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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재심>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야기
김진아 칼럼니스트  |  originalji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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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7  13: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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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진아]

많은 실화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해의 일, 혹은 내가 보지 못한 오래된 일들을 영화가 구체적으로 재연해주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장르적으로 수사물을 취하고 있는 영화는 늘 한국사회에 쓴맛을 다시 맛보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동을 바탕으로 한 실화보다 무지해서 괜찮았고 상관없었던 오래전 그날의 이야기들은 주인공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 한국사회의 씁쓸함을 되새김질하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이 영화 <재심> 역시 영화관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육두문자를 감당해야하는 그런 영화이다.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 ⓒ네이버 영화

영화 <남영동 1985>, <변호인>등의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는 영화에서의 고문을 우리는 숱하게 접했다. 이 두 영화 역시 실화를 기반으로 두고 있는 영화이지만 이번 영화 <재심>은 그 억울한 이들이 받은 고문 중에서도 유난히 분노하게 한다. 고문을 하는 악인과 고문을 당하는 선량한 이는 모두 똑같이 나쁘고 억울한데 이 영화, 어딘가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선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시종일관 악의적이고 개인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 처음 현우(강하늘)을 도와주려하는 이준영변호사(정우)마저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가뜩이나 나라에서는 현우네에게 돈까지 갚으라고 난리다. 영화는 변호사와 법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부터 시작한다. 애초에 그것에 대한 분노로 영화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의뢰인이 범죄자인지의 여부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다. 법은 어차피 가진자들을 보호하기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제대로 삐뚤어진 아니 어쩌면 제대로 세상을 바라본 이의 입에서 나오는 정확한 말이다. 그렇게 애초에 불균형적이고 불평등한 상황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이제부터 변호사 이준영의 의지와 능력에 우리는 전적으로 의지해야한다. 이준영변호사가 포기하게 되면 그 자리에 앉은 많은 관객들이 모두 포기하게 된다. 영화의 주도권은 오로지 이 변호사에게만 존재한다.

   
▲ ⓒ네이버 영화

영화의 서사구조는 사실 지루하기 짝이 없다. 여느 수사물이 그렇듯 강한 동기가 발현되어 수사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는 커다란 배후 즉 검은 권력이 훼방을 놓는다. 그러고 나면 주체는 의지를 잃고 심지어 오해도 생긴다.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고 사건은 잘 마무리 된다. 영화<재심>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 그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특수성을 제외하고는 재밌는 요소를 찾는 것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영화는 대부분 철저하게 기본 양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몫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 <재심>은 어떻게 입소문을 내야할까?

이 영화는 배우의 힘이 굉장히 큰 영화이다. 누군가는 재심 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을테고 누군가는 실화라는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로써 배우들의 부담이 가중되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수더분한 외모와는 상반되게 야욕으로 가득한 이준영변호사의 정우. 영화를 주도하는 주요캐릭터답게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오고가며 시종일관 핵심을 연기하는 가변 캐릭터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 악으로 가득한 조현우의 강하늘은 주로 불안한 심리를 연기하며 당시 지역사람의 이미지와 맞게 분한다. 그리고 그런 아들을 위해 힘든 일도 마다 않는 눈먼 노모 순임(김해숙), 상대적 안타고니스트 모창환 변호사(이동휘), 백철기 형사(한재영). 중요한 요소만 꽉 채운, 선과 악이 극명한 캐릭터의 조합은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백철기 형사가 나올 때마다 쌍욕을 마다않는 여자 관객이 있었다. 저토록 강한 감정이입이라니...)

   
▲ ⓒ네이버 영화

분노의 영화이다. 누구하나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고 죽어나가도 우리는 보지 않으면, 혹은 보고서도 외면 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는 억울한 비명을 외치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오랫동안 강하게 부르짖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 일들이 태반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자꾸 소리를 낸다. 애초에 큰 바람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한다.

그래도 다행히도 이 영화는 결말이 아름다운 영화이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그 재판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그 통쾌함은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아픈 기억의 실화들이 재연되는 것은 실로 비통한 일이지만 이렇게 기록된 이야기를 우리는 다시 꺼내어 언제든지 반성할 수 있다. 이것이 영화이다. 이것이 영화 <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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