 생선을 이용한 요리도 상당히 많았고 소고기 꼬치구이인 미시카키, 염소고기 구이와 스튜 요리까지 상상이상으로 다양한 요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물론 카사바라는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과 옥수수가루로 만든 우갈리가 우리의 밥 같은 주식이었지만 감자튀김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탄자니아 사람들이 더 많았고 필라우라고 칭해지는 볶음밥요리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한국 음식’ 이라하면 쌀밥과 김치, 불고기가 대표적으로 언급되고 내놓아지지만 결코 우리가 그것만 먹고 살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현지 음식 중에 하나는 ‘키티모토(Kiti moto)’라는 음식이다. 스와힐리어도 뜨거운 의자라는 뜻인데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의자가 뜨거워 질 때까지 먹어서 붙여졌다는 이름이다. 무슬림이 30%가 넘는 국가이기에 돼지고기 음식이 흔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버젓이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다르에스살람 내에서도 신자(sinza)라는 구역에 키티모토를 파는 맛집들이 많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소개받은 키티모토 집은 나의 스와힐리어 선생님, 마르코가 자주 찾는 키티모토 집이었다. 현지인이 아니고는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었고 조금 더러워 보이는 플라스틱 의자와 탁자에 앉아 음식을 먹어야 했지만 이러한 불편을 감수 할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울퉁불퉁한 골목을 돌아 음식점에 도착하면 직접 주방으로 가서 주문할 키티모토의 양과 양념의 여부, 추가로 올려 먹는 바나나의 개수 등을 말한 뒤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보통 2인에 1kg 정도(!)의 키티모토를 주문해서 먹었다. 여기서 한 가지 함정이 있다면 음식이 나오는 데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 키티모토와 구운 바나나

최소 한 시간은 기다려야 음식이 나오는 데 그 동안 이미 먼저 주문한 맥주 한 병을 비우는 일은 다 반사였다. 맥주를 더 판매하기 위한 고도의 판매 전략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음식을 맛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당최 이해도 적응도 하기 힘들었지만 그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앉아서 유유히 음식을 기다렸고 나도 점점 기다림이 아무렇지 않아졌다. 오랜 기다림이 지루해지고 조금 짜증이 나려고 할 때쯤 이면 종업원은 물주전자와 손 세정제를 테이블로 들고 왔다. 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 탓에 식 전에 손을 닦기 위함 인데, 이는 곧 머지않아 음식이 나올 것 이라는 일종의 신호였다. 손의 물기를 털고 새로운 맥주를 한 병 더 시켜 반 정도 따르고 있으면 갖가지 양념에 조리된 키티모토가 구운 바나나와 함께 종업원의 쟁반에 내어져 왔다. 한 사람 앞에 500 그램의 돼지고기는 너무 양이 많은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토마토와 칠리소스를 섞은 듯한 양념과 야채가 함께 버무려진 키티모토 한 점을 집어 먹고 나면 결코 많은 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이하면서도 익숙한 그 맛은 나의 입맛을 자극 했고 탄자니아 음식에 대한 나의 신세계를 열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 탄자니아 식당에서는 뜻 밖의 합석을 하는 일이 흔하다

만약 내가 탄자니아에 오지 않았다면, 다르에스살람에 살지 않았다면 아직도 구황작물이 아프리카 음식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았을 지도 모른다. 탄자니아의 음식도 몰랐을 것이고 다르에스살람에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음식점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로컬 음식점에서도 단순히 감자 요리 만을 판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수많은 식당들을 방문하고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음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쩌면 탄자니아의 맛을 만나는 그들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식당에서 본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한국 사람이기에 쌀이 주식이고 김치를 반찬으로 먹지만 온갖 찌개와 국들을 함께 먹고 감자조림이나 두부전 같은 기본 반찬들을 주로 챙겨 먹는다. 하지만 가끔은 갈비찜이나 닭볶음탕도 먹으며 불고기를 먹기도 하며 가끔 파스타와 피자 같은 이국적인 음식을 찾는다. 이 단순한 이치를 왜 생각하지 못하고 편협하게만 바라보려 했을까 라는 반성을 조금은 늦게 라도 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문득 키티모토가 먹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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