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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커센터 다이어리티옹 바루 호커센터
장현석 칼럼니스트  |  gustjr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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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6  12: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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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장현석]

 

<티옹 바루 호커센터>

19 Lim Liak St, Singapore

 

티옹 바루, 입에서 구르는 어감이 좋다. 지내던 곳에서 MRT 이스트 웨스트 라인을 타면 티옹 바루를 지나 시내가 나왔다. 안내 방송 목소리가 티옹 바루를 읽으면 졸다가도 깨어 어디쯤 왔는지 확인하곤 했다.

 

싱가폴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다. 교환학생 친구가 가이드북에서 읽었다며 티옹 바루의 한 카페를 추천해주었다. 싱가폴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개인 카페가 많지 않아 개성있는 카페를 찾고 있었다. 내심 근사한 커피까지 기대하며 부드러운 목소리가 읽어주는 티옹 바루 역에서 내렸다.

 

   
▲ 내가 처음 가본 호커센터, 티옹 바루 호커센터

 

유난히 더운 날, 비슷하게 생긴 주택들을 끼고 걸으며 한바탕 땀을 쏟았다. 한 블럭이 끝나는 데서 오른편으로 돌아드니, 웬 커다란 건물이 한 동 보였다. 외관에는 티옹 바루 마켓이라고 적혀있었다. 쇼핑몰도 아닌게 뭘까 싶었다. 몇 분 늦게 간다고 카페가 문 닫을 것도 아니고, 구경이나 하고 가자는 심산으로 건물에 들어섰다.

 

일층은 말그대로 마켓이었다. 통로 양옆으로 각종 매대와 점포가 가득했다. 기둥에 걸린 안내판에는 삼층엔 주차장이, 이층엔 호커센터가 있다고 적혀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대신 비릿한 생선 냄새가 나는 가게를 구경하며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처음으로 호커센터에 간 날이었다. 호커센터라는 싸고 먹을게 많은 공간이 있다는 얘기 정도는 들었으나, 실제로 와보긴 처음이었다. 티옹 바루 호커센터는 가운데가 뚫려있고 스톨들이 원을 그리며 가운데를 바라보고 있다. 형형색색의 스톨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앞에서 알짱거리면 주문을 강요당할까 글씨만 읽을 정도로 멀찍이 서서 메뉴들을 훑어보았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려다 멈춰섰다. 가격도 저렴한데 온 김에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기로 마음먹었다. 선 채로 검색해 찾은 블로그에선 티옹 바루 호커센터가 싱가폴에서 반드시 가봐야 하는 호커센터 11곳 중 하나랬다. 당시엔 싱가폴에 호커센터가 100곳이 넘는다는 걸 몰랐으니, 뻔한 수사이겠거니 싶었다.

 

   
▲ S1$에 850원 정도니 싸긴 싸다

 

아는 게 없어 블로그에 나온 음식을 먹기로했다. 제대로 한 끼 먹기엔 부담스러워 디저트로 보이는 음식을 골랐다. Jian Bo Shui Kueh라는 스톨에서 슈이 쿠에를 시켰다. 슈이 쿠에는 우리로 치면 떡과 묵 사이 어디엔가 있는 음식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찜통에서 컵케잌 베이킹에 쓸 법한 은색 틀을 꺼내는데, 김이 오르는 틀 속에 하얗고 반투명한 슈이 쿠에가 담겨있다.

 

   
▲ 비주얼이 조금은 민망하다

 

하얀 슈이 쿠에 위로 차이 포Chai Poh라는 잘게 썬 무로 만든 소스가 뿌려진다. 다진 마늘과 샬롯, 깨 등이 함께 들어가 매콤하고 짭짜름한 소스다. 얼핏 익숙한 짜장 소스 향이 나는데, 먹다보면 살짝 비린맛까지 난다. 슈이 쿠에는 오로지 소스 맛으로 먹는 음식 같았다. 소스는 아무 맛도 안 나는 흰 덩어리에 힘겹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십오분 전까지만 해도 쨍쨍했는데, 돌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남아 기후에 어울리는 소나기가 건물 가운데로 쏟아졌다. 짧게 몰아치고 사라지겠다는 듯 사나운 비였다. 우물우물 슈이 쿠에를 입에 밀어넣으며 소나기가 그치길 기다렸다. 예고없이 소리내 떨어지는 비를 보니 후련하달까, 묘한 쾌감이 있었다. 그치길 바라기엔 계속 보고싶은 풍경이기도 했다.

 

마음을 들킨걸까, 한참 비가 멎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얼굴들 사이에서 혼자 비를 구경했다. 적당히 분주한 틈에서 받는 홀가분함이 좋았다. 발도 묶였겠다 저녁까지 먹고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가야겠다는 계획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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