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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낙서_셰퍼드 페어리展
김아름 칼럼니스트  |  kir92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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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5  0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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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포스터

그래피티 아트를 참 좋아한다. 지난 밤 사이 어느 악동이 벽에 그림을 그리고 헐레벌떡 도망 가는 모습이 자꾸 상상되기 때문이다. ‘누가 낙서를 해놓은 거야’ 라고 씩씩거리며 물걸레를 들고 정면에서 바라본 그림은 꽤 그럴싸하다, 아니 묘하게 아름답다. 12색 스프레이로 ‘칙칙’ 뿌려서 대충 그린 것 같은데 곡선의 모양은 알록달록한 원색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뤄낸다. 일차원적으로 보면 그저 벽에 그려진 누군가의 낙서지만 ‘예술’이다. 이러한 제작 과정과 도구, 건물벽이라는 특이한 캔버스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래피티 아트는 예술로 인정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그래피티 아트는 점점 도시 곳곳에서 생겨나며 그 존재감을 떨쳤고 소위 말하는 사람들의 ‘B급 감성’을 자극 했다. 단순히 그래피티 자체에 대한 독특함과 대중들의 인기가 그 것들 예술로 끌어낸 결정적인 조건들은 아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작가의 의도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메시지가 기존 예술작품의 그 것들과 같다는 점이 그래피티를 예술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장 미셸 바스키아는 검은 피카소라 불리며 미국 사회를 흔들어 놓았고 뱅크시는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며 평화와 반전을 위해 작품을 그려내고 있다. 꽤 많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예술성을 인정 받으며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동시에 그들의 작품은 거리 곳곳에서 점점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셰퍼드 페어리도 그 중 한 명이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원색의 강렬한 색채가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사로잡는다. 분명 아무 뜻이 없다는 “OBEY”는 앙드레 더 자이언트의 얼굴과 결합되어 그림 곳곳에서 존재감을 자랑했고 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향해 무언의 힘을 뿜어냈다. 전시는 크게 5파트로 나뉘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의 종류와 상관없이 강렬한 붉은 색채가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기본적인 일러스트부터 스텐실, 실크스크린, 그 외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여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다채로운 방법으로 표현하며 관람객들을 끌어들였다. 이 때문인지 때로는 앤디 워홀 이나 라우센 버그, 혹은 일본의 망가 작가를 연상하게 하면서도 작가의 상징인 오베이 자이언트와 강렬한 붉은 색채를 입혀 자신의 작품으로 변용하여 그 자신 만의 ‘평화와 정의’를 만들어냈다. 셰퍼드는 현대를 살아가는 미국 성인 남성으로서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사상을 작품을 통해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그는 자신과 정치색이 맞지 않는, 다른 사상을 가진 관객들이 불편함을 가지고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기꺼이 수긍한다는 자세를 취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동양 여자인 ‘나’는 셰퍼드의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평화와 정의에 대한 그의 생각과 표현에 불편함을 느꼈다, 아니 두려움을 느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면 성공적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았다. 역사적, 정치적인 이유로 내재된 집단 기억 때문인지, 프로파간다(Propaganda)라는 단어를 보았기 때문인지 강렬한 붉은 색은 나를 ‘선동’하려 하는 것 같았다. 전시장에 온 이상 나는 그의 작품을 계속 만나야만 하고 순서에 따라 이동하며 그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읽어야 했다. ‘나는 너를 나의 작품으로 선동한다, 너는 이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라는 그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다. 작은 안내도, 그림 제목도 없는 다소 불친절해 보이는 전시가 나의 상상력과 불편함을 극대화 한 것을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감상을 떠나서, 강렬한 색채와 표현으로 사람들의 눈과 흥미를 사로잡았다는 점은 꽤 의미 있다고 본다. 만화 같은 표현과 익숙함, 그래피티 아트라는 평범하면서도 예술적인 장르를 전시장으로 끌어온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특히 그래피티 아트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던 한국에서, 그래피티 전시를 예술의 전당이라는 공간에서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인식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전시장의 모든 곳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한, 상당히 개방적인 자세를 취했는데, 덕분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렬한 색채 덕분에 꽤 예쁜 사진들이 많이 찍힌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때문인지 작품 감상보다는 사진 찍기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설명과 제목 팻말이 없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 때문일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전시가 자칫 소위 말하는 ‘인스타그램용’으로 전락하는 부분을 경계 해야 할 것 같다. 강렬한 색채가 뿜어내는 일상 속에 피어난 예술, 그래피티를 만나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볍게 만나도 괜찮은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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