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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도혜린 칼럼니스트  |  haer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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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07  16: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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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ARTIST MAGAZINE

[디아티스트매거진 = 도혜린] 올라퍼 엘리아슨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강대국들로 양분되던 동시대 미술계에서 북유럽 출신으로서 우뚝 선 작가로, 자연 속에 대형 작업들을 설치하는 공공미술과는 반대로, 미술관이라는 공간 내에 인공적인 자연을 만들어내는 작업들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의 유사 자연 시리즈 중 2003년 테이트 모던에서 진행된 <날씨 프로젝트>는 대중들에게도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 테이트 모던 천장에 조명을 통해 가짜 태양을 만들어 쏘아 올리고, 관람객들로 하여금 태양 아래에 누워 선탠을 하고, 피크닉을 즐기며 서로 독서를 하거나 서로 수다를 나누는 등의 다양한 자유로운 행동들을 유도했다. 이러한 관람객들의 참여적인 행위는 선뜻 어렵고, 권위적이라고도 느껴질 수 있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마치 공원이나 놀이터처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의의가 있다. <날씨 프로젝트> 이외에도 그는 1999년 작 <이중 일몰>이나 2001년 작 <중재된 움직임> 등 태양, 물, 이끼 등 다양한 자연적 오브제들을 이용해서 가상 자연을 구현해낸다. 그의 이러한 전지적인 창조성은 이번 올라퍼 엘리아슨 전이 개최된 리움 미술관에서도 드러났는데, 필자는 그의 기존 작품들에서 드러나던 어마어마한 스펙터클함에서 비롯되는 일련의 숭고미를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움 미술관의 기획전이 전시되는 공간의 한계 때문인지 규모는 크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올라퍼 엘리아슨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자연과 이를 통한 다양한 지각의 확장을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 ⓒTHE ARTIST MAGAZINE

    필자는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올라퍼 엘리아슨이라고 하면 이끼로 만든 벽이나 인공적인 태양 등의 유사 자연만을 떠올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빛이나 거울과 같은 소재를 이용한 작업들을 오히려 더 많이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특히 전시장을 입장하자마자 거울들로 이루어진 다양한 작품들이 각자 빛을 반사시키면서, 벽과 바닥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얇은 철관이 나선 모양으로 말려 기둥을 형성한 <강한 나선, 2016> 등과 같은 작업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나선 기둥보다도, 오히려 이 기둥이 조명을 받아 바닥에 이루는 그림자가 더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아가 사라지는 벽, 2015>는 거울을 이용한 작업들 중 가장 대표작으로, 관람객들은 마름모와 삼각형의 거울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독립된 공간에 입장하여 끝없이 반사되고, 반복되는 거울 이미지들과 맞딱뜨리게 된다. 거울이라는 소재는 단순히 빛을 반사시켜 관람객들에게 착시를 유발할뿐만 아니라, 전시장에서 타자나 대상, 즉 오브제가 아닌 주체인 자아를 발견할 수 있게끔 하는 독특한 사물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혼자 전시를 관람하러 온 필자와 같은 관람객들도 유일하게 ‘인증 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이자, 라캉이 강조했던 거울 단계를 파편화된 형태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올라퍼 엘리아슨이 작업의 제목을 ‘자아가 사라지는 벽’이라고 명명한 것은, 거울 단계에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자아와는 달리, 삼각형과 마름모꼴로 파편화되어 수없이 반복되고, 몸이 잘리며, 타인과 스스로가 겹쳐서 보이는 이 거울에서는 결국 자아가 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한편, 자아가 사라지는 벽을 나서면 곧바로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 2016>이라는 작업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이 작업은 자아가 사라지는 벽을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입체로 변형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각형과 마름모꼴이 끊임없이 반사되는 반사되는 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에서는 이들이 이제 평면이 아닌 새로운 한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이 형태는 1929년 과학자인 폴 샤츠가 만들어낸 기하학적인 형태 ‘올로이드’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철골 구조물 내부의 조명이 빛을 내면서 역시 전시장 벽에 반사되는 빛과 그림자들을 자아내고, 관람객들이 이 구조물 주변을 역동적으로 돌면서 작업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은 현대미술에서 관람객들의 신체성이 얼마나 중요해지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 2016>은 거울처럼 상이 비치는 제각기 다른 크기와 색깔의 유리 구슬들을 배열함으로써, 마치 별이나 은하가 펼쳐져 있는 우주와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구슬에 비친 이미지는 상하가 반전되어 있으며, 작품 자체에 가까이 다가가는 관객만을 크게 비춤으로써 상호작용성을 극대화한다. 

   
▲ ⓒTHE ARTIST MAGAZINE

    한편, 유사 자연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지던 작품은 <이끼벽, 1994>과 <무지개 집합, 2016> 이다. <이끼벽>은 올라퍼 엘리아슨의 고향인 아이슬란드에서 자라는 이끼를 미술관 안으로 옮겨 와서 벽을 채운 작품으로, 전시장의 습도에 따라 수축 및 팽창하며 색깔과 냄새도 시시각각 변화한다고 한다. 결국 이 작업은 유사 자연을 창조해내려는 전지적인 의도라기 보다는, 자연과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층으로 이루어진 전시장에서 한 층을 모두 사용한 가장 거대한 작품이자, 이번 리움 미술관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도 볼 수 있는 <무지개 집합, 2016>은 어두운 공간 내에서 증기와 같은 입자의 물안개가 떠 있고, 관람객들이 비치되어 있는 투명한 우산을 펴고 그 물안개 속으로 들어갔을 때 무지개를 만날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 촘촘한 수증기로 이루어지는 공간은 마치 비가 오는 것도 같고, 아침에 이슬이 낀 것도 같은 오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우리 몸과 우산에 닿았을 때 물방울을 만들어낸다. 필자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전시장을 빠져나가면서, 비가 내리는 자연 현상까지 재연해내는 예술가에게 더이상 한계나 불가능이란 없다는 생각이 들며, 비로소 전시의 제목이 왜 ‘세상의 모든 가능성’으로 채택되었는지가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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