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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온 것처럼 그렇게, 영화 <싱글라이더>
민소영 칼럼니스트  |  msy6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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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2  20: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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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싱글라이더> 포스터

[THE ARTIST매거진=민소영]

* 해당 칼럼은 영화 관람 후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삶에서 타인이 떠나간다는 것은, 그 것이 자의에 의한 선택이던 타의에 의한 선택이던 항상 큰 그림자를 남긴다. 흥미로운 것은 그 그림자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림자일 뿐이라는 점에 있다. 장례식장의 풍경이 그러하다. 누군가가 떠났지만 평소 서로 안부를 묻기도 어려울 정도로 각자의 삶을 이어가던 바쁜 생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1년에 한 번 전할까 말까 했던 안부를 건넨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는 것은 선택이 아니지만,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억울함, 누군가에게는 탈출구, 후회 또는 비상이 된다.

   
▲ 영화 <싱글라이더> 스틸컷

영화의 초반은 다분히 감각적이며 완벽히 짜여진 미장센 덕에 보는 타자로 하여금 무거움을 느끼게 한다. 한숨, 가벼운 외부의 터치에도 금새 눈물짓는 강재훈(이병헌 역)은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화면을 피하고 싶을 정도로 불안한 자아를 한껏 표출한다. 세상의 무거움에 짓눌려있는 그가 어렵게 아내 이수진(공효진 역)과 아들 진우가 있는 호주행 비행기 발권을 위해 엔터키를 눌렀을 때, 관객들은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낀다. 돌발적인 선택, 거기서부터 또다른 여정이 시작된다.

   
▲ 영화 <싱글라이더> 스틸컷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은 채, 그의 그림자같은 여정은 아내와 아들이 머물고 있는 호주 시드니의 본다이(Bondi)에서 시작된다. 이 곳에서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낯선 아내와 마주한다. 집의 보안에 민감했던 그녀가 뒷문을 아무렇지 않게 열어놓은 것을 발견하고, 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에 지쳤다던 말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모습을 보게 된다.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시간에 행복해보이던 그녀의 미소. 마치 다른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듯한 타인과 아내 그리고 아들이 만드는 괴리의 풍경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지켜보던 그에게, 그녀가 이전에 했던 말이 귓가에 메아리친다. "그거 알아? 귤 까주는 건 정이고, 새우 까주는 건 사랑이래."

   
▲ 영화 <싱글라이더> 스틸컷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전혀 처음 보는 듯한 타인이 되고, 제안에 시큰둥했던 사람이 어느새 그 제안의 벽을 넘어 자신의 자아를 찾고자 고군분투를 하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비참해진 자신을 돌아보는 기분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 북받쳐버리는 감정이 다시 차갑게 식어버리기를 반복하면서도 그는 아픔으로부터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맴돌면서 그렇게 또다른 방랑자와 마주하게 된다. 2년동안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모은 1만9천불(한화로 2천만원 상당)을 좀 더 높은 환율로 환전하고자 했지만 전부 빼앗겨버린 지나(안소희 역)를 만난 재훈은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질타만을 받아오며,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었던 과거가 후회되서였을까. 모든 것을 빼앗긴 둘은 각자의 외로운 여정을 나누기 시작한다.

   
▲ 영화 <싱글라이더> 스틸컷

필자는 영화의 80분이 지나기까지 괴로운 존재가 이어가는 그림자 행세가 다소 불쾌하면서도, 어느순간 섬뜻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두운 문 밖에 서서 밝은 삶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모습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보다 불안한 감정을 심어주었다. 항상 지켜만 보고있던 그가 아내의 목을 향해 분노에 차오른 두 손을 뻗을 때의 불쾌감은 연민의 감정을 뒤엎으려 한다. 그러나 생이 끝난 후 이어지는 뒤늦은 생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지나온 생각과 감정들을 다시 돌아보며 의문을 품게 된다.

   
▲ 영화 <싱글라이더> 스틸컷

2-3분 동안의 단편적 사건이 아닌 적어도 그 몇십배에 달하는 시간이 지나야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시간동안에 쌓인 오해조차도 2-3초만에 사라질수 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를 설득하는 영화다. 인생은 너무나도 지독히 혼자인 것이 애잔하다 못해 처절하게 다가온다. 초반에 느꼈던 돌발적인 선택에 대해서도 다시 떠올리게 하며, 무심히 누군가의 선택에 비아냥거리거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진지한 양 말해왔던 자신이 작아진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온 것처럼 그렇게 가면 되지 않을까요?"  죽음이 선택이었던, 어느순간 닥쳐왔던, 혼자 온 길을 혼자 떠나는 사람들에 대해 논하면서, 지금의 우리는 길목의 어디쯤 서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끝난 길의 이정표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걸어나가는 재훈의 뒷모습이 쓸쓸하면서도 당차 보였던 것은 생이 끝나도, 끝나지 않음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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