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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의 정수의 구출은 해피엔딩일까갑작스러운 재난 상황과 정부의 부재
한예령 칼럼니스트  |  mnjhk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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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3  0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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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한예령]

영화에서 재난은 단골 소재다. 지진이나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부터 테러나 건물 붕괴와 같은 인적재해까지 영화가 다루는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재난 영화에서의 마지막은 대부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결국 주인공이 살아남거나 주인공의 희생으로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서 벗어나는 식이다. 영화 <터널>에서도 마지막 즈음에 주인공인 정수는 자신을 짓누르던 터널에서 구출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진정한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자동차영업을 하는 정수는 큰 계약을 성사시키려던 때에 터널이 붕괴되어 그 속에 갇히고 만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공간과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암흑 속에 남겨진 것이다. 다행히 정수는 구조대와 연락이 닿지만 완전히 붕괴된 터널 때문에 구조대는 정수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안으로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 사이 터널 붕괴와 그 속에 사람이 갇혔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정부가 그를 구출하기 위한 사고대책반을 꾸린다.

   
 

영화는 어두컴컴한 터널에 갇힌 정수와 터널 밖 사람들의 모습을 교차해가며 담는다. 터널 밖과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휴대폰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수는 휴대폰의 배터리를 아껴 가며 금방 구출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터널 밖의 상황은 그의 기대와는 달리 더디게 흘러간다.

   
 

정부 관료들의 보여주기식 행정과 단독보도에만 초점을 맞추는 언론 그리고 애초에 잘못 그려진 설계도를 가지고 엉뚱한 곳을 작업하던 구출 현장까지 모두 답답하고 아수라장과 같은 모습이다. 이렇게 터널 안과 터널 밖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영화 속의 상황은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에서 재난이 일어났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급박한 상황에 처한 국민과 그를 실질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정부의 관계는 뉴스에서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진짜’ 재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수의 구출에 시간이 걸리자 터널 밖의 상황은 묘하게 흘러간다. 그의 구출작업에 몰두하던 구조반장이 목숨을 잃고 인근 터널의 완공 작업에 차질이 생겨 손해가 막심하다는 업체 관계자의 불평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정수의 아내 세현에게 구출작업을 그만하자고 압박한다. 처음에는 정수의 구출에 열띤 관심을 보이던 국민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죽었을 것이라 기정사실화하며 그의 구출작업에 부정적 눈길을 보낸다.

 

정수의 고립이 더 이상 사회적 동정심을 얻지 못하고 그의 구출작업이 시간낭비이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비난으로 바뀌는 순간 관객은 진한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모든 상황은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허구지만 일련의 과정들은 우리가 종종 보아왔던 여론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 비난으로 바뀌고 그 가족이 죄인인 마냥 고개를 숙이며 제목소리 내는 것을 꺼리는 상황을 우리는 현실에서 본 적이 있다. 구조대장 대경이 공청회에서 터널에 갇힌 것은 도룡뇽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어느새 정수의 구출을 지워버린 세상을 향한 일갈이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정수는 터널에서 구출된다. 그리고 그를 걱정하던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주인공인 정수가 재난 상황을 벗어났으니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의 구출이 정말 해피엔딩일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정수의 구출은 정부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의 구출작업을 중단한 상황에서 대경이 개인적인 고집으로 이루어낸 것이다. 결국 재난상황에서 국민을 구한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아니라 또 다른 국민이자 개인의 노력 덕분이었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에 정작 정부는 거기에 없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재난이 닥쳤을 때 국민은 정부가 구해주리라는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천운에 맡기거나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꽤나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 수 있다. 영화 마지막에 눈앞의 터널을 보고 저도 모르게 긴장하는 정수의 모습을 보고 마음 한편에 씁쓸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영화나 현실에서의 재난 상황 속 정부 부재는 해피엔딩이라는 선택지가 있을 수 없는 비극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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