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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선(針線), 삶과 마음을 잇다.초대 침선장 故 정정완 선생 추모전시 열려
김아름 칼럼니스트  |  kir92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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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7  10: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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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선(針線), 단어 그대로 바늘과 실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의미가 확장되어 바늘과 실로 꿰매어 의복을 만드는 일을 대개 침선이라 칭한다. 인류의 역사 이전부터 행해져 왔다는 바느질은 의식주 해결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생존 행위 이면서도 보편적인 예술 행위이다. 쉼 없이 구멍을 뚫으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바늘의 꼬리에는 항상 형형색색의 실이 따라와 이내 자리를 메운다. 예부터 가문의 여성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직접 침선을 하여 옷을 지었는데, 이에 대한 비법은 가보처럼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 이었다. 그 중에서도 침선 솜씨가 빼어난 양반집 규수(閨秀)는 왕실과 사대부들의 의복을 제작하며 그 기술을 인정받으며 명성을 떨쳤다. 2007년 작고한 침선장 故정정완 선생은 빼어난 솜씨로 한국 침선의 전통을 온전히 지켜온 보배와도 같은 존재였다. 무형문화재 초대 침선장으로서 한국 전통 공예 사에 큰 족적을 남긴 故정정완 선생이 작고한 지 10주년 되는 2017년, 그녀를 기억하며 전통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추모전시를 개최하였다.

   
 

의복은 꼼꼼하면서도 소박해야하며 사치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그녀의 신념은 전시장을 꾸미는 기본 모토로 작용했던 것 같다. 옅은 회색이 칠해진 벽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군데군데 작품에 포인트를 준 조명들은 은은하여 작품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그 빛이 튀지 않았다. 가장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생전에 선생이 침선작업을 하던 공방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크게 특별함을 찾을 수 없는 평범한 공방이지만 선생은 이 곳 에서 손끝으로 전통을 묵묵히 지켜왔다. 알 수 없는 경외심이 든다. 전시 공간 자체가 그리 넓지 않았다. 다양한 작품들과 생전 사용하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공간이 복잡하다거나 답답한 느낌은 없다. 꼼꼼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다는 선생의 말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 가지런하게 줄지어 전시된 의복들은 그 색채와 문양이 화려하거나 진하지 않았지만 은은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태어날 손주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배넷 저고리부터 사람이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입는 새 옷인 수의(壽衣)까지,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순간을 어우르며 침선과 그 순간순간을 준비한 것이다. 전시관에서는 선생의 생전 작업 모습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자동재생 되고 있다. 본인 자신이 노환으로 몸져누워도 제자들의 질문에는 쉼 없이 답을 했다는 선생에게서 침선에 대한 애정과 전통을 이어나가려는 사명감을 느꼈다. 거룩하다. 가족들에게 옷을 입히기 위해 쉬지 않았던 침선이었지만, 문화재가 된 뒤에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워져 더욱 침선과 그 연구에 매진하며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쉬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전통 침선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선생의 정신은 현재 전통 기술을 이어가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전시는 어렵지 않았다. 생전 선생이 제작한 작품들과 사용했던 도구들, 그리고 선생의 제자들이 사사師事)받은 가르침을 바탕으로 제작한 침선 작품들이 제자리에, 알맞게 전시되어 있다. 딱딱하게 느껴질 것 만 같은 한국의 침선장을 평범하면서도 쉽게, 하지만 숭고하게 표현했다. 단순히 제작 된 의복이 중심이 되어 전시가 열렸다면 자칫 지루하면서도 의미가 없는 전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현된 공방과 생전에 사용한 옷본과 가위 같은 도구와 소품들은 그 제작 과정과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침선이라는 단순해 보이는 기술이 숭고함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단순히 입을 옷을 기계처럼 만들어 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정성과 기억, 그리고 기다림을 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일생에 중요한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고 그 때 마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한 옷을 필요로 한다. 그 순간을 가장 빛나게 해주기 위한 기술이 바로 침선이다. 레디메이드 옷들이 수 없이 만들어지고 또 버려지는 세상에서 그 의미는 상당하다. 옷을 고치는 일을 넘어 침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바느질로 치유해주며 그 아름다움을 빛나게 해주고 싶다 말했던 故정정완 선생의 따뜻한 마음이 포근한 공기가 되어 전시장을 가득 메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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