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Instagran

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네이버 20Pick

THE ARTIST MAGAZINE

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다음 스토리볼

THE ARTIST MAGAZINE

디 아티스트 매거진
THE ARTIST
디아티스트 on 네이버 블로그

THE ARTIST MAGAZINE

> 칼럼 > 영화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만춘>
최정원 칼럼니스트  |  hanairean@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12.04  18:08:06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네이버 영화

 <만춘>은 일본의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더불어 내게 오즈 야스지로에 대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다 한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즈의 영화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그의 영화 <만춘>을 보았을 때는 대학 초년생 시절이었다. <만춘>은 그만의 독특한 연출 방식 때문에 기억에 남기는 했지만, 영화를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영화를 본 뒤 오즈가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몇몇 평론가의 글들을 읽어 보았지만, 당시에는 그에 대한 찬사가 잘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장면 때문에 <만춘>을 다시 찾았고, 오즈의 영화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의 작품들은 재미로 볼 만한 영화는 아니다. 오즈의 영화에서는 시나리오상의 극적인 변화나 강렬한 스펙터클은 없다. 설령 그가 <부초>처럼 복잡한 가족 관계를 이야기한다 해도 일일 드라마처럼 요란한 방식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즈의 영화가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거기서 깊이 있게 삶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에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점은 그의 영화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그의 시선은 평범함을 특별하게 바꾸는 힘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심심해 보이지만, 그 가운데서 진하게 우러나는 맛이 있다. 정갈하면서도 진한 씁쓸함이 배어나는 녹차의 맛처럼.

 <만춘>은 오즈의 스타일을 맛볼 수 있는 대표작들 중 하나다. <만춘>은 혼기가 찬 딸 노리코와, 딸을 시집보내려는 늙은 아버지 소미야 교수가 주인공이다. 딸은 혼자 남겨질 아버지를 걱정하여 결혼하지 않으려 하고, 아버지는 자신의 곁에서 나이 들어갈 딸이 걱정되어 어떻게든 결혼을 성사시키려 한다. 아버지와 딸은 이 문제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다투기까지 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는 딸을 시집보내고, 딸의 결혼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가 홀로 남겨진다는 내용이다.

 

   
© 네이버 영화

 오즈의 영화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대개 평범하고 순박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늘 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거짓말과 험담을 하고, 서로 다투거나 미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뼛속까지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감독은 등장인물들을 따스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객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끔 돕는다. <만춘> 역시 그러하다. 재혼하겠다는 아버지에게 서운함을 느낀 딸은 아버지에게 속상함을 표출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딸을 위해 거짓말을 고수한다. 영화를 보면 아버지의 일로 속상해하는 딸의 마음과, 그런 딸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노리코는 아버지를 배려하는 착한 딸이지만, 결혼을 서두르는 아버지의 의중까지 파악하지는 못한다. 노리코는 토라진 채 아버지를 쌀쌀맞게 대한다. 아버지와 함께 간 공연장에서 노리코는 아버지와 결혼할지도 모르는 여자를 노려본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노리코는 좀처럼 마음을 풀지 않는다. 그런 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아버지는 화가 나서 앞질러 걸어가는 딸을 붙잡지 않는다. 아버지는 딸과 거리를 둔 채 천천히 따라간다. 아버지와 딸, 두 사람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노리코의 입에서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말을 아버지는 묵묵히 기다린다. 아버지는 딸을 잡아두는 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결혼을 서두른 것이다. 아버지와 딸은 결혼 전 마지막 여행을 떠나면서 화해한다. 여행이 끝날 무렵, 아버지와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딸에게 아버지는 새로운 시작을 권유하며 딸의 행복을 빌어준다. 결국 노리코는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다. 결혼식 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딸은 아버지에게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떠난다. 아버지는 기쁜 얼굴로 딸에게 행복하게 살라며 덕담을 건넨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혼자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비로소 자식 앞에서는 차마 내보일 수 없는 감정을 드러낸다.

 

 영화 언어의 장점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영화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시각적인 요소로 내용을 전달한다. 화면 안의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하여 관객들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것인가? 이것이 영화가 시나 소설 등 글을 기반으로 한 다른 이야기 매체들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십수 년 간 곱게 키운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의 마음은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만춘>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심경을 토로하는 대사가 단 한 줄도 없지만, 오즈의 연출은 그 어떤 대사보다도 아버지의 심정을 전달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장면이야말로 오즈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다.

 딸을 결혼시킨 아버지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홀로 불을 켠다. 아버지는 사과를 들고 의자에 걸터앉는다. 해야 할 일을 마쳤다는 듯 그의 표정은 일견 홀가분해 보인다. 그러나 서서히 그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진다. 다 깎지 못한 사과 껍질이 바닥에 툭 떨어진다. 그는 차마 소리 내어 울지 못한다. 이제야 아버지는 딸이 곁에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짙은 외로움이 그를 감싼다. 앞으로 아버지는 딸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저 그런 감독이라면 단순히 소리 내어 우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거나 슬픈 감정을 고조시키는 음악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즈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는 절제의 미학을 안다. 오즈는 슬픈 감정이 최고조로 달한 아버지의 모습을 정면으로 보여주지 않으며, 신파적인 음악도 사용하지 않는다. 쓸쓸한 뒷모습과 잔잔한 음악만이 그의 가눌 길 없는 슬픔을 헤아리게끔 만든다.

 

 작품의 제목 ‘만춘’은 늦은 봄이라는 뜻으로, 딸 노리코의 다소 늦은 결혼을 의미한다. 보통 봄이라는 단어는 화사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결혼식 날 가장 아름답게 치장한 딸의 모습과 봄의 화려한 이미지를 동시에 떠올렸다. 그러나 영화를 감상하고 난 후에는 자식을 결혼시킨 뒤 느껴지는 아버지의 쓸쓸한 감정이 더 기억에 남았다. 이것은 꽃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본의 독특한 정서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꽃은 화려하게 피지만 봄이 지나면 금세 떨어진다. 일본에서는 꽃의 아름다움을 감탄하는 것보다 그렇게 화려하게 피어났던 꽃도 결국 지고 만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무상감’이라는 정서에 중점을 둔다. 자식의 결혼식이 끝남과 동시에 부모에게는 허전함이 밀려든다. 부모에게는 자식의 결혼식 날이야말로 가장 기쁜 날임과 동시에 슬픈 날이기도 할 터다. <만춘>을 보고 기억에 남는 것은 결혼식의 행복함이나 후련함보다도 ‘떠나보냄’의 쓸쓸한 정서다.

 <만춘>의 마지막 장면은 어두운 밤에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어 흐르는 장면이다. 처음 <만춘>을 보았을 때, 왜 이 장면이 등장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홀로 남겨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등장한 화면의 바로 다음 장면에 등장한 바닷가의 파도 장면은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이것은 아버지와 딸이 마지막 여행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을 다시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만남과 헤어짐이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임을 받아들인다. 자신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딸은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려는 단계에 와 있다. 여행이 끝나기 전, 결혼해도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만큼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딸에게 아버지는 단호하게, 동시에 부드럽게 딸을 타이른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듯, 딸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아버지는 딸의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누구보다도 계속 딸과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은 아버지였음에도 말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며,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밀물이 들어오면 썰물이 밀려나가듯,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최정원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디아티스트
디 아티스트 소개기사제보광고홍보 및 제휴문의 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회사명: 골든허스트  |  The Artist  |  주소 : 대구광역시 수성구 들안로 59, 4층  |  대표자명: 김혜인
대표전화: 070-7566-8009  |  일반문의메일: theartistmag@naver.com  |  사업자등록번호:107-20-48341  |  신문 등록번호: 대구,아00205
등록일: 2016년 12 월 14일  |  발행인/편집인: 김혜인  |  청소년 보호 책임자: 김경식
Copyright © 2024 디아티스트. All rights reserved.
golden hurst
by ndso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