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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영화
<송곳니>, 공장을 나와 봤자 공장인 세계
김정민 칼럼니스트  |  ashgray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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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7  22: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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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곳니> 해외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김정민 칼럼니스트] 우화는 현 사회가 앓고 있는 병폐를 선명히 드러내는데 효과적이다. 우화는 이 사회의 문제점이 우화 속에 도드라지게 보일 수 있도록 세계관을 구축해놓았기 때문이다. <송곳니>는 넓은 의미에서 우화라고 할 수 있다. 도무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가족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여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이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만들어낸다.

   
▲ <송곳니> 포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반시스템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송곳니>에는 반 시스템적인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때 <송곳니>가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곳은 독재이며,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더러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가 공격하는 대상은 시스템 그 자체이다. 후속작인 <더 랍스터>에서도 그랬다. <더 랍스터>의 주인공들은 단순히 정부의 정책에만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반군의 시스템에서도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어떤 시스템에 들어가는 순간 비인간화가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화두를 매 영화마다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시스템 내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마치 공정 시스템 안에서 조립된 제품인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사실은 인서트 쇼트로 들어간 공장의 풍경이 언급해주기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로봇 같은데, 연기법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앵글과 프레이밍 덕분이다. 이 영화는 관객이 캐릭터들에게 이입할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 인물의 리액션 쇼트는 최소화 했으며, 그들의 얼굴을 프레임 밖으로 밀어내는 등 감정의 표현을 최소화한다. 정사장면에서도 느껴지는 것은 쾌감이 아니라 무감정이다. 그 장면에서는 행위가 있을 뿐이지 감정은 없다. 또한 <송곳니>는 인물들을 프레임 구석에 배치하는 등 불안정한 위치에 놓음으로써 이 가족의 시스템이 얼마나 이상한 시스템이고 사람을 궁지로 몰아가는지 보여준다.

   
▲ <송곳니> 스틸컷

 물론 <송곳니>에서 보다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은 독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영화 속 부모의 교육방식은 독재를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외부 세계와의 차단을 막고 자기들이 만들어낸 교육으로 자식들을 세뇌시키고 있으며 외부의 미디어를 철저하게 통제함으로써 담장 밖의 세계를 보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모두 아이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잘못된 자극’으로부터 통제한다는 명목 하에서 진행된다.

 

 <송곳니>의 비판 중심에는 분명 독재가 있지만 그 비판의 방향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모든 시스템으로 확장된다. 이 영화에서 로봇이나 개처럼 보이는 것이 비단 이 가족만이 아니다. 아들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고용한 ‘크리스티나’ 역시 비인간적이며 개성이란 없다. ‘크리스티나’는 그 가족이라는 시스템의 바깥에 사는 사람이지만 역시 인간성을 상실했다. 이것은 정도의 문제지 시스템에서 사람은 주체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직설적인 씬이 개 훈련소를 보여주는 씬인데, 그 씬에서는 아예 이런 대사가 있다. “개는 점토와 같아서 훈련시키는대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후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개처럼 짖는 법을 가르친다. 자식들을 개 훈련시키듯 교육하는 것이다. (시스템은 종종 이상적인 인간상이란 허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송곳니> 스틸컷

 결국 인간은 주체적으로 무엇인가 되기 전에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염세적인 사고관이 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그래서 결국 인간의 자율성을 빼앗는 시스템은 재검토되어야 하며 극단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시스템은 무용한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이 영화는 던진다.

 

 영화의 제목은 송곳니, ‘Dogtooth’다. 이 이만 뽑으면 밖에 나갈 수 있다는 말에 큰 딸은 송곳니를 뽑는다. 그녀는 더 이상 개가 아닌 인간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이제 ‘브루스’라는 이름도 생기지 않았나.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탈출하는 데 성공까지 했다.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삶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크리스티나’도 이름은 있었고 담장 밖에 살았음에도 ‘브루스’의 가족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브루스’가 집에서 탈출해서 도착한 곳은 공장 앞이 아니던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공장을 탈출해봐야 공장이다. 이 지독한 세계에서 진짜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영화는 커다란 염세적인 질문을 남기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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